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2년여 전, ‘꿀벅지’라는 애칭을 얻으며 수많은 CF에 출연하는 큰 인기를 누리던 시절보다 오히려 지금이 더 행복해요. 당시에는 늘 바빠 ‘내가 지금 뭐하는 거지?’하는 생각을 했었지만, 지금은 많이 사랑해주시고 관심 가져주시는 것에 대해 늘 감사하고 행복해요.”
그룹 애프터스쿨의 유이(24)에게는 예전엔 없던 여유가 생겼다. 예전보다 더 잘 웃고, 애교도 많아졌다. 삶의 만족도가 높아진 까닭이다. 아무것도 모르던, 바쁘기만 했던 신인 시절과는 사뭇 다르다. 인터뷰를 위해 서울 한남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유이는 물을 머금은 듯 생기가 넘쳤고,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저 완전 뻔뻔해지고 능글맞아졌대요. 스케쥴 마치고 밤늦게 집에 들어갈 때도 동네 주민들과 마주치면 반갑게 인사를 나눠요. 모르는 사람들과도 마치 만났던 사이인 것처럼 스스럼없어졌어요. 예전에는 그러지 않았는데요, 요즘에는 무표정하게 있으면 화나 보여서 늘 웃으려고 노력하고 그래요.”
몇 년 전부터 ‘꿀벅지’라는 애칭을 얻으며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때도 느끼지 못했던 행복과 고마움을 요즘에서야 느끼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최근 출연했던 KBS 주말드라마 ‘오작교 형제들’에서 극과 극인 연기를 넘나드는 감정 연기로 호평을 받으며 지난 연말 KBS 연기대상 신인연기자 부문을 수상한 유이는 갈수록 연기에 욕심을 보이며 자신감을 찾은 모습이다.
높은 시청률과 작품에 대한 만족도 그리고 ‘연기에 물이 올랐다’는 평을 들었던 기쁨이 아직도 가시지 않았다. 극중 황창식(백일섭) 친구의 딸로, 타인의 시선에 연연하지 않는 자존감 높은 백자은 역을 맡은 유이는 사랑하는 남자 앞에서는 귀엽고 애교 있는 모습으로, 또 어른 앞에서는 싹싹하고 붙임성 있는 모습을 보여 예쁨을 독차지 하는가 하면 또 감정신에서는 진정성 있는 연기를 선보이는 등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과시했다.
크고 동그란 눈 때문인지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으면 화가 난줄 알고 쉽게 다가오지 못했는데, 이제는 거리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이 직접 다가와서 ‘드라마 너무 잘 봤다’고 스스럼없이 인사를 건넨다. 모르는 사람과도 이제는 반갑게 웃으며 인사를 나누는 자신에게 스스로 놀라기도 한다.
“다양한 연령층에서 저를 알아봐주시고 좋아해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고요, 주말드라마의 힘을 느꼈어요. 그간 많은 사랑을 주셨지만, 그동안 제 이미지가 다소 세 보이는 부분이 있었다고 해요. 남들과 스스럼없이 대화하는 성격은 아니었는데, ‘오작교 형제들’ 이후에는 편의점을 들어가도 다들 반갑게 인사 해주시니, 얼마나 많이 친근해졌는지 몸소 느꼈어요.”
자은이로 사랑을 받았던 유이는 “지금 돌이켜 보면 한 회 한 회가 아쉽다. 테크닉적으로 좀 더 좋은 연기를 보였을 수도 있을텐데 아쉬움이 남는다”라며 “특히 눈물 신에서는 감정의 절제를 하고 연기해야하는데, 너무 폭발해서 엉엉 울었던 것 같다.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했다는 평도 얻었지만, 대사까지 잘 전달하며 감정 연기를 펼치려면 10년은 더 걸릴 것 같다. 할수록 어려운 게 연기”라고 말했다.
과거에는 걸그룹 특유의 발랄함과 화려함 그리고 빼어난 몸매 등으로 주목을 받았다면 드라마를 통해서는 대중적인 친근한 느낌을 전하게 돼 그저 행복할 뿐이다. 때로는 귀여운 막내 동생 같고, 때로는 든든한 선배인 것 같은 유이의 매력이 무대와 드라마를 통해 더 다양한 매력을 양산한 셈이다.
3년 전부터 드라마 ‘버디버디’와 ‘미남이시네요’ ‘선덕여왕’ 등을 통해 연기 경력을 쌓아온 유이는 “과거에는 가수가 70, 연기가 30이었다면 요즘에는 50과 50으로 가수와 연기가 똑같이 좋아졌다”며 “가수로 무대에 오르면 연기에 대한 생각이 많아지고, 또 연기만 하다보면 무대가 그리워진다. 행복한 고민”이라고 전했다.
현재는 일본을 오가며 가수로서 그룹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일본으로 가는 비행기는 한류스타들의 집합소와 같다. 그는 “엊그제 비행기 안에서 2AM과 마주쳤는데, 때마침 ‘뮤직뱅크’에서 1위를 한 다음날이라 축하한다며 인사 나눴다”라며 “최근 일본에서 첫 앨범을 발매했는데 3개 도시에서 콘서트도 하게 됐다. 아직 우리는 초보다. 많은 그룹들이 일본에서 사랑받고 있지만 우리는 아직 갈 길이 많다”며 웃었다.
자세히 보니, 한쪽 눈에만 아이라인이 두껍게 그려져 있다. 양쪽의 눈 크기가 달라 화장법을 통해 균형을 맞춘 것이다.
“사실 짝눈이 콤플렉스예요. 하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해요. 예전에 눈을 살짝 집었었는데, 그게 풀린 거예요. 저도 여잔데, 쌍커풀을 다시 하고 싶지만 시간이 없네요.(웃음) 당분이 이렇게 지내려고요. 짝눈도 매력이 될 수 있잖아요?”
그룹 활동을 하며 연기까지 병행하려면 힘든 스케쥴을 소화하기 마련이다. 팀을 탈퇴해 솔로 활동을 할 생각은 없냐고 묻자, 큰 두 눈을 더 크게 뜨며 손사래를 친다.
“예전에 혼자 솔로곡을 무대에서 부른 적이 있는데, 굉장히 떨리고 불안했어요. 어린 시절 운동을 해서 그런지 단체 생활이 편해요, 전. 그룹에 벌써 동생이 네 명이나 생겼고, 책임감도 크고요. 팀워크나 동료애 등을 중요시하고 소중함을 자연스럽게 느껴가는 것 같아요.”
꼭 연기해보고 싶은 캐릭터를 물더니 “액션 연기를 하고 싶다”고 답한다.
“주말드라마를 통해 친근함을 드렸다면 다음 작품에서는 파격적이고 강렬한 이미지를 연기하고 싶어요. 하지원 선배님 같은 액션신도 선보이고요. 아, 한편으로는 청순가련한 여주인공도 탐나는데, 과연 저에게 기회가 주어질지….(웃음) 올해 안에 차기작이 결정될 것 같고, 가을까지는 그룹 애프터스쿨의 멤버로서 최선을 다하려고 해요. 무대에서 자주 뵙겠습니다!(웃음)”
국민일보 쿠키뉴스 두정아 기자 violin80@kukimedia.co.kr 사진 박효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