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완벽한 미인형 얼굴은 아니지만 ‘공블리’라는 별명이 생길 정도로 사랑스러움과 매력으로 똘똘 뭉친 배우 공효진. 그의 솔직하고 자연스러운 연기는 지난달 29일에 개봉한 영화 ‘러브픽션’에서도 빛난다. 여배우로서는 썩 내키지 않을법한 겨드랑이털 설정에도 흔쾌히 OK를 외쳤고 ‘공효진 겨드랑이털’이라는 민망한 검색어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별명은 ‘공블리’에서 ‘겨블리’로 바뀌었다. 하지만 그는 “영화 홍보에 도움이 된다면 얼마든지 그렇게 불려도 좋다”며 활짝 웃었다.
영화 개봉 하루 전날이던 지난달 28일 서울 압구정 카페에서 공효진을 만났다. 마치 크리스마스이브처럼 설렌다며 영화 개봉을 손꼽아 기다리는 그의 모습에서 아이 같은 천진난만함이 보였다. “영화가 정말 잘 돼야한다”는 그의 바람처럼 영화는 개봉 첫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고 개봉 8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러브 픽션’은 완벽한 사랑을 찾아 헤매다 31세까지 제대로 된 연애 한번 못해본 소설가 주월(하정우)이 꿈에 그리던 완벽한 여인 희진(공효진)을 만나며 벌어지는 연애담을 그린다. 연애가 시작되는 순간부터 연애의 절정, 이별 등 전반적인 과정을 담아내며 냄비처럼 확 타올랐다가 식는 남자와 서서히 타오르는 여자의 엇갈린 사랑 곡선을 묘사한다. 연애의 달콤함만이 아닌, 단맛 쓴맛 짠맛 신맛 등 다양한 맛을 느낄 수 있다.
공효진 ‘러브픽션’ VS 김민희 ‘화차’
공효진, 김민희, 신민아는 한때 패션잡지를 휩쓸던 인기모델이었다. ‘소녀모델 전성시대’를 이끈 주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때의 인연으로 친분을 쌓은 이들은 나란히 배우로 성장했고 서로에게 힘이 돼 주는 동료이자 오랜 친구가 됐다.
“VIP 시사회 날 (신)민아가 바로 제 옆자리에 앉았어요. 영화 보는 내내 정말 즐거워하더라고요. 하정우 오빠의 개그가 자기 코드랑 맞는대요. 오빠가 로커 옷을 입고 매니큐어 칠한 것만 봐도 까르륵 넘어가더라고요.”
‘절친’ 김민희와는 스크린에서 맞대결을 펼쳐야 하는 얄궂은 운명에 처했다. ‘러브픽션’ 개봉 후 일주일 뒤에 김민희 주연의 ‘화차’가 개봉했기 때문이다. 미묘한 경쟁이 있기 마련이지만 두 사람은 서로를 응원하며 토닥였다.
“영화가 공개되기 전에 민희에게 제 분량도 적고 잘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죠. 그런데 시사회 후 민희에게 ‘언니 쿨한 역할도 정말 잘 어울려. 잘했는데 왜 엄살 떨었어’라는 문자가 왔어요. ‘화차’에서 민희의 연기에 대한 칭찬이 많기에 저도 바로 답장을 보냈습니다. ‘연기에 대한 칭찬이 엄청 많더라. 너도 엄살 떨었던데’라고 말이죠(웃음).”
“희진이는 정말 현명한 여자죠. 저라면 그렇게 못 할 것 같은데…”
공효진은 영화를 찍으며 여자들의 대변인이 된 것 같다고 했다. 때문에 서서히 변해가는 주월(하정우)의 모습을 보며 실제로 얄미움을 느끼고 분노하기도 했다. 게다가 하정우의 능청스러운 연기는 더욱 그를 몰입하게 했다.
“희진이라는 캐릭터가 워낙에 잘 참아내고 지켜보는 타입이에요. 남자의 작은 잘못들은 묵묵히 지켜보다가 제대로 실수했을 때 한 번에 눈물을 쏙 뽑아야 해요. 작은 일에도 왈가왈부하면 잔소리라고 생각하기 쉬우니까요. 쭉 참다가 한 방을 노려야 수그리는 것 같아요. 잘못을 축적시켰다가 크게 후회하게 해야 하는 거죠. 그런 면에서 볼 때 희진이는 어쨌든 주월을 후회하게 했으니 현명한 여자죠. 실제 저는 잘 못 그러는 편이라 희진이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꼈습니다.”
영화는 현실의 사랑을 가감 없이 솔직하게 보여준다. 그는 영화를 통해 꼭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고 했다.
“우리 영화가 어떤 의미나 교훈을 주려고 하지는 않습니다. 단지 여자들은 영화를 보면서 ‘저런 남자는 많지 않을 거야’라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고요, 남자들은 어떤 모습이 여자들 눈에 미워 보이는지 깨달았으면 좋겠습니다. 덧붙여 사랑에 대해 한마디 하자면, 내가 사랑했던 누군가가 멋있든 별로였든 사랑했던 순간을 부정하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그 기간이 길든 짧든 상처를 주든 받든 사랑을 나눈 남녀일 뿐이니까요. 우리 영화를 통해 사랑의 희망과 공감을 얻어 가시길 바랍니다.”
“욕 잘하는 여자 마초 연기 꼭 해보고 싶어요”
공효진은 연기자로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파스타’ ‘최고의 사랑’ 등 유난히 친숙하고 자연스러운 연기로 큰 사랑을 받아온 그는 강렬한 캐릭터로의 변신을 하고 싶다고 했다. 특히 악녀나 마초역할을 원했다.
“여자 마초 연기를 하면 정말 잘할 것 같습니다. 때리고 피나고 그런 것 말고 인물에서 강렬한 카리스마가 뿜어지는 캐릭터요. 사람들이 제가 욕을 잘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이왕 그런 거 시원하게 욕을 마구 할 수 있는, 평생 할 욕을 다 해볼 수 있는 캐릭터를 해보고 싶어요. 정말 재밌을 것 같아요.”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 / 사진=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