[인터뷰] ‘개그맨’ ‘뮤지컬 배우’ ‘연기자’ 등 다양한 수식어가 붙는 정성화. 1994년 SBS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한 그는 1999년 드라마 ‘카이스트’를 통해 연기자의 길에 들어섰다. 이후 뮤지컬 ‘아이러브 유’(2005) 무대서 새로운 가능성을 선보이며 ‘맨 오브 라만차’ ‘영웅’ 등을 통해 국내 최고의 뮤지컬 배우 중 한명으로 우뚝 섰다.
2010년에는 ‘더 뮤지컬 어워즈’ 남우주연상, ‘한국뮤지컬대상’ 남우주연상 등을 휩쓸었으며, 대한민국 서울문화예술대상에서는 뮤지컬 대상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뮤지컬 분야에서 정상을 지키고 있는 정성화지만, 영화에서는 코믹한 카메오로 등장해 주로 감초 연기를 펼쳤다. 스스로 ‘카메오 전문 배우’가 될 것 같다고 할 정도다. 하지만 지난달 18일 개봉한 영화 ‘댄싱퀸’에서는 그간의 코믹함을 벗어던지고 진지한 국회의원 종찬 역으로 등장해 새로운 매력을 발산했다.
10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정성화를 만났다. 이날 ‘댄싱퀸’은 300만 관객을 바로 코앞에 두고 있었다. “영화가 잘돼 정말 기쁘다”며 호탕한 웃음을 지은 그는 미리 찍어둔 ‘댄싱퀸’ 300만 돌파 기념 영상을 선보이며 한껏 들떠있었다. 22일 현재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댄싱퀸’은 관객수 360만명을 넘어서며 승승장구 중이다.
‘댄싱퀸’은 서울시장후보의 아내가 댄싱퀸이라는 독특한 설정을 바탕으로 한 코미디 영화로 어쩌다 보니 서울시장 후보가 되는 정민(황정민)과 우연히 댄스가수가 될 기회를 잡은 왕년에 잘 나가던 신촌 마돈나 정화(엄정화)가 부부로 등장해 극을 이끈다. 정성화는 정민을 정치계로 끌어들이는 든든한 지원군으로 활약한다.
영화 초반에는 그의 이미지 탓에 ‘이러다가 웃기겠지’ 혹은 ‘황정민의 뒤통수를 치지는 않을까’라는 의문을 관객들에게 들게끔 만들지만, 그는 끝까지 뜨거운 가슴을 가진 진정성 있는 인물의 모습을 연기한다. 기존의 가벼운 캐릭터를 벗고 새 옷을 입은 셈이다. 그런 점에서 ‘댄싱퀸’의 흥행은 더욱 큰 의미를 가진다.
“이번 작품을 통해 연기의 스펙트럼을 넓히게 됐는데 300만 명이 넘는 관객들이 그 모습을 봐준다는 것에 정말 기쁩니다. 나중에 이 영화가 추석특집으로 TV에도 나온다면 천만정도의 관객이 저의 새로운 모습을 보시지 않을까요.(웃음)”
정성화는 애초 종찬 역이 아닌 황정민의 동생 역을 맡기로 했었다. 영화에서 ‘서울특별시’를 ‘서울턱별시’라고 말하며 웃음을 주는 캐릭터다. 하지만 기존에 선보였던 캐릭터의 연장이었기에 부담스러웠다. 결국 시나리오를 보던 그는 종찬 역에 관심을 보였고, 곧 주승환 PD를 찾아가 정중히 역의 변경을 부탁했다.
사실 거대 자본이 투자되고, 많은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영화 제작은 배우 한 명의 캐스팅도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티켓 파워’가 강하거나, 관객들이 인식하는 이미지에 맞추려 한다. 코믹하고 발랄한(?) 이미지의 정상화를 종찬 역 에 캐스팅한다는 것은 위험한 선택일 수도 있었던 셈. 하지만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개봉 후 그의 연기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종찬 역에 정말 욕심이 났는데 그 역을 연기할 수 있게 돼 정말 행복했습니다. 처음부터 그 역에 캐스팅된 것이 아니었기에 더욱 의미가 컸죠. 이번 영화를 통해 ‘정성화에게 진지한 역을 맡기는 것은 위험하다’라는 생각이 기우에 불과했다는 것을 보여준 것 같아 더없이 기쁩니다.”
‘댄싱퀸’을 통해 연기의 영역을 넓힌 그는 다음 작품에서는 악역을 연기하고 싶다고 했다. 특히 영화 ‘이끼’에서 정재영이 연기한 이장 천용덕 역에 욕심을 냈다.
“발랄한 역은 많이 해봤으니 진지한 역을 많이 하고 싶습니다. 특히 악역에 욕심이 나는데 그 이유는 ‘정성화도 그런 역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기 때문입니다. 욕을 하고 거칠어 보이는 악역보다는 연기 자체에는 악한 게 없지만 사람들이 다 미워하는 그런 악역을 하고 싶습니다. ‘이끼’의 정재영 씨 처럼요.”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 / 사진=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