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효가족’에서 ‘신들의 만찬’, ‘불후의 명작’까지
[쿠키 연예] 따각따각 도마 소리, 지글지글 익는 소리…. TV를 켜면 각종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요리를 만나게 된다. 교양 정보 프로그램뿐 아니라 최근에는 음식을 소재로 한 드라마들이 줄을 잇고 있어 눈길을 끈다.
과거에는 음식 드라마라는 타이틀을 내걸어도 기껏해야 드라마의 맛을 내는 양념에 지나지 않았지만, 이제는 전면적으로 음식을 당당히 내세우며 맛과 향까지 담는다. 최근 방영 중인 성유리 주연의 MBC ‘신들의 만찬’을 비롯 지난 달 종영한 JTBC ‘발효가족’ 그리고 채널A의 새 주말드라마 ‘불후의 명작’이 그 명성을 이어가겠다는 포부다.
‘신들의 만찬’은 한식을 소재로 한 음식 드라마로, 궁중요리 후계자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두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한번 먹으면 그대로 맛을 낼 줄 아는 타고난 미각의 소유자 준영(성유리)과 천재적인 재능은 없지만 체계적인 교육과 이기고 싶은 욕망으로 거칠 것이 없는 인주(서현진)는 한국 최고의 한식당 아리랑을 배경으로, 요리를 두고 경쟁하며 양보할 수 없는 한 판 승부를 벌인다.
특히 MBC는 지난 2003년 사극 ‘대장금’을 시작으로 2005년 ‘내 이름은 김삼순’ 그리고 2007년 ‘커피프린스 1호점’, 2009년 ‘파스타’까지 음식 소재의 드라마들이 대박 행진을 이어온 만큼 유구한 역사를 자랑한다.
‘신들의 만찬’은 10% 중반대의 시청률을 보이고 있어 아직은 가야할 길이 많지만, MBC 노조의 총파업으로 인해 많은 프로그램이 결방 및 재방되고 있는 시점에서 볼 때에는 비교적 높은 수치로 평가받고 있다. 총 32부작으로 제작되는 ‘신들의 만찬’은 1/3을 지나온 시점에서 준영과 재하(주상욱)의 본격 러브라인으로 상승세를 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 달 막을 내린 종합편성채널(종편) JTBC의 ‘발효가족’은 김치가 맛있는 한식집 ‘천지인’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로, 아버지 이기찬(강신일)의 수상쩍은 가출로 한식당을 떠맡게 된 두 딸 이우주(이민영)와 이강산(박진희), 자신의 과거로 이어지는 작은 조각을 찾기 위해 ‘천지인’을 찾은 기호태(송일국)의 에피소드를 그렸다.
‘빠담빠담…그와 그녀의 심장박동소리’와 함께 종편 사상 처음으로 일본에 수출되는 쾌거를 올리기도 했다. ‘발효가족’은 종편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이렇다할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진 못했지만 따뜻한 결말 그리며 시청자들에게 행복을 선사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오는 17일 첫 선을 보일 종편 채널A의 새 주말드라마 ‘불후의 명작’은 종갓집 대대로 내려오는 음식유경이라는 책을 놓고 펼쳐지는 주인공들의 대결과, 한국의 고유 음식인 김치와 약선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수 백 년 동안 풀리지 않은 최고의 김치 맛을 찾기 위한 주인공들의 치열한 경쟁과 갈등이 펼쳐진다.
김치 종주국으로서, 세계 5대 건강식으로 선정된 훌륭한 문화유산이자 민족 건강을 지켜온 파수꾼 김치를 재조명하고 우리 식문화의 우수성과 그 속에 녹아 있는 철학을 맛깔스럽게 그려낼 예정이다. 음식을 소재로 한 드라마는 종종 선보여왔지만, 김치를 전면으로 내세운 드라마는 이번이 처음이다.
전문적인 소재의 작품은 배우와 스태프들의 노력이 남다르기 마련이다. 음식 소재 드라마에 출연하는 배우들은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요리 학원을 다니며 칼 잡는 법부터 다시 배운다. 스태프 또한 음식을 맛깔스럽게 보이기 위해 온갖 정성을 들인다. ‘불후의 명작’의 장형일 PD는 “음식 드라마는 맛깔스럽게 찍어야 한다는 점에서 촬영하기 너무 어렵다”라며 “다시 음식 드라마를 하라면 못할 것 같다”며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재밌는 드라마’보다 ‘맛있는 드라마’가 되기 위한 이들의 노력은 드라마 속 요리 명장(名匠)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두정아 기자 violin80@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