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흉부외과 이재원, 김준범 교수팀은 지난 1999년부터 2010년까지 심방세동을 동반한 판막질환자들의 판막을 수술하면서 동시에 심방세동 수술도 병행한 환자 317명과 판막수술만 시행한 환자 252명의 치료 후 경과를 장기간 비교 분석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고 15일 밝혔다. 연구결과는 심장학 분야 최고 권위지인 ‘써큘레이션(Circulation)’ 최신호에 게재됐다.
심방세동은 뇌졸중 등의 치명적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는 매우 위험한 부정맥의 한 종류로 판막질환이 있는 환자 중 40∼60%가 심방세동을 동반하고 있다.
만성 심방세동 환자의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은 메이즈(Maze) 수술로 알려져 있는데, 심장을 뛰게 하는 전기 신호가 정확하게 전달될 수 있도록 길을 만들어주어 심장박동을 정상화시키는 치료법이다. 이런 메이즈 수술 후 만성 심방세동 환자들의 정상 심박동 회복률은 80∼90% 이상에 이른다.
하지만 실제로 심방세동의 치료를 위해 메이즈 수술을 하는 경우는 많지 않은데, 현실적으로 환자 입장에서 심장을 여는 큰 수술에 대한 위험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이로써 수술을 하지 않은 심방세동 환자들의 경우 평생 항부정맥제를 복용해 치료하고, 혈전이 생겨 뇌졸중 등이 발생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항응고제를 먹게 된다.
한편, 수술이 필요한 심한 심장판막질환이 있는 환자들의 경우에는 기계판막 삽입술로 치료하는데, 이 때 수술 후 환자들은 심장에 새로 넣은 기계판막에 피떡(혈전)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평생 항응고제를 먹어야 한다. 즉 기계판막 삽입술을 받으면 평생 항응고제를 복용하기 때문에 판막질환과 심방세동이 동시에 있는 환자들의 경우 메이즈 수술까지 받지 않아도 뇌졸중 예방이 가능하므로 메이즈 수술까지 추가하는 것은 수술 범위가 커짐에 따라 오히려 수술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심방세동을 동반한 판막질환 환자들이 기계판막 삽입술을 받을 때 메이즈 수술까지 시행할 것인가 말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주는 연구가 없었다. 따라서 이 교수팀의 이번 연구결과는 부정맥-심방세동 동시 수술에 대한 이런 의문에 해답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