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갑상선암, 적절한 치료 위한 부분절제술이 현실적

[칼럼]갑상선암, 적절한 치료 위한 부분절제술이 현실적

기사승인 2012-04-09 16:01:01

[쿠키 건강칼럼] 최근 발견되는 갑상선암은 대부분 크기가 수밀리미터에 불과한 미세암이며 전신전이가 거의 없는 유두상암이다. 갑상선 미세암은 치명적인 암이 아니며 서서히 자라기 때문에 어느 정도 여유를 갖고 지켜볼 수 있어 수술 여부를 두고 고민하게 된다.

필자의 경우 암을 갖고 있을 때의 위험성과 수술에 따른 위험성, 환자의 부담 등을 고려해 수술 여부를 결정하지만 환자에게 설명하는 것이 만만치 않다. 환자는 자신에게 ‘암’이 있다는 사실에 일단 정신이 반쯤 나간다. 암에 대한 일반적인 공포가 있기 때문에 어떤 암이라도 죽음을 뜻한다고 여긴다. 갑상선암이 작을 경우 그다지 치명적이지 않다는 것을 아는 이들은 여유 있게 설명을 듣는다.

그러나 암은 곧 치료하지 않으면 치명적이라고만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미세 유두상암을 치료하지 않고 지켜볼 수도 있는 암이라는 것을 설득하기란 어렵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현재로서는 갑상선암으로 판명되거나 암이 의심스러운 사람들은 거의 다 수술을 받게 된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암은 4~5㎜에 불과한데 과연 갑상선은 얼마나 떼어내야 하나? 림프절 전이가 있을 수도 있는데 림프절 청소를 어디까지 하면 좋을까? 동위원소 치료가 필요한가?’를 항상 고민하게 된다. 현재 미세 갑상선암 수술은 크게 두 가지 방향이 있다. 갑상선을 모두 제거하는 완전절제수술과 절반 정도만 제거하는 부분절제수술이다.


완전절제술은 갑상선암도 암이므로 완벽하게 치료하자는 것이다. 또한 수술 후에 남아있을지 모를 암세포를 죽이기 위해
방사선 동위원소치료를 위해 정상 갑상선 조직을 모두 제거한다. 완벽이라는 것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알 수 없지만 깔끔하게 치료하자는 것이다. 그 결과 환자는 양쪽을 수술하게 돼 성대 마비의 위험성이 2배 증가하고 부갑상선 기능 저하증으로 평생 손발 저림으로 고생할 위험성이 2배 이상 증가한다.

수술 후에도 평생 갑상선 호르몬에 의존하게 된다. 동위원소 치료까지 받는다면 방사선으로 인한 침샘염증으로 간헐적으로 침샘이 붓거나 입안이 마른다. 완전절제술의 대가로는 재발률이 다소 낮아지고 생존률이 조금 높아질 뿐이다. 그렇지 않아도 미세갑상선암 생존율은 90%를 넘기 때문에 환자에게 그런 차이는 설탕물에 꿀을 섞는 것과 같다. 실제로 그런 차이를 느낄 수는 없다. 그것은 치료를 담당하는 의사들이 얻는 소득일 수도 있다.

갑상선을 암이 있는 쪽만 수술하는 것은 어떠한가? 할 수만 있다면 암조직만을 발려내는 것이 가장 좋은 치료법일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좋은 눈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암주위에 정상 조직을 충분히 포함시켜 잘라내는 것이다. 멀쩡해 보이는 반대쪽까지 잘라내는 것은 너무 아깝지 않은가? 유방암 환자에게
한쪽 유방을 제거하면서 반대쪽도 불안하니 떼어 내자면 너무 지나친 수술이듯 실제하는 위험이 없다면 더 이상의 해를 끼치지 말아야 한다.

미세암이라 하더라도 같은 쪽 기관 주위 림프절이나 갑상선 주위 림프절에 눈에 보이지 않는 전이가 있을 수 있으므로 그곳을 살펴보고 림프절을 청소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 아닐까 한다. 이런 식의 수술은 환자에게 부담이 적다. 반회신경 마비도 적고, 부갑상선 기능 저하증도 없다. 한쪽 갑상선이 남기 때문에 유사시에 약국이 문을 닫는다 하더라도 걱정이 없다.

혹시 반대쪽 갑상선에서 새로이 암이 생겨나거나 수술부위 림프절에서 재발하더라도 우리나라 의료체계에서는 큰 비용 부담 없이 성공적인 재수술이 가능하다. 물론 재발률도 몹시 낮고 재치료 성공률도 매우 높다. 생존률에 대한 장기적인 통계는 아직 나와 있지 많지만 전절제술과 거의 차이가 없을 것이다. 이렇게 보면 좋은 수술법인데 왜 아직도 논란이 계속되는 것일까?

먼저 임상적 갑상선암에 대한 전통적인 치료에 대한 관념을 미세암에 그대로 적용시킨 오류가 있다. 임상적인 갑상선암에서 한쪽만 수술할 경우 나중에 반대쪽에서 암이 생길 수 있으니 동시에 수술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큰 암에서도 대부분의 환자에서는 그런 일이 없으며 한 쪽 수술만으로 충분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최근처럼 2~3㎜의 암도 발견해 낼 수 있는 초음파로 반대쪽도 다 점검해서 수술 당시 반대쪽에 그런 암이 없다는 것을 알고 수술하기 때문에 다시 재발하는 경우도 그리 많지 않다.

물론 일부 환자는 수년간 지켜보면 남아 있는 쪽에서 새로이 암이 생기기도 한다. 이럴 경우는 한 번 더 수술해야 하는 부담이 있으나 재발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피부 절개만 다시 할 뿐 어차피 수술하지 않은 쪽이므로 옛날에 할 것을 지금 한다고 생각하면 크게 억울할 것도 없다.

또한 림프절 전이가 나중에 발견되는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갑상선을 모두 떼어낸 경우에도 발생할 수 있다. 어차피 동위원소 치료를 해도 아주 미세한 암만을 죽일 뿐 큰 덩어리는 다 죽이지 못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림프절 전이도 큰 부작용 없이 처리할 수 있다. 따라서 동위원소 치료를 하지 않아서 림프절에서 재발했다기보다는 처음 수술 때 림프절을 완벽히 제거하지 못했기 때문인 경우가 훨씬 많다. 또 미세 유두상암은 전신 전이가 거의 없기 때문에 동위원소의 역할이 그리 크지 않다.

이상을 종합해 볼 때 아직 통계적 근거는 없지만 미세유두상암 환자에서는 갑상선 부분절제술이 환자 입장에서는 상당히 매력적인 수술법이라 생각될 것이다. 더군다나 요즘처럼 갑상선 미세암이 늘어나는 추세라면 완벽한 치료법(?)보다는 적절한 치료법이 더 현실적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추가로 손으로 만져질 정도로 큰 임상적 갑상선암인 경우에도 위험도가 낮은 45세 이하의 환자에서는 병변이 있는 쪽 갑상선만 제거하고 같은 쪽 기관 주위 림프절을 청소하는 경우도 많다. 즉 갑상선암은 치명적인 암이 아니며 추가 치료가 가능하고 최악의 경우 동위원소 치료가 가능한 암이므로 미세암에서는 너무 지나치지 않는 치료가 좋다.

건국대병원 이용식 교수

-서울대의과대학 졸업

-원자력병원 진료과장·진료부장

-국립암센터 초청연구원

-건국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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