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독설가’ 변신 임수정 “저 원래 말 잘해요”

[쿠키人터뷰] ‘독설가’ 변신 임수정 “저 원래 말 잘해요”

기사승인 2012-05-18 07:59:01


[인터뷰] 어그부츠에 긴 니트를 입고 어딘가를 헤매던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송은채에서 다른 남자가 생겼다며 이별을 고하는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의 바람난 아내 영신까지. 스크린과 브라운관에서 변화무쌍한 캐릭터를 연기했지만 임수정은 늘 사랑스럽고 청순했다. 하지만 그런 그녀가 ‘확’ 변했다.

임수정은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에서 까칠하고 따지기 좋아하는 아내 연정인으로 분한다. ‘안녕하세요’라는 이웃의 인사에도 ‘안녕 못해요’로 시작해 하고 싶은 말을 줄줄이 늘어놓는다. 화장실에서 볼일 보는 남편에게 건강에 좋다며 과일주스를 마시게 강요하고, 고요한 게 싫다며 밥 먹는 중에 청소기를 돌리기기도 한다.

이뿐 아니라 하의실종 패션을 선보이며 요염하면서도 인간적인 매력을 발산한다. 집 안에서 팬티만 입고 돌아다니고 엉덩이를 벅벅 긁는 등 그간 보지 못했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영화는 이런 아내와 헤어지고 싶은 남편 두현(이선균)이 카사노바 성기(류승룡)에게 아내를 유혹해 달라고 부탁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영화 홍보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임수정을 지난 9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났다. 뽀얀 피부에 동그란 눈 싱그러운 미소를 짓는 그는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갔다.



노출 대역 고백한 이유는…

기존에 해오던 이미지와 다르고, 하체 노출신과 망가지는 장면(?) 등이 많아 작품을 택하는 데 있어 고민이 컸다. 하지만 출연을 결심한 이후 완벽한 모습을 보이기 위해 작은 것 하나까지 준비하며 노력했다. 하체노출 신이 많아 다리관리에도 특별한 신경을 기울였다.

“예쁜 다리를 보여주고자 노력했습니다. 전 너무 마른 체형인데 정인은 나름의 굴곡과 섹시미를 갖췄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거든요. 트레이너 선생님과 하체 라인을 만드는 근력 운동에 힘을 쏟았습니다. 엉덩이와 허벅지, 종아리 등을 예쁘게 만들기 위해 영화 찍는 내내 운동에 매진했습니다.”

정인은 하의실종 패션뿐 아니라 훌러덩 옷을 벗는다. 물론 영화에는 뒷모습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이마저도 대역이었다.

“시간이 주어졌다면 100% 만족할 만한 몸은 아니겠지만 어느 정도 준비된 상태로 직접 찍었을 겁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노출 신이 추가됐고 준비가 안 된 상태의 몸을 보여 드리고 싶지 않아 대역의 힘을 빌리게 됐습니다.”

뒷모습 노출 신이 대역이었다는 사실은 임수정이 직접 말하기 전까지 공개되지 않았다. 감출 수도 있는 부분이었지만 솔직하게 털어놨고, 그러고 나니 속이 시원해졌다며 활짝 웃었다.


“제가 노력한 만큼의 보답을 받고 싶지 그 이상의 ‘노출도 잘했어’라는 칭찬을 듣고 싶지는 않습니다. 대역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면 내내 죄책감을 느꼈을 겁니다. 앞으로 어떤 연기를 하게 될지 모르지만 조금씩 캐릭터에 맞게 노출을 하게 될 것이기에 이 영화에서 보여주지 못한 모습을 다음 기회에 얼마든지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독설가 변신, 장점 극대화 시킬 수 있어 좋았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독설을 퍼붓는 연기를 하다 보니 고충이 많았다. 임수정은 “많은 대사를 소화하느라 ‘멘탈 붕괴’ 상태가 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힘들었던 만큼 촬영을 끝낸 후 얻는 만족감도 컸다.

