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연예] MBC 배현진 아나운서의 방송 복귀를 둘러싸고 비난의 여론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특히 100여 일 넘게 파업 투쟁을 함께 벌였던 동료 아나운서들의 안타까움은 더해 공개적인 질타까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MBC 총파업에 동참했던 배현진 아나운서는 지난 11일 ‘뉴스데스크’에 복귀했다. 그는 앞서 사내게시판에 “더 이상은 자리를 비워둘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적어도 뉴스 앵커로서 시청자 이외의 그 어떤 대상에도 일방적으로 끌려가지 않겠다. 저는 오늘 제 일터로 돌아간다”는 글을 올리며 복귀를 알렸다.
배 아나운서가 파업에서 이탈해 방송 현장에 복귀한 것은 양승은, 최대현 아나운서 이후 세 번째다. 그럼에도 배 아나운서에 대한 질타 어린 시선이 몰리는 까닭은 무엇일까. 2008년 11월 입사 후 2010년 6월부터 ‘뉴스데스크’를 진행한 배 아나운서는 단 기간에 꿈의 자리인 9시 뉴스 앵커를 맡으며 가장 촉망받는 아나운서로 손꼽혀 왔다. 때문에 그 누구보다 영향력이 적지 않음을 부인할 수 없다.
박경추 아나운서는 동료들을 잇따른 방송 복귀에 일침을 가했다. 박 아나운서는 12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몇몇 아나운서의 방송복귀를 보고 걱정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사실 그 친구들의 성향과 그간의 행태는 아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놀랍지 않다는 것을 이제서야 밝힙니다. 저희 단단합니다”고 밝혔다. 이어 “어제 5월 11일은 두고두고 오랫동안 기억할 날”이라며 “당신의 선택, 후회가 되지 않는다면 두고두고 후회하리라”고 했다.
서인 아나운서 또한 지난 11일 자신의 트위터에 “가진 힘을 모두 써가며 마친 일일주점 탓인지 홀연히 떠나 버린 동료 탓인지 아니면 그저 황량해진 내 심신 탓인지 몸살감기에 기침이 잦아들지가 않습니다”라며 “그래도 제겐 김나진 아나운서 같은 동기가 있어서 또 웃습니다”란 글과 함께 김 아나운서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며 흔들림 없는 투쟁의 의지를 드러냈다.
MBC 전종환 기자 역시 이날 “파업을 접는 배현진 앵커의 변을 보고 처음에 화가 나다 다시 보고는 피식 웃음이 났다. 그녀의 진심이 느껴졌기 때문”이라며 “‘혼란스러웠다, 처음으로 ‘선택’을 한다‘ 등의 문장들이 그랬다. 그녀는 애당초 앵커자리를 비우고 싶은 마음이 없던 거다”라고 쓴소리를 가했다.
하지만 방송에 복귀한 노조원 세 명이 아나운서라 화제가 됐을 뿐, 오히려 뒤늦게 파업에 동참하는 인원이 늘고 있다는 것이 노조 측의 귀띔이다. 지난 9일 MBC 아나운서들이 개최했던 일일호프에서 만난 한 아나운서는 “지금 계속해서 김 사장에 대한 제보가 들어오고 있다. 그동안 알려진 내용만 해도 이미 다른 사람이었다면 열번이고 사의를 표했을 것”이라며 “우리는 6월 초가 고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파업에 대한 확신과 승리의 자신감을 드러냈다.
한 노조 관계자는 “업무에 복귀한 동료들을 비난할 생각은 없다. 단지 조금만 더 참고 기다렸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은 있다”라며 “언제 이기느냐가 문제이지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는 확신이 크기 때문에 노조원은 갈수록 힘을 내고 있다. 만약 이 싸움에서 지거나 적당히 타협한다면 MBC에 대한 시청자들의 신뢰를 절대로 회복시킬 수 없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한편, MBC 노조는 지난 1월 30일 김재철 사장의 퇴진과 공영방송 MBC의 정상화를 주장하며 총파업에 돌입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두정아 기자 violin80@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