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영화] 스탕달은 ‘연애란 인생에서 맛볼 수 있는 최대의 기쁨이고 인간에게 주어진 광기 어린 일이다’라고 했다. 그러나 한번이라도 사랑에 빠진 적이 있다면 연애가 마냥 행복할 수도 기쁠 수도 없다는 것에 공감할 것이다.
영화 ‘러브픽션’(감독 전계수, 제작 삼거리 픽쳐스)은 연애가 시작되는 순간부터 연애의 절정, 이별 등 연애의 전반적인 과정을 담은 로맨틱 코미디다. 냄비처럼 확 타올랐다 식는 남자와 서서히 타오르는 여자의 사랑 곡선을 현실감 있게 그려 마음속을 콕콕 찌른다. 연애의 달콤함만이 아닌, 단맛 쓴맛 짠맛 신맛 등 다양한 맛을 느낄 수 있다.
대다수의 로맨틱 코미디가 과장된 달콤함과 극적 갈등을 갖고, 초반에는 코믹함을 후반에는 감동을 선사하는 공식을 택했다면 이 영화는 내게 혹은 내 친구에게 일어날 법한 일을 고스란히 영화 속으로 옮겨 놨다.
영화는 완벽한 사랑을 찾아 헤매다 31세까지 제대로 된 연애 한번 못해본 소설가 주월(하정우)이 꿈에 그리던 완벽한 여인 희진(공효진)을 만나며 벌어지는 유쾌한 연애담을 그린다.
사랑에 목마르고 창작의 고통에 허덕이는 무명의 소설가 주월은 우연히 베를린 영화제에서 희진을 보고 한 눈에 반한다. 끈질긴 구애 끝에 그녀의 사랑을 얻는데 성공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토록 사랑스러웠던 그녀의 모든 것들이 서서히 싫증 나기 시작한다.
채식주의 자인 그는 연애 초반 고기를 맛있게 먹는 그녀를 한없이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지만 어느 순간 짜증을 내고, 온갖 쿨한 척을 했던 그는 그녀의 과거에 집착하며 ‘찌질한’ 모습을 보인다. 하정우의 맛깔 나는 연기에 주월은 더욱 솔직하고 능글맞고 얄미운 캐릭터로 다가온다.
당당한 커리어우먼 희진은 겨드랑이털을 수북하게 기르고 어린 시절 스타킹을 신은 채 큰 볼일을 봤던 실수담을 거리낌 없이 하는 거침없는 캐릭터지만 ‘공블리’ 공효진을 만나 한없이 사랑스럽게 표현됐다. 연기파 두 배우의 호흡만으로도 영화는 충분히 생기를 얻은 셈이다.
‘러브픽션’은 ‘영화 속 영화’라는 독특한 구성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해간다. 현실 속 주월과 희진의 사랑과, 주월이 쓴 소설 ‘액모부인’ 속 로맨스를 함께 그려 지루할 틈을 주지 않고 영화에 집중하게 한다.
특히 ‘액모부인’에서는 배우들의 모습, 대사, 톤들이 1980년대 영화를 연상케 하는데 이는 현실과 확연히 구분되는 것은 물론 판타지 요소가 담겨 재미를 더한다. 15세 이상 관람가. 2월 29일 개봉.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