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쌍태아수혈증후군 산모와 아기 살렸다

서울아산병원 쌍태아수혈증후군 산모와 아기 살렸다

기사승인 2012-04-30 16:44:01
[쿠키 건강] 결혼이민자 베트남 산모가 의료진에게 보낸 편지 한 통이 작은 기적을 만들어 냈다.

이국땅에서 결혼이민자로 살아온 베트남 산모가 쌍태아 수혈 증후군으로 태아를 모두 잃어버릴 상황에서 저소득층 다문화가정에 대한 주위 관심으로 구사일생, 최근 건강한 남자 아이를 출산했다.


일란성 쌍둥이를 임신하고 있던 베트남 임산부인 황티투튀(26·여·경기도 구리시) 씨는 지난 2월 9일 집 근처의 한 산부인과에서 정기검진을 받던 중 의사로부터 쌍태아(쌍둥이) 수혈증후군이라는 이름도 낯선 질환으로 뱃속의 아기들의 생사가 불투명하다는 말을 들었다.

3살 난 첫 째 딸아이가 있었지만, 장남이었던 황티투튀씨의 남편 이종선(47·남)씨는 당장 치료를 받지 않으면 두 아이를 모두 잃을 확률이 80% 이상이라는 의사의 설명에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해 의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담당 의사는 바로 태아내시경을 이용한 레이저치료를 할 수 있는 서울아산병원 태아치료센터 원혜성 교수에게 황티투튀씨의 치료를 의뢰했다.

그러나 매일 파지를 모아 팔은 돈으로 근근이 생활해 온 이씨의 형편으로는 당장 입원을 해서 치료를 받는다고 해도 치료비를 해결할 수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생사의 갈림길에 있는 아이들 앞에서 선뜻 치료 결정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씨 부부의 이런 딱한 사정을 알게 된 원 교수는 병원 측과 협의, 태아 레이저치료비와 출산까지 치료비 전액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치료 방법이 있는데도 비용 때문에 치료를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힘들었던 이씨의 짐이 한 번에 해결되었다.

지체 없이 황티투튀씨는 2월 10일 서울아산병원에 바로 입원, 태아내시경을 이용해 레이저치료 시술을 받게 되었다. 시술은 성공적으로 이루어졌고, 계속 초음파 등을 통해서 태아의 상태를 확인하고 있었다. 3일 뒤 초음파 검사 결과 두 명의 태아 중 한명의 심장이 뛰지 않는 것을 발견했지만 다른 한 태아는 건강하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결국 임신 35주째인 지난 26일 양막파막으로 분만이 시작되었고, 밤 11시 13분 황티투튀씨는 2.2kg의 건강한 사내아이를 무사히 출산했다. 산모와 원혜성 교수의 간절한 바람이 이루어지는 순간이었다.

작은 무게지만 아이는 아주 건강한 상태로 별다른 문제없이 신생아실로 옮겨졌고, 황티투튀씨와 아기는 건강한 모습으로 지난 28일 퇴원했다.

황티투튀씨는 “쌍태아 수혈 증후군으로 두 아이 모두 잃을 확률이 80%가 넘고, 치료시기를 놓쳐 태아 두 명이 모두 위험한 상황에서 태아 한 명만이라도 건강하게 낳을 수 있게 돼 너무 행복하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퇴원 후 황티투튀씨는 원혜성 교수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자필 편지로 적어 왔다. 결혼정보업체를 통해 이씨를 만나 2008년 1월에 결혼해 지금까지 한국에서 생활해 온 황티투튀씨는 그동안 쌓아온 한국어 실력을 총 동원했다. 편지에서 황티투튀씨는 “맨 처음 뱃속에 아이들이 위독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너무 무서웠지만,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고 전했다.

원 교수도 “저소득층 다문화가정 부모에게 작지만 도움을 주어 아기와 산모 모두 건강하게 퇴원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고 말했다.

한편 쌍태아 수혈증후군이란, 일란성 쌍태아의 약 10~15%에서 나타나는 합병증으로 태반 내에서 상호 연결된 혈관을 통해 한쪽 태아에서 다른 쪽 태아로 혈액이 공급돼 한쪽 태아는 혈류 저하로 저성장과 양수과소증을, 다른 쪽 태아는 혈류 과다로 양수과다증과 심부전을 보이는 질환이다. 치료하지 않을 경우 한 태아 또는 두 태아 모두 사망할 확률이 80~90%인 매우 위험한 질환이다.

기존 치료는 양수과다증상을 보이는 태아 쪽의 양수를 반복적으로 제거해서 산모의 증상과 태아 상태를 일시적으로 호전시키고 조기 진통을 예방하는 정도에 그쳤지만, 이는 근본적인 치료가 아니었다.

원 교수팀이 베트남 산모 황티투튀씨를 대상으로 시술한 태아내시경을 이용한 레이저 치료법은 양쪽 태아를 연결하고 있는 혈관들을 없애기 위해 자궁 안에 태아내시경을 삽입하고 레이저로 혈관사이에 흐르는 혈액을 응고시켜 태아간의 혈류 연결을 차단해 태아를 살리는 치료법이다.

<사진>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원혜성 교수가 어렵사리 출산에 성공한 아기를 안고 있는 산모 황티투튀씨와 담소하고 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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