“평소 목소리와 발음이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그런 점이 이 영화에서는 더 부각된 것 같아 뿌듯합니다. 많은 분들이 ‘저렇게까지 말을 잘했어?’라며 놀라는 모습을 봤습니다. 아마도 그동안 출연한 영화 속 캐릭터들이 말이 적었고 토크쇼나 예능 프로그램에 잘 출연하지 않아서인 것 같습니다. ‘내 아내의 모든 것’을 통해 제 장점 중 하나를 보여 드린 것 같아 정말 기쁩니다.”

수많은 대사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말로 ‘예의만 있으면 눈치는 안 봐도 된다’를 꼽았다. 임수정은 극 중 남편의 회사 상사 사모님에게 이 같은 말을 당차게 한다. 임수정은 이 대사를 떠올리며 “정말 맞는 말인 것 같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이가 들면서 더 남의 눈치도 안보고 남의 말에 신경을 안 쓰게 되는 것 같습니다. 타인의 말에 휘둘리지 않는 단단함이 생기게 된 것이죠. 저 역시 30대로 넘어가면서 확실히 강해진 것을 느낍니다(웃음).”

어느덧 30대 중반이 된 그는 예전과 달리 루머나 악성 댓글 등에 대해서도 여유로워졌다.

“20대 때는 몰랐지만 이제와 생각해보니 과거의 저는 그런 것들에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상처받고 신경 쓰고 혼자 우울해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크게 신경 쓰지 않습니다. 일정 시간이 지나는 동안 내적으로 성숙해진 거죠. 요즘은 그런 이야기가 내 행복을 위해서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곧 타깃이 내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 바뀔 것이라는 걸 알기에 그런 것들에서 많이 자유로워졌습니다.”



“어둡고 슬픈 ‘장화홍련’의 수미가 저와 가장 닮았죠”

‘각설탕’ ‘행복’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김종옥 찾기’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해 팔색조 매력을 선보인 임수정. 이 중 실제 모습과 가장 닮은 캐릭터는 무엇일까. 그는 조금의 고민도 없이 ‘장화홍련’의 수미를 꼽았다.

“차갑고 어두운 면이 있고 슬프고 상처를 잘 받는 점이 저와 비슷합니다. 공식적으로 밖에서 사람을 만날 때는 프로페셔널함을 보이기 위해 명랑하고 이야기도 똘똘하게 하려고 노력하지만 혼자 있을 때는 조용하고 생각이 많습니다.”

특히 힘들고 우울한 일이 있을 때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다. 과거에는 사람을 통해 아픔을 치유하려고 했지만 근본적인 치유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고 이후부터는 혼자서 스스로를 치유하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혼자 ‘속앓이’하고 사람들에게 많이 의지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드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요즘은 마음이 아프거나 슬플 때 아무도 안 만나고 혼자 있습니다. 마음을 헤아려주는 책을 읽기도 하고 몇 시간 동안 기타를 치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또 너무 혼자만 있는 것은 아니고 종종 좋아하는 사람들 만나 맛있는 음식 먹으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합니다(웃음).”

“자기 여자한테 무관심한 남자 딱 질색!”

임수정은 아직 결혼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진 않았지만 이번 작품을 하며 반드시 결혼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아내 연기를 하다 보니 남편이라는 존재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고.

“남자친구와 남편의 느낌이 다르다는 것을 처음 느끼게 됐습니다. 직접 결혼을 해봐야 알 것 같긴 하지만 남편은 세상에서 유일하게 내 편이 되어줄 수 있는 사람 같습니다.”

극 중 ‘찌질남’ 이선균과 ‘카사노바’ 류승룡 중 한명만 택해야 한다면 누구를 택할까. 임수정은 “둘 다 택하고 싶지 않다”며 손사래를 쳤다.

“극 중 두현처럼 자기 여자한테 무관심한 남자는 정말 안 만나고 싶습니다. 반면 성기는 여자의 말을 잘 들어주는 인물입니다. 쉽게 공감대를 형성하고 ‘당신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라는 말처럼 자신감을 줍니다. 성기의 장점과 두현의 단점을 뺀 사람을 만나고 싶습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 / 사진=박효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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