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영화] “저는 그저 행복해지고 싶었을 뿐인데”
평범한 삶조차 허락되지 않았던 비운의 여인. 벼랑 끝에서 발버둥치지만 세상은 그녀를 더욱 밀어낼 뿐이다. 급기야 다른 사람의 인생을 훔쳐 살게 되는데 그녀는 말한다. 그저 행복해지고 싶었을 뿐이라고.
미스터리 영화 ‘화차’(감독 변영주, 제작 영화제작소 보임)는 한 통의 전화를 받고 사라진 약혼녀 선영(김민희)을 찾아 나선 문호(이선균)와 종근(조성하)의 이야기를 담는다.
문호는 사촌 형이자 전직 형사인 종근의 도움을 받아 선영을 찾아 나서지만, 알면 알수록 미궁 속에 빠진다. 그녀의 이름과 나이, 가족 등 모든 것이 가짜였고 심지어 살인사건에 얽혀있음이 밝혀진다.
결혼을 결심할 만큼 그녀를 믿고 사랑했지만 그녀의 모든 것은 거짓이었다. 배신감과 충격에 망연자실하고 그녀를 꼭 만나 왜 그랬는지, 무슨 사연이 있는 것인지 그 진실을 듣고자 한다.
이야기의 흐름은 문호를 따라간다. 그의 감정선을 고스란히 쫓으며 선영의 상황에 분노, 이해, 연민의 감정을 갖게 한다. 이선균은 문호의 힘겹고 폭발할 듯한 감정의 강약을 적절히 조절해 흔들리지 않고 극의 중심을 잡았다.
선영은 연결된 상상으로 만들어진 존재로 대사와 분량이 많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가장 강렬하게 각인된다. 특히 김민희의 연기력이 압권인데 ‘김민희의 재발견’이라는 찬사가 아깝지 않을 정도다.
김민희는 아이처럼 해맑고 천진난만한 모습부터 살기 어린 눈빛과 공포에 휩싸여 몸을 부들부들 떠는 장면 등 스펙트럼 넓은 상황을 오가며 소름 돋는 연기를 펼쳤다. 또 추적자들에 의해 파편적으로 접합되는 선영의 등장은 매우 찰나적인데, 모델 출신의 김민희는 한 컷의 이미지만으로도 선영의 상태와 감정을 고스란히 뿜어냈다.
‘지옥으로 가는 불수래’라는 뜻의 화차는 미야베 미유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무거운 장르영화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강한 몰입도와 영화적 재미가 있다. 선영의 미스터리가 서서히 밝혀지는 동안 숨죽인 채 극에 빠져들게 하고,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적절한 배치로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영화 특성상 사람에 따라서는 우울하고 허망한 기분을 느낄 수도 있다. 오는 3월 8일 개봉.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