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방송진단] MBC ‘무한도전’ 결방 9주째 “예능과 뉴스는 달라서…”

[Ki-Z 방송진단] MBC ‘무한도전’ 결방 9주째 “예능과 뉴스는 달라서…”

기사승인 2012-03-24 14:12:00

[쿠키 연예] MBC 총파업 여파로 인기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결방이 장기전에 돌입했다. 오는 24일과 31일에도 스페셜 방송이 예정돼 있어 현재 9주차 결방까지 확정된 상태다. 2개월이 넘도록 ‘무한도전’은 지난 프로그램을 짜깁기한 재방송을 내보내고 있다.

지난 1월 30일 김재철 사장의 퇴진과 공영방송의 정상화를 외치며 총파업에 돌입한 MBC 노조는 보도국을 비롯 드라마와 예능 피디들까지 제작 현장에서 손을 놓고 실정이다.

파업 직후부터 ‘무한도전’은 스페셜 방송을 내보냈고, 첫 주 10.2%의 시청률을 올리며 한 주 새 반토막 수준을 기록했다. 동시간대 가장 높은 시청률을 올리며 MBC 예능 프로그램의 일등공신으로 자리를 지켜온 만큼 타격이 크다.

현재 ‘우리 결혼했어요’는 대체인력을 투입해 촬영 중이며 ‘우리들의 일밤’은 외주제작사가 새 코너들을 선보이고 있다. 왜 유독 ‘무한도전’만 2개월이 넘도록 재방송을 강행하고 있는 것일까.

‘무한도전’은 대한민국 예능을 리얼 버라이어티로 바꾸어 놓은 주인공으로 예능의 역사를 다시 쓴 프로그램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5년 출범해 이듬해부터 새로운 포맷을 선보이며 상승세를 타다 2007년부터 지금까지 정상의 위치를 지키고 있는 프로그램으로, 탄탄한 마니아 층을 형성하며 장기적인 인기를 끌어왔다.

창의적인 기획과 뛰어난 편집, 재치 넘치는 자막의 삼박자가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고, 출연진들의 인기 또한 급상승세를 탔다.

MBC에 따르면 ‘무한도전’이 다른 프로와 달리 강한 프로그램인 만큼 새 인력을 투입시키는 데에 어려움이 많고, 당장 다른 프로그램을 내보내기에는 브랜드 가치가 너무 크기 때문에 쉽게 상황을 바꾸기 어렵다.

이렇듯 ‘무한도전’ 결방의 장기전을 예고하는 가운데 MBC는 향후 어떻게 방송을 대체할지에 대한 관심도 쏠리고 있다.

MBC 편성 관계자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현재 장기 계획을 세우고 있지 는 않다”라며 “‘무한도전’이 지속적인 결방을 할 경우 해당 시간대에 다른 프로그램의 편성을 할 계획이 없느냐고 묻는 경우가 많은데, 지금으로써는 어떠한 대답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언제든지 상황은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21일 MBC 최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 정기이사회에서 야당측 이사들은 그동안 여당 이사들 반대로 다루지 못한 김 사장 해임안을 제출했다.

방문진 이사회는 야당 측 인사 3명과 여당 측 인사 6명으로 구성돼 있다. 5명 이상이 동의하면 의결되며 주총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김재철 사장의 해임안이 제출됐지만 파업에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MBC 노조 관계자는 통화에서 “해임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현재 제로에 가깝다”라며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김재철 사장의 사퇴인 만큼 (파업의) 장기전을 예상할 수밖에 없다”라고 강경한 입장을 전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당분간은 사측과 노조의 극적인 조율이나 화해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총선 이후 정기국회가 다시 꾸려지고 방송사 사장을 대상으로 하는 청문회를 통해 정당한 심판을 받는 것이 유일한 예상 시나리오다.

노조의 총파업을 지지하며 울며 겨자 먹기로 스페셜 편을 시청하는 팬들도 많지만 일부에서는 ‘볼 권리’를 주장하며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언제까지 스페셜 방송만 할 건가’라는 질문의 글이 줄을 잇고 있다.

한 시청자는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 “공정 보도와 관계없는 예능 프로그램이 ‘무한도전’까지 굳이 결방할 필요가 있느냐”며 불만을 표출했다. 하지만 공영방송의 정상화라는 파업의 의도에 대해서는 지지하는 분위기다. 방송을 보지 못하는 불만만큼이나 “꼭 승리하세요”라는 응원의 글이 쇄도하도 있다.

한 문화 평론가는 “일반 기업과 달리 방송사는 공공성을 지니고 있어 파업에 대한 일반인들의 영향이 크다”라며 “사람들은 TV가 없어도 인터넷이나 신문 등 다른 매체를 통해 정보를 얻는 등 아무런 불편함이 없다. 9시 뉴스가 10분이 방송돼도 큰 불편함을 느끼지 않지만, 오히려 예능 프로그램은 그 반대다. 하나의 오락거리가 사라지기 때문에 다른 장르의 프로보다 더 그 부재의 존재감이 크게 느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두정아 기자 violin80@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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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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