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방송에서 줄곧 수목극 꼴찌를 유지했던 KBS ‘적도의 남자’가 12%(AGB닐슨미디어 기준)의 전국 시청률을 기록하며 SBS ‘옥탑방 왕세자(‘옥세자’)’(11.4%)와 MBC ‘더킹투하츠(‘더킹’)’(10.8%)를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불과 한 달 전인 지난 3월 21일, 일제히 새 수목극을 선보였던 방송 3사는 전혀 다른 판도로 시작했다. ‘더킹’은 전국 시청률 16.2%를 기록하며 전작인 ‘해를 품은 달’의 여세를 몰아갔고, ‘옥세자’는 9.8%를, ‘적도’는 7.7%에 머물렀었다. ‘적도’보다 두 배 넘은 시청률을 기록하던 ‘더킹’이 한 달 만에 처지가 바뀐 셈이다.
지난 5일 방송에는 ‘옥세자’는 ‘더킹’을 앞서며 반란을 일으켰고, ‘적도’ 또한 줄곧 10% 이상의 시청률을 올리며 느리고도 꾸준히 추격을 해왔다. 하지원과 이승기의 ‘더킹’ 그리고 박유천과 한지민의 ‘옥세자’에 비해 엄태웅과 이준혁의 주연인 ‘적도’는 초반 화제성에 있어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KBS에서조차 큰 기대를 하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일찌감치 자조 섞인 분위기가 맴돌았으나 시청률 10%를 돌파하며 역전의 자신감을 갖게 됐다. 지난 9일 KBS 고영탁 드라마 국장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초반에는 시청률이 밀렸으나 후반부에는 우리가 1위를 할 것 같다”며 기대감을 드러낸 바 있다.
‘적도의 남자’는 엇갈린 운명에 맞서 치열한 삶을 사는 뜨거운 욕망을 가진 두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다. 2008년 안방극장을 뜨겁게 달궜던 ‘태양의 여자’ 김인경 작가의 신작으로, 욕망과 용서를 다뤘던 ‘태양의 여자’의 남자 버전으로 화제를 모았다.
김선우(엄태웅)은 부산 최강의 주먹으로 사고만치는 문제아였으나 우등생 이장일(이준혁)과 친구가 되면서 꿈을 갖게 되지만, 자살로 위장된 아버지의 죽음을 파헤치다 결국 장일의 배신으로 시력을 잃게 된다.
18일 방송에서는 선우가 수술로 시력을 되찾은 후 아버지를 죽이고 자신의 눈까지 멀게 만든 자에게 복수하기 위해 13년 후 로얄트리 투자신탁 사장이 돼 돌아온 모습을 그렸다. 앞으로 펼쳐질 복수극의 전조였다. 남자의 흥미진진한 엇갈린 구도가 극의 긴장감과 재미를 동시에 불러일으키며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19일에는 선우의 본격적인 파란만장한 복수가 그려질 전망이다. 힘겹게 수성한 1위의 자리를 앞으로 계속 유지할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두정아 기자 violin80@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