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연예] 연예계에 미성년자 성폭행 사건이 잇따라 터지면서 경각심을 부추기고 있다. 잊을만하면 터져 나오는 연예계의 술 접대나 스폰서, 성 상납 등의 소문 혹은 사건 사고는 뉴스 중에서도 가장 큰 이슈로 손꼽히지만,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대책 마련은 매번 그 필요성만 대두될 뿐이다.
지난 2009년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성상납의 부조리를 고하려던 이른바 ‘고(故) 장자연 사건’은 연예계의 가장 치욕스런 사건으로 남게 됐지만, 쳇바퀴 돌 듯 반복되는 사건에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각성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미성년자 보호에 대한 경각심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미성년자인 연예인 지망생들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한 혐의 등으로 수사를 받던 모 연예기획사 대표 장모 씨는 지난 달 긴급 체포됐다. 장씨는 지난 2010년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서울 강남구 청담동 회사 건물 등에서 10대 청소년 2명을 포함한 기획사 소속 연습생 4명을 수십 차례에 걸쳐 성폭행과 강제 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결과 장씨는 피해자들에게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강제로 성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장씨는 특히 피해자들에게 “성적으로 개방돼야 여자 가수로서 성공할 수 있다”, “연예인 끼가 있어 남자(연예인)를 꼬셔야 한다” 등의 협박과 함께 성적 수치심을 유발한 것으로 조사돼 아연실색케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3일에는 장모 대표뿐 아니라 재직했던 매니저가 소속 가수들의 팬을 성추행했다는 주장도 제기돼(쿠키뉴스 5월 3일 보도) ‘부창부수’를 방불케 하는 비슷한 불명예를 안기도 했다.
여기에 그룹 룰라 출신 고영욱 또한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로 조사 중이다. 고영욱은 지난 3월 30일 케이블채널의 한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로 한 피해자 김모 양(18)에게 “연예인 할 생각 없느냐, 기획사를 소개시켜주겠다”며 자택으로 유인, 술을 먹인 뒤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후 4월 5일에는 김 씨에게 “연인 관계로 지내자”며 다시 오피스텔로 유인해 성폭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고영욱은 김 씨가 미성년자인지 몰랐고, 관계를 가진 사실은 인정했으나 합의하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피해자는 합의할 의사가 없으며 고영욱의 법적 처벌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침묵으로 일관하던 고영욱은 지난 9일 자신의 미니홈피를 통해 “제가 받고 있는 고통이 한 인간으로서 너무나 참기가 힘들고 누구보다도 제 스스로가 고소인과 일어난 모든 일을 정확히 알고 있지만, 여러분 앞에서 세부적인 내용까지 전부 입증할 수는 없습니다”라며 “하지만 제가 현재 공론화 되고 있는 것만큼 부도덕하지 않다는 것은 분명하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라고 호소했다.
이로 인해 고영욱이 고정 출연하고 있던 Mnet ‘음악의 신’과 스토리온 ‘김원희의 맞수다’ 등에서 그의 출연분이 편집됐고, 고영욱에게 피해자의 연락처를 건넸던 외주 제작사 PD는 경찰 조사를 받은 뒤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무엇보다 인기 시트콤과 예능 프로그램 그리고 CF까지 촬영하며 제2의 전성기를 누리던 고영욱의 명암은 이번 사건으로 극명히 나뉘게 됐다.
지난해에는 ‘용감한 시민상’을 표창 받은 배우 A씨가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로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 지난해 12월11일 서울중앙지법은 10대 청소년을 모텔로 데려가 성폭행해 기소된 배우 A씨에 징역 3년과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으며 보호관찰 2년, 성폭력치료강의 80시간, 정보공개 3년을 지시했다.
앞서 A씨는 스마트폰 채팅을 통해 만나게 된 B양을 모텔로 데려가 반항하지 못하게 한 뒤 성폭행한 혐의를 받았다. 이에 법원은 “만남을 거부하는 B양에게 부모님께 알리겠다는 등의 정신적 충격과 고통을 안겼으나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점, 피해자가 모텔로 향하는 데에 거부 의사를 표현하지 않은 점 등을 참고했다”고 형량을 선고했다. 지난 2005년 한 영화에 출연했던 A씨는 2008년 흉기를 든 강도를 잡아 ‘용감한 시민상’을 받은 바 있다.
지난 2009년에는 인기 남성그룹 보컬인 가수 전모 씨가 10대 가출 소녀와 성매매를 한 사실이 밝혀져 파문이 일었다. 이는 10대 소녀에게 성매매를 알선하고 화대를 가로챈 혐의로 임모 씨 등 3명을 구속하면서 성매매 남성 중에 전모 씨가 있던 것으로 알려져 드러났다.
미성년자 성폭행 및 성매매 사건은 사회적 기본 통념에서 어긋나는, 그 어떠한 사건 사고보다 치욕적인 불명예로 남게 된다. 배우 이경영과 송영창은 각각 지난 2001년과 2002년 미성년자 성매매 사건에 연루돼 연기 활동을 잠정적으로 접기도 했다. 이따금씩 터지는 성폭행, 성매매 사건은 권력과 도덕심 그리고 나아가 연예계의 뿌리 깊은 ‘부조리’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우리 사회의 씁쓸한 한 단면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두정아 기자 violin80@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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