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연예] 지난해부터 판타지 사극 열풍이 일더니, 최근에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타임슬립(Time-slip)까지 더해지는 드라마 속 설정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최근 방영되고 있는 SBS 수목드라마 ‘옥탑방 왕세자’를 비롯 tvN의 ‘인현왕후의 남자’가 시청자의 사랑을 받고 있으며 곧 방영될 MBC 새 주말드라마 ‘닥터진’과 SBS 새 수목드라마 ‘신의’도 이러한 열풍에 가세한다.
네 작품 모두 시간 여행을 하는 타임슬립이라는 점에서 맥락을 같이 하고 있는데, 조선시대 인물이 2012년을 오가며 시공간을 뛰어 넘은 사랑을 그리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타임슬립은 수없이 드라마와 영화로 각색돼온 역사 속 이야기를 그대로 담아내지 않고 ‘만약 ~라면 어땠을까?’하는 의문에서 시작되는 판타지물이다. 무게감 있는 사극을 기대했다면 다소 실망이 될 수 있지만, 소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설정과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은 눈길을 사로잡을만 하다.
‘옥탑방 왕세자’는 조선시대 왕세자가 세자빈을 잃고, 300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21세기의 서울로 날아와 전생에서 못 다한 사랑을 이룬다는 내용의 판타지 로맨스 드라마다. 사극의 무게감과 과거와 현재를 오가면서 벌어지는 코믹한 설정이 눈길을 끈다. 미스터리가 가미된 로맨틱 코미디로, 조선시대의 무게감과 현재의 밝고 경쾌한 이야기가 젊은 시청자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세자빈 홍씨(정유미)를 잃고 통곡하던 왕세자 이각(박유천)이 300년을 뛰어 넘어 현재의 서울로 오게 되면서 좌충우돌 부딪히는 과정이 재미있게 그려졌다. 경복궁 입구에서 ‘이리 오너라’를 외치다 경찰에게 쫒겨나고 편의점 직원에게 ‘요기할 것을 좀 달라’고 말을 건넸다 정신 상태를 의심 받는다. 우연히 만난 박하(한지민)에게 도움을 요청하게 되고 둘의 사랑이 싹튼다. 뛰어난 캐릭터가 눈길을 끄는데 박유천과 한지민, 정유미를 비롯해 심복 3인방인 이민호와 정석원, 최우식의 활약도 재미를 더한다.
“한국 역사에서 가장 ‘핫’한 스토리를 지닌 장희빈과 인현왕후가 살던 시대로 돌아가면 어떨까 하는 상상에서 시작됐다”는 tvN ‘인현왕후의 남자’는 조선시대의 정치적 음모로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현대에서는 달달한 로맨스를 그려내고 있다. ‘옥탑방 왕세자’가 환생이라는 점에 코드를 둔 코미디에 가깝다면 ‘인현왕후의 남자’는 로맨스를 더 부각시키고 사극 분량이 많다는 것이 특징이다.
‘인현왕후의 남자’는 ‘순풍 산부인과’와 ‘거침없이 하이킥’ 등을 집필한 송재정이 대본을 맡고 ‘별순검’과 ‘뱀파이어 검사’ 등을 연출한 김병수 PD가 메가폰을 잡았다. 배우 지현우는 인현왕후의 복위를 위해 시간을 뛰어넘는 조선시대 선배 김붕도 역을 맡았고 유인나는 2012년 무명 배우의 설움을 겪는 최희진으로 분해 시공간을 뛰어넘는 사랑을 펼친다.
액션과 코믹을 넘나들며 색다른 재미와 풍성한 볼거리를 선사할 ‘인현왕후의 남자’는 다른 타임슬립 드라마와는 달리, 시공을 이동해 한 곳에 오래 머무는 것이 아닌 신비의 부적의 힘으로 수시로 시공간을 넘나드는 박진감 넘치는 설정을 갖췄다. 각종 음모와 사건을 파헤치는 흥미진진한 조선시대의 이야기와 코믹하고 달달한 현재의 비중을 50대 50으로 균형을 맞춰 긴장감과 재미를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골고루 선사하겠다는 전략이다.
