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영화 ‘지구를 지켜라’ ‘범죄의 재구성’ ‘타짜’ 등의 작품을 통해 개성 강한 연기를 선보인 배우 백윤식. 그가 이번에는 임상수 감독의 신작 ‘돈의 맛’을 통해 또한번 특유의 카리스마를 뽐낸다.
‘돈의 맛’은 돈에 지배돼 버린 재벌가의 욕망과 애증을 그린 영화로 백윤식은 백 씨 집안 그룹의 회장이자 안주인 백금옥(윤여정)의 남편 윤 회장으로 등장한다. 돈 때문에 백금옥을 택했고 원 없이 돈을 쓰며 살았지만 그런 자신의 삶이 모욕적이라고 느끼는 인물. 결국 마지막 사랑인 필리핀 하녀 에바(마우이 테일러)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기로 한다.
지난 16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백윤식을 만났다. 환한 미소에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그에게서는 여유로움이 묻어났다. “영화가 칸에 진출하게 돼 매우 기쁘다”며 허허허 하고 소탈하게 웃기도 했다.
영화는 제65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돼 일찌감치 주목받았고 윤여정, 김효진 등의 파격적인 포스터가 공개되며 화제가 됐다. 또 윤여정과 김강우, 김강우와 김효진, 백윤식과 마우이 테일러의 진한 베드신을 예고하며 대중의 기대치를 높였다. 하지만 뚜껑이 열린 뒤 “생각보다 수위가 높지 않다”는 반응이 많았다.
이에 백윤식은 “대중의 기대치가 대단했던 것 같다. 그 이상 어떻게 하라는 것인가”라며 웃었다.
“영화의 수위가 결코 낮은 게 아닌데 포스터나 예고편을 미리 본 관객들의 기대치가 컸던 것 같습니다. 미리 맛보여준 것에 ‘더’를 생각하기 마련이니까요. 어떻게 보면 임상수 감독의 연출 특성 때문에 덜 야하게 보인 것일 수도 있습니다. 특유의 냉소적인 시선으로 야하고 외설적인 부분을 감싸 안았으니까요.”
베드신 뿐 아니라 노출에 대한 걱정도 컸다. 영화는 영원히 기록에 남는 것이고 수백만 명의 관객들에게 큰 스크린으로 보여지다보니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 이번 작품에서는 울퉁불퉁한 근육보다는 슬림한 몸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
“모든 배우는 노출에 대한 부담이 있습니다. 한두 명 앞에서 벗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죠. 아무리 배우가 보여주는 직업이라고 해도 막상 벗으려고 하면 창피합니다. 하지만 임상수 감독과 작품에 대한 믿음, 관객에게 더 좋은 영화를 보여주겠다는 마음을 갖고 벗었습니다.”
돈 때문에 백금옥과 결혼했고 결국 그 돈으로 인해 파멸을 맞은 윤 회장은 “돈 원 없이 썼지, 그런데 그게 모욕적이더라고”라는 인상 깊은 대사를 내뱉는다. 실제 그가 가진 돈에 대한 철학은 어떨까.
“돈은 인간이 만들어낸 제도입니다.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물질적 존재죠. 돈은 사람을 괴롭힐 수도 있고 즐거움을 줄 수도 있는 양면적 성격을 지니고 있습니다. 때문에 사용자의 개념이 중요하죠. 물질만능주의인 시대에 살고 있지만 아낄 때는 아끼고 쓸 때는 과감히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대로 쓰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겠죠.”
어린 시절 근검절약하며 살아온 어른들을 보며 ‘절약 정신’을 배웠지만 돈을 아끼지 않는 순간이 있다고 했다. 바로 가족에게 쓸 때다. 그는 “신기하게도 가족에게 쓰는 돈은 전혀 아깝지 않다”며 이야기를 풀어갔다.
“(정)시아가 첫 아이로 아들을 낳고 둘째는 딸을 낳았습니다. 손녀를 보니 정말 기분이 좋더군요. 아들하고는 또 다른 키우는 맛이 있습니다. 도빈이와 서빈이 두 아들을 키우다가 시아와 손자 손녀를 보게 되니 정말 행복합니다. 이들에게 쓰는 돈이 어떻게 아깝겠습니까(웃음).”
임상수 감독과는 ‘그때 그 사람들’ 이후 두 번째 호흡을 맞춘다. 백윤식은 임 감독을 “아주 쿨하고 짓궂은 감독”이라고 표현했다. 배우들과 거침없이 소통하고 촬영 당일 콘셉트를 바꾸며 ‘임상수식 연출 입니다’라고 ‘쿨’하게 말하기 때문이다.
“임 감독은 큰 창작의 그릇을 갖고 있습니다. 또 그런 것을 쿨 하게 담아내는 데 그것이 임 감독의 연출력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인간 대 인간으로 접근하면 구김살 없고 거침없는 성격을 가졌죠. ‘그때 그 사람들’ 때부터 임 감독과는 뭔가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백윤식은 언론시사회 후 임 감독에게 “뒤풀이 때 이야기 좀 해야겠다”며 영화에 아쉬운 부분이 있음을 드러냈다.
“영화라는 게 편집을 잘해야 성공합니다. 때문에 배우로서는 열심히 노력해 찍은 장면이 잘려나가는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늘 있는 일이지만 저 역시 생각했던 몇몇 장면이 사라졌기에 했던 말입니다. 임 감독을 믿고 신뢰하지만 막상 노력한 것이 사라지면 아쉬운 것이 사실이죠.”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 사진=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