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연예] 오는 17일 첫 방송을 앞두고 있는 채널A의 주말드라마 ‘불후의 명작’이 다양한 김치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사건과 해결의 스토리를 담은 스펙터클한 드라마가 될 임을 예고했다.
8일 보도자료를 통해 맛보기로 공개된 1회 대본을 보면, 대통령의 별장인 청담대에서 펼쳐진 연회에서 한국 전통음식 조리기술 무형문화재 박계향(고두심) 선생이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던 미국 대사 부인이 급작스럽게 쓰러진다. 대통령의 주치의인 한의와 양의가 참석해 있지만 빠른 대응으로 부인의 의식을 되돌린 건 금희(박선영)이다.
금희의 응급처방은 주사도 침도 아닌, 더군다나 약도 아닌 음식이다. 그것도 각 나라 대사를 위해 차려진 채반상에서 추려낸 것이다. 무엇일까.
정답은 무즙과 생강즙을 섞은 광천수동치미이다. 대통령의 양방 주치의가 덧붙인 설명에 따르면 “부인께선 일시적인 대사 저하로 인한 급성 위장장애가 온 경우인데, 무와 생강에 들어있는 디아스타제라는 소화 효소와 동치미의 발효 과정에서 발생된 효소가 시너지를 일으키면 이렇게 증상이 빠르게 개선될 수 있다”고 한다.
실제로 광천수동치미는 역사 속 인물을 살린 명약이다. 조선의 임금, 연산군은 사냥한 꿩고기를 먹고 급체해 위급 상황에 처했는데 궁중전의가 올린 동치미를 마시고 생명을 구했다는 일화를 ‘불후의 명작’은 전하고 있다.
드라마는 ‘최고 위정자’와 관련된 음식을 한 번 더 소개한다. 계향이 대통령의 취임식에 준비한 밥상이다. 퇴임을 앞둔 대통령은 회상한다. “어떻게 잊겠습니까. 국화 밥, 황기오가피오리전골, 숙지황단호박갈비찜, 깻잎김치…. 전부 몸속 노폐물을 제거하고 독을 풀어 줘 마음을 안정시키고 눈과 귀를 밝게 해 주는 음식들이라고, 정갈한 마음으로 나라를 다스리고, 밝은 눈과 귀로 가야 할 길을 잘 보고, 국민들 소리를 잘 듣는 대통령이 되라는 바람을 담은 음식이라고 하셨죠.”
임금을 살린 음식, 대통령에게 권하는 음식을 말하는 가운데 ‘불후의 명작’은 드라마를 이끌어갈 두 여인을 첫 회 첫 장면에서 운명적으로 조우시킨다. 각국 대사의 입맛이나 질병을 고려한 맞춤식단을 준비한 계향의 약선음식에 금희가 반하고, 금희의 응급조치를 계향이 기특히 여기며 두 사람은 첫 대면을 치른다. 그리고 두 사람을 이어준 끈은 김치드라마답게 ‘동치미’이다.
이밖에도 ‘불후의 명작’이 김치드라마라는 사실은 장면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피부염으로 오랫동안 고생한 프랑스 대사 부인을 위해 피부염과 해독에 좋은 감초연근물김치를, 불면증이 있고 자극적 음식을 싫어하는 미국 대사에게는 온몸의 열을 풀어 주고 혈을 맑게 해 줘 답답함을 풀어 주는 생지황백김치를, 고혈압이 있는 중국 대사를 위해서는 노폐물을 배출시키고 고혈압 예방에 좋은 황기오이물김치를 상에 올리는 식이다. 금희의 어머니가 운영하는 ‘삼대째 설렁탕’에서도 손님의 입맛이나 질환에 따라 다른 김치를 상에 올린다. 김치가 약이 되는 놀라운 순간들이 계속된다.
그렇다고 ‘불후의 명작’이 김치 얘기만 늘어놓는 드라마라고 생각해선 오산이다. 눈이 즐거운 우리 전통음식들의 향연, 다시금 깨닫는 김치의 우수성이 뽐내지 않고 유유히 흐르는 가운데 계향과 금희의 숨겨진 가족사, 두 가족 간에 얽힌 사랑이 긴장감을 고조시키며 드라마를 화려하게 장식한다.
이야기 전개가 빠른 것도 ‘불후의 명작’의 장점이다. 감질나지 않게 첫 회부터 ‘가족의 비밀’ ‘사망사건의 비밀’을 공개하는가 하면 계향의 손자인 성준(한재석)과 금희를 둘러싼 사각관계 사랑을 과감히 선보이는데, 치밀한 스토리 구조와 다이나믹한 극적 전개에 대한 자신감이 바탕이 됐다.
쉴 새 없이 터지는 사건과 해결의 스토리,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종손 며느리들의 가족사를 다룬 김치드라마의 ‘첫 회’를 놓치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