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위, 성적 소수자의 사랑이 꽃피다…동성애 그린 작품 ‘속속’

무대 위, 성적 소수자의 사랑이 꽃피다…동성애 그린 작품 ‘속속’

기사승인 2012-04-30 19:13:02

[쿠키 문화] 최근 연극, 뮤지컬 무대에 성적 소수자를 소재로 한 주인공이 등장하는 작품이 눈에 띈다. 여자보다 아름다운 미모와 매력을 어필하는 남성들이 가녀린 외모와 우아함을 뽐내며 사연 많은 사랑을 그려내는 작품들이 속속 관객을 찾고 있다.

지난 24일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막을 올린 ‘연극열전4’의 두 번째 ‘M. 버터플라이’는 중국계 미국인 극작가 데이비드 헨리황의 대표작으로 1986년 국가 기밀 유출 혐의로 법정에 선 전 프랑스 영사 버나드 브루시코의 충격적 실화를 모티브로 한 연극이다.

1988년 초연 후 토니상과 퓰리처상을 휩쓸고 1993년 제러미 아이언스, 존 론 주연의 동명의 영화로도 만들어졌던 ‘M. 버터플라이’는 프랑스 영사 르네 갈리마르가 여자인 줄로만 알았던 중국 경극 여배우 송 릴링과 함께 한 15년 간의 사랑을 바탕으로 한다. 르네 갈리마르 역은 김영민이, 송 릴링 역은 뮤지컬 스타 김다현과 정동화가 더블 캐스팅됐다.

프랑스 대사관 르네 갈리마르는 중국 경극을 보러 갔다 섬세한 외모의 중국 스파이 송 릴링을 여자로 오인하고 사랑에 빠져 기밀자료를 넘기게 된다. 르네 갈리마르는 20여 년 동안 아내로 알고 살아온 여자가 실은 중국 첩보기관에서 일하는 여장남자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끝내 허구적 삶을 살아온 데 대한 좌절감을 이기지 못한다.

르네 갈리마르의 불행은 동양의 문화를 신비의 세계로만 바라보았다는 데서 시작한다. 연극에는 중국 특유의 색채가 가득하며, 서양인이 바라보는 동양의 순수한 매력이 디테일하게 묘사된다. 이 작품은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을 차용해 두 사람의 기묘한 사랑 이야기를 중심으로 남성과 여성, 서양과 동양이 갖고 있는 편견을 비판하고 동시에 인간의 욕망까지 폭넓게 다룬다.

신라시대의 남자기생 이야기를 그린 뮤지컬 ‘풍월주’ 또한 여성적 매력이 물씬 풍기는 남자 배우들의 연기가 기대되는 작품이다. 오는 5월 4일 서울 대학로 컬처스페이스 엔유에서 공연되는 ‘풍월주’는 창작 초연작으로, CJ문화재단에서 후원하는 창작자 육성 프로그램 CJ크리에이티브 마인즈의 선정작이자 올 초 더뮤지컬에서 “2012년에 가장 보고 싶은 신작 창작 뮤지컬”로 선정된 작품이다.

‘남자 기생이 있었다면 어땠을까’하는 상상에서 시작된 기발하고 독특한 이 뮤지컬은 각자 사연을 가진 남자들이 운루에 모이면서 시작된다. 그들은 손님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그 자리에서 죽임을 당할 수도 있는 천한 존재다. 운루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풍월주인 열은 핏빛 개혁을 하고 있는 여왕 진성의 절대적인 애정을 받지만, 그의 마음은 운루의 동료이자 오랜 친구인 ‘사담’을 향해 있다. 이 같은 사실을 안 여왕은 둘을 협박하며 치명적인 삼각관계에 빠진다.

게이 엄마를 둔 자녀들은 어떻게 살아갈까. 오는 7월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초연되는 뮤지컬 ‘라카지’는 특별한 성 정체성을 가진 가족이라는 파격적인 소재를 그린다. 게이 엄마인 앨빈이 그의 아들 장미셀의 갑작스러운 결혼 발표로 인해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린 ‘라카지’는 재치있는 대사와 유머러스한 코드를 유쾌하게 펼쳐 보인다.

지난 1973년 프랑스의 극작가 장 프와레에 의해 연극으로 무대에 올려진 후 1983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라카지’는 성소수자의 이야기를 그린 내용으로 화제를 모았다. 2004년과 2010년 브로드웨이에서 리바이벌 되며 세계 20여 개 이상의 도시에서 공연됐고, 1978년과 1980년에는 프랑스-이탈리아 영화 ‘라카지오폴’로, 1996년에는 영화 ‘버드케이지’로 개봉돼 관객을 만난 바 있다.

공연될 때마다 토니어워즈 작품상을 수상한 유일한 작품으로 남기도 했는데, 1984년 토니어워즈 9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돼 작품상과 극본상, 작사작곡상, 남우주연상, 연출상, 의상디자인상 등 6개 부문을 휩쓸었고 2006년 토니어워즈에서는 베스트 리바이벌 작품상과 안무상 등을 수상한 데 이어 2010년에도 11개 부문에 최대 노미네이트 돼 3개 부문의 트로피를 가져가는 쾌거를 이뤘다.

‘라카지’의 프로듀서를 맡은 조행덕은 “이 작품은 지금까지 우리 관객들이 접해보지 못한 새로운 형식의 쇼뮤지컬”이라며 “마음껏 웃고 쇼를 즐기다 마지막엔 진한 감동의 여운을 안고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초연에서는 남경주와 정성화, 김다현, 고영빈, 이창민(2AM), 전수경 등의 배우들이 출연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두정아 기자 violin80@kukimedia.co.kr
두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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