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100일’ 맞아 일일호프 열고 대중의 관심·지지 호소
“이런 사장은 역대 전무후무할 것…우린 끝까지 가겠다” 결의
[쿠키 연예] 오상진 아나운서가 서빙하고, 나경은 아나운서가 계산하고….
총파업 100일을 맞은 MBC 아나운서들이 서울 홍대에 모였다. 흰색 티셔츠를 맞춰 입은 20여 명의 아나운서들은 직접 맥주와 안주를 서빙하고, 파업 관련 자료 영상 상영과 미니 콘서트를 열며 열띤 결의를 다졌다.
지난 1월 30일 김재철 사장의 퇴진과 공영방송의 정상화를 목표로 총파업에 돌입한 이들은 해결점이 보이지 않는 현재 시점에서 “끝까지 가겠다”며 흔들림 없는 모습을 보였다. 총파업 100일이 갖는 의미는 크다. 지난 1992년 50일 파업 이후 MBC 역대 최장 파업이다.
그러나 100일을 넘은 파업은 또다시 장기전을 예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파업 투쟁으로 몸과 마음이 지친 아나운서들은 일일호프를 열어 파업 기금을 모금하고, 대중의 관심과 지지를 호소해 다시 한 번 결의를 다지겠다는 취지로 이번 행사를 기획했다.
신동진 아나운서는 “당장 내일의 스케쥴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그만큼 파업 관련한 사건 사고가 급변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그 어떠한 일보다 힘든 상황인 것은 사실이다. 투쟁이기 때문에 체력적인 소모나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크다. 하지만 우린 끝까지 갈 것이다”라고 결의의 목소리를 냈다. 나경은 아나운서 또한 “여러모로 힘이 들지만 서로 함께 할 수 있는 동료들이 있어서 힘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일반인들을 초청한 이날 행사에는 톡식과 가리곤, 일락, 조문근 등 가수들의 공연도 함께 열렸다. 아나운서들이 개최한 일일호프에 참여하기 위해 인파가 몰리면서 홍대 인근은 북새통을 이뤘다. 오픈 시간인 오후 6시부터 출입구에는 이미 긴 줄이 이어졌고, 이러한 열기는 밤 9시까지 계속됐다. 노조 관계자는 “예상보다 훨씬 높은 인원이 몰렸다”라며 “많은 분들이 입장하지 못해 불편함을 겪었지만 많이 응원해주시고 용기를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고 전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일반인 김모 씨는 “처음에는 유명 아나운서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신청을 하게 됐다. 아나운서들이 직접 서빙하고 계산하는 모습을 보니 신기하다”라며 “파업은 뉴스를 통해서 들은적은 있었는데, 밝은 모습 뒤에 힘든 선택을 한 아나운서들이 대단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어떠한 도움을 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함께 응원하고 지지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노조의 한 관계자는 “파업이 벌써 100일이 넘었다. 20년 넘게 MBC에 몸담고 있었지만, 이런 사장(김재철)은 보다보다 처음 본다”라며 “역대 이런 경우는 없었다. 안 좋은 사건으로 세간의 입에 오르내리면서도 사퇴하지 않는 것은 전무후무한 일이다. 1992년 손석희 전 아나운서가 파업 투쟁을 하다 구속된 당시에도 현장에 있었지만, 90년대 이후 이런 파업은 처음이다”라고 말했다.
MBC 노조는 “김재철 사장이 사퇴는 커녕 보복성 조직 개편과 무더기 사원 인사 그리고 각종 징계와 소송 남발을 하고 있다”라며 “공정성 회복과 방송의 정상화를 위해 끝까지 가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역대 최대 파업의 사태가 어떻게 종결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두정아 기자 violin80@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