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연예]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스타 PD들이 최근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하며 그 명성이 무색해지고 있다.
지난 1월 국내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3000여 명의 네티즌을 대상으로 ‘가장 신뢰하는 드라마 PD’를 설문조사한 결과 ‘다모’와 ‘베토벤 바이러스’를 연출한 이재규 PD가 1위를 차지했다. 이어 ‘가을동화’와 ‘겨울연가’ 등 계절 시리즈를 통해 원조 한류 드라마를 양산한 윤석호 PD가 2위를 차지하며 뒤를 이었다.
하지만 인기인 신뢰도와 시청률은 꼭 비례하지 않은 것일까. 최근 이재규 PD의 MBC 수목드라마 ‘더킹투하츠(이하 ‘더킹’)’는 점차 시청률이 하차하며 위기에 닥쳐 있고, KBS 월화드라마 ‘사랑비’의 윤석호 PD는 초반부터 줄곧 5%대의 시청률을 올리며 외면받고 있다.
이재규 PD의 ‘더킹’은 시청률 40%를 넘긴 ‘해를 품은 달’의 후속으로, 화려한 출발을 했다. ‘더킹’은 첫 방송에서 전국 시청률 16.2%(AGB닐슨미디어리서치)을 올리며 ‘옥탑방 왕세자(이하 ‘옥세자’)’(9.8%)와 KBS ‘적도의 남자’(7.7%)를 누르고 수목극 1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 5일 방송에서 ‘더 킹’은 12.5%를 기록한 ‘옥세자’보다 0.4% 포인트 낮은 시청률을 올리며 역전을 지켜봐야했다. 가장 최근 방송인 13일에는 ‘옥세자’가 12.5%를, ‘더킹’은 11%의 시청률을 올렸으며 ‘적도의 남자’는 10.8%를 기록했다.
‘더킹’은 대한민국이 입헌군주제라는 설정 아래 남한의 왕자와 북한의 특수부대 여자교관이 정략결혼을 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려내고 있다. 첫 회부터 두 주인공들의 불꽃 튀는 만남이 전개되면서 시선을 끌었으나 갈수록 긴장감이 떨어지며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지 못한다는 평이다.
하지원의 뛰어난 북한 사투리와 액션신 그리고 이승기의 ‘허당’ 캐릭터 연기는 초반 눈길을 사로잡았지만 가상 현실이라는 설정 아래 펼쳐지는 장황한 정치 이야기는 갈수록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다.
남한 왕자였던 이재하(이승기)는 형이자 국왕이었던 이재강(이성민)의 죽음으로 인해 왕의 자리에 올랐고, 철부지 공주였던 왕실 유일의 공주 이재신(이윤지) 역시 봉구로 인해 하반신 마비되는 사고를 당했다.
군사복합체 클럽 M 수장 김봉구(윤제문) 등 재하가 왕이 되면서 본격적으로 남북 화해를 방해하는 세력들과의 피할 수 없는 대결을 예고하고 있지만, 비서실장이 비틀즈 음반 한 장에 대통령의 거처에 대한 실마리를 넘긴다는 설정 등 다소 허술해 보이는 듯한 상황이 아쉬움을 남긴다는 평이다.
또한 초반에는 여유롭게 흘러가며 디테일을 살렸던 것과 달리, 갈수록 속도감을 높여 빠른 전개를 보임으로 인해 개연성을 얻지 못한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임펙트 없는 장면들의 연속으로 쉽게 말해 ‘재미가 없다’는 평을 듣고 있는 것. 무엇보다 과도한 PPL이 집중도를 흐트러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해 역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현재 ‘옥세자’에 1위자리를 놓친 것뿐 아니라 ‘적도의 남자’의 꾸준한 상승세에도 긴장을 늦출 수는 없다. 겨우 0.2% 포인트 차이를 보이고 있어 또다시 역전을 올릴 가능성이 적지 않다. 시청률 1위로 화려하게 출발한 ‘더킹’이 졸지에 꼴찌를 전락할 위기에 놓인 상황이다.
윤석호 PD는 섬세하고 따뜻한 멜로를 통해 시청자의 감성을 건드리고 심미적 영상 스타일을 추구해 수많은 아름다운 명장면을 연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첫사랑의 아련하고 애잔한 추억을 그려낸 ‘겨울연가’는 KBS에서 2002년 제작 방영한 드라마로, 일본 NHK로 수출되면서 500억 이상의 매출을 올리며 ‘한류열풍’을 이끈 주인공이다.
윤 PD는 올해 ‘겨울연가’ 10주년을 맞이해 여느 때보다 큰 의미로 새 작품을 선보인 셈이었다. 특히 ‘가을동화’ ‘겨울연가’로 호흡을 맞춘 오수연 작가와 9년 만에 재회한 것은 그 무엇보다도 큰 기대를 갖게 했다.
‘사랑비’는 70년대 순수했던 사랑의 정서와 현시대의 트렌디한 사랑법을 동시에 펼쳐내 시대를 초월하는 사랑의 본질을 이야기하는 드라마다. 두 시대의 청춘들이 진정한 사랑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주며 건조하고 감성이 메말라가는 현실에 촉촉한 단비와 같은 감동을 선사하겠다는 각오로 시작됐다.
하지만 지난 달 26일 첫 선을 보인 ‘사랑비’는 5.8%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동시간대 가장 낮은 성적표를 받았다. 50부작으로 기획돼 64부작으로 연장 방송을 결정한 MBC ‘빛과 그림자’의 탄탄한 시청자층과 신세경과 유아인, 이제훈, 권유리 등 인기 배우들이 출연하는 트렌디 드라마 SBS ‘패션왕’과의 대결이었다.
6.6%의 마지막 시청률을 올리며 쓸쓸히 퇴장한 전작 ‘드림하이2’도 첫 방송만큼은 10%대를 넘기며 드라마에 대한 기대를 받았었다. 하지만 ‘사랑비’는 장근석과 윤아라는 톱스타를 내세웠지만, 좀처럼 시청률은 5%대를 넘지 못하는 연속되는 굴욕을 겪고 있다.
70년대 배경의 풋풋하고 아름다운 첫사랑은 너무 ‘올드’한 이야기인 것일까. ‘사랑비’는 좀처럼 시청자들의 감성을 자극하지 못하고 있다. 윤 PD 특유의 영상미는 돋보이지만, 지나치게 느린 전개로 지루함을 안기고 있다는 평이다. 너무 잦은 오해로 인한 주인공들의 연속된 엇갈림은 오히려 집중도를 떨어뜨리고, 반감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한류 주역인 장근석과 소녀시대 윤아를 앞세워 일본 수출을 겨냥한 듯, 일본 로케이션 촬영분도 극의 흐름을 방해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수출이나 인기를 떠나 작품만을 생각하던 때와 달리, 여러 가지의 이해관계로 인해 초심이 흔들린 감독의 연출이 팬들에게는 아쉬움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사랑비’는 지난 9일 방송 분부터 70년대에서 2012년으로 넘어와 제2의 서막이 시작됐다. 첫사랑은 쉽게 진부할 수 있다. 또한 향후 아름다운 사랑의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갈등과 오해를 벗어나기는 힘들다. 하지만 갈등과 오해 이외에 드라마의 생기를 부여할 그 무엇인가가 부재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 짚고 넘어갈 문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두정아 기자 violin80@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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