5월 26일 첫 방송되는 ‘닥터진’은 10년간 연재된 일본의 만화가 무라카미 모토카의 동명 만화가 원작인 작품으로, 2012년 의사가 시공간을 초월, 1860년대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가 의사로서 고군분투하게 되는 내용을 담은 의학 드라마다. 지난 2009년 일본 TBS 드라마로 제작돼 선풍적인 인기를 몰기도 했다.
드라마는 현대 의사가 과거로 타임슬립하며 시공을 초월해 의술활동을 하며 당대의 역사적 인물들과 만나게 된다는 내용을 그린다. 배우 송승헌이 150년의 시공간을 뛰어넘어 의술을 발휘하는 천재의사 진혁 역을 맡았고, JYJ 김재중은 무인 집안의 후손으로 뛰어난 무예실력을 갖춘 조선 최고의 무관 김경탁 역으로 첫 사극에 도전한다. 또한 이범수가 조선시대 풍운아 이하응 역을, 박민영은 유능한 외과의사 유미나와 조선시대 몰락한 가문의 양반집 규수인 홍영래 등으로 1인 2역을 맡았다.
제작진은 “시공을 뛰어넘어 마음으로 의술을 펼치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담은 ‘닥터진’은 다양한 에피소드들로 진한 감동을 전달할 각 캐릭터들의 어우러짐이 필수 요소”라고 설명하며 “‘닥터진’을 통해 변신을 꾀하고 있는 주연 배우들과 탄탄한 연기력을 지닌 명품 배우들이 만들어갈 인간 본연의 이야기에 많은 관심과 기대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신의’는 김종학 감독과 송지나 작가가 의기투합한 드라마로, 고려시대의 무사와 현대의 여의사가 만나 시공을 초월한 사랑을 보여준다는 퓨전사극이다. 극중 김희선은 성형외과 의사 은수 역을 맡았고, 이민호는 고려시대 왕의 호위무사를 연기한다. 특히 김희선의 드라마 컴백은 지난 2006년 SBS ‘스마일 어게인’ 이후 6년 만이며 사극 드라마는 처음이다.
‘태왕사신기’와 ‘모래시계’ ‘여명의 눈동자’ 등의 대작을 통해 수많은 남녀 주인공을 캐스팅했던 김종학 감독은 “일부러 이렇게 짜 맞추기도 어려울 만큼 캐릭터 싱크로율이 완벽에 가깝다”며 기대감을 드러낸 바 있다. 김종학 감독은 이민호의 남성미 넘치는 강인함과 김희선의 여성스러운 섬세함이 조화를 이루는 한편 두 사람의 극중 캐릭터에 공통적으로 내재된 귀여움이 시청자들에게 친근함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타임슬립이라는 타임슬립이라는 점에서 궤도를 같이 하는 만큼 비슷한 설정으로 본의 아니게 ‘겹치기 아이템’ 혹은 인기 시류에 편승한 것 아니냐는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닥터진’의 제작을 맡은 공동제작사 크로스픽처스 및 이김프로덕션은 비슷한 시기에 방영되는 SBS ‘신의’가 ‘닥터진’이 원작으로 한 무라카미 모토카의 동명 만화의 자작권을 침해했다며 내용증명을 발송하며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우연이라 하기엔 드라마의 겹치기 아이템이 쏟아지는 것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 2008년에는 MBC ‘스포트라이트’와 KBS ‘그들이 사는 세상’, SBS ‘온에어’ 등 방송가를 중심으로 한 소재가 봇물을 이뤘다. 시청자들에게는 이미 식상해진 설정으로 비춰질 우려가 있을 뿐더러 다른 배우와 비교를 피할 수 없는 배우들 또한 그리 유쾌하지 만은 않은 일이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비슷한 시기에 같은 주제의 드라마나 영화가 나오는 까닭은 무엇일까. 방송 관계자들은 드라마나 영화의 소재는 유행을 타듯 돌고 돈다는 것에 입을 모은다. 한 방송 관계자는 “비슷한 소재라면 첫 스타트를 끊는 것이 사실 가장 유리하고 좋다”며 “영화의 경우 제작에 들어가기 훨씬 이전부터 시나리오가 돌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소재가 외부에 알려지게 된다. 드라마도 비슷하다. 먼저 기획을 했더라도 다른 데서 먼저 작품이 나오게 되면 공황 상태에 빠질 만큼 데미지가 크다”고 전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두정아 기자 violin80@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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