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세브란스 김재진 교수팀, 섬망 발병 원인 첫 규명

강남세브란스 김재진 교수팀, 섬망 발병 원인 첫 규명

기사승인 2012-05-15 16:09:00
종합병원 입원 환자의 10∼20%에서 증상이 관찰될 정도로 흔한 정신과 질환인 ‘섬망’(Delirium)의 발병 메커니즘이 국내 의료진에 의해 세계 최초로 규명됐다.

연세대 의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재진 교수팀은 뇌의 각 부위별 활성화 정도를 볼 수 있는 fMRI를 이용, 섬망 환자들에게서 공통적으로 관찰되는 뇌기능 부조화 메커니즘 두 곳을 찾아냈다고 15일 밝혔다.

연국결과는 정신과학 분야 학술지 ‘미국정신의학회지’(The American Journal of Psychiatry) 5월호에 게재됐다.

섬망은 불면증, 기억력 저하, 사고장애, 초조, 방향감각 상실, 혼돈, 피해망상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정신건강 질환으로 주로 큰 외과 수술 후 회복 단계의 환자나 중환자실 장기 입원환자에게서 나타난다. 드물게 치료 목적의 처치나 약물 부작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노화로 전신 건강 상태가 취약한 70대 이상 고령층이 섬망 환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관계로 같은 시기 연령대에 자주 발병하고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치매’로 속단하는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이에 따라 섬망의 경우 충분히 회복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본인과 가족들이 큰 실의에 빠져 적극적인 치료를 피하는 경우가 있어, 치매와 섬망의 구별이 꼭 필요하다.

뇌세포가 파괴되어 회복이 어려운 치매와 달리 섬망은 뇌의 일시적 기능장애에 의한 질환이므로 적절한 치료 시 대부분 완전 회복이 가능하기 때문에 빠른 진단이 중요하다. 그러나 발병 기전이 어느 정도 밝혀진 치매와 달리 이제껏 섬망에 대해서는 많은 연구에도 불구하고 그 발병 기전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었다.

이에 따라 김 교수팀은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섬망 환자들이 정상인과 다른 뇌의 기전이 있을 것이란 가설을 세우고, 70대 초반의 섬망 환자들과 정상인 22명을 대상으로 fMRI 검사를 각각 실시한 뒤 두 집단 간 뇌 부위별 기능 활성도를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조사 섬망 환자 군에서 정상인과 달리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뇌의 기능적 부조화 메커니즘이 2곳이나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하나는 신체 운동 및 시각·청각반사와 의식 상태를 통제를 담당하는 대뇌‘기저핵’과 ‘중뇌’ 사이의 기능적 연결이 끊어져 두 부위가 균형 있는 활성화를 이루지 못하고 한 쪽 부위만 과도하게 활성화되는 것이었다. 이로 인해 정상적인 의식 유지와 판단 및 행동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하나는 이성(理性)을 관장하는 전두엽 바깥쪽 부위와 기본적 인지기능 유지를 담당하는 뇌 중심부 피질 뒤쪽 부위의 ‘기능적 상호 연결성’이 와해됨에 따라 일어나는 현상이었다. 즉 우리가 외부환경에 대해 적응할 때는 사고(思考)하고 판단하는 전두엽 부위 활성화도가 더 높아져야 하고 그 반대의 휴식 등의 안정 시에는 뇌 중심부 피질 뒤쪽 부위가 활성화도 높아져야 하는 상황별 뇌 기능 활성도의 ‘저울 추’가 섬망 환자들에게서는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

김 교수는 “기저핵과 중뇌 사이의 부조화 메커니즘은 치료에 따라 수일 내에 회복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섬망 증상의 단기성’을
반영하는 반면, 전두엽과 뇌 중심부 피질 뒤쪽 부위의 두 번째 기능적 부조화 메커니즘의 경우엔 환자가 회복 후에도 상당 기간 지속되는 것이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이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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