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김동호 前 BIFF위원장 “첫 감독 데뷔…주연은 안성기·강수연”

[쿠키人터뷰] 김동호 前 BIFF위원장 “첫 감독 데뷔…주연은 안성기·강수연”

기사승인 2012-03-29 07:59:01

[인터뷰] 다들 은퇴를 생각할 나이이지만, 김동호(75) 부산국제영화제(BIFF) 명예위원장은 고희(古稀)를 훌쩍 넘긴 나이에도 청년 못잖게 건강해 보였다.

모두들 끝이라고 생각할 때 또 다른 시작을 계획하고, 이룰 만큼 이뤘다고 느꼈을 때에도 또 다른 도전을 생각한다. 인터뷰를 위해 BIFF 서울사무소에 만난 김 위원장은 인생 3막을 준비 중이었다.

“내 인생은 세 개의 막으로 나눌 수 있어요. 1막은 지난 1960년대 초부터 약 20년 간 문화공보부에 몸담았던 공직 생활이고 2막은 BIFF를 비롯 영화와 함께 보낸 22년의 세월이지요. 3막은 바로 지금이에요. 영화 인력을 양성하고 인재를 발굴해 한국영화의 발전과 미래를 이끌어가자는 데에 모든 것을 걸었습니다”

BIFF 집행위원장으로서 아시아 최대 영화제로 성장시키며 20년 넘게 한국영화계를 대표하는 인물로 손꼽혀온 김 위원장은 지난 2010년 제15회를 끝으로 BIFF에서 ‘아름다운 퇴장’을 했다.

그는 퇴임 4년 전 BIFF 창단 멤버인 이용관 현 집행위원장과 공동집행위원장 제도를 만들어 퇴장을 준비했고, BIFF 전용 상영장인 ''영화의 전당'' 개관식을 1년 앞두고 차기 위원장에게 개관의 영광을 남긴 채 스스로 자리를 비웠다.

내려놓아야 할 때 내려놓을 수 있는 용기가 절실한 우리 사회에서 몸소 ‘아름다운 퇴장’을 실천한 김 위원장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영화인으로서의 행보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올해 단국대 영화콘텐츠전문대학원 원장으로 취임했고, 올 가을에는 감독 데뷔를 앞두고 있다.

“오는 5~6월에 촬영을 시작할 예정이고 시나리오는 나왔어요. 중국의 장률 감독이 시나리오를 썼는데 영화제 심사과정에서 벌어지는 내용을 그려낸 작품입니다. 배우 안성기, 강수연 씨가 선뜻 출연해 주시겠다고 해서 캐스팅도 완료됐고요. 현재 스태프 구성과 일정 등을 논의 중입니다.”

김 위원장의 영화 제작은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AISFF)의 요청으로 성사됐다. 오는 11월 열리는 AISFF는 올해 10주년을 맞아 김 위원장에게 개막작으로 상영될 단편영화 연출을 요청했고, 김 위원장은 “상당히 의미 있는 작업”이라며 흔쾌히 수락했다. 이재용 감독의 ‘정사’와 장률 감독의 ‘이리’ 등에 출연했던 경험은 있지만 감독으로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한 김 위원장은 지난 2년 간 준비해 오던 단국대 영화콘텐츠전문대학원을 이번 학기부터 시작했다. 그는 “지난 15년간 BIFF를 창설하고 발전시키는 데 열정을 쏟으면서, 특히 해외에 머물며 한국영화의 문제점을 누구보다 절실하게 깨달았다”라며 “이론보다 실기 중심의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고, 창의적 인재를 필요로 하는 분야인 디렉팅, 프로듀싱, 스크린라이팅 분야의 전문 인력을 양성할 것”이라고 전했다.

교수진의 면면도 화려하다. 이명세와 곽경택, 김태용, 윤제균, 박기용 감독을 비롯해 이춘연과 심재명, 오정완, 김미희 등 국내 굴지의 제작사 대표까지 총출동했다. 김 위원장은 일일이 이들을 만나 설득하며 영입에 공을 들였고, 일주일에 3시간 강의를 하며 전문가들을 초청해 특강을 열 계획도 갖고 있다.

뿐만 아니다. 독립영화에 대한 관심이 남다른 김 위원장은 민간독립전용영화관 설립추진 모입의 공동대표로서, 전용관을 짓기 위한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는 “독립영화에 대한 영화진흥위원회 지원이 끊기면서 자체적으로 기금을 모으자는 움직임이 오래 전부터 있었다”라며 “무엇보다 후원금이 중요하다. 독립영화가 잘 돼야 한국영화가 잘된다고 생각한다. 관계자들의 적극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했다.

최근 인상 깊게 본 영화로는 변영주 감독의 ‘화차’를 꼽았다. 김 위원장은 “상당히 잘 만들어졌고, 오랜만에 변 감독이 흥행성 있는 영화를 만들어 기대가 크다”고 전했다. 영화인으로서 그리고 이제는 교육자와 감독으로서 더 바쁜 행보를 펼치게 된 김 위원장. 그의 인생 3막은 이렇게 조용히 그리고 화려하게 시작되고 있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두정아 기자 violin80@kukimedia.co.kr
두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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