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영화] 너무나도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살다보면 “내가 지금 원하는 일을 하고 있을까?”라는 생각을 종종 하게된다. 그러나 쉽게 일탈을 하지 못하고, 곧 자신의 삶으로 돌아오기 마련이다.
영화 ‘미래는 고양이처럼’은 쳇바퀴처럼 굴러가는 일상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찾기 위해 벌이는 색다른 도전의 과정을 그린다.
어느덧 30대 중반이 된 4년차 커플 소피(미란다 줄라이)와 제이슨(해미쉬 링클레이터)은 보다 책임감 있는 삶을 살기 위해 수명이 6개월 남은 병든 고양이 꾹꾹이를 입양하기로 한다. 하지만 수의사는 잘 키우면 길게는 5년까지 살 수 있다는 말을 남기고 두 사람은 불현듯 ‘고양이를 책임져야 한다’는 두려움에 휩싸인다. 이에 고양이 입양을 기다리는 한 달의 시간 동안 마음껏 자유로운 시간을 보내기로 한다.
무용 강사였던 소피는 직장을 그만두고 인터넷도 과감히 끊어버린다. 이후 한 달에 30개의 창작무용 동영상을 만들어 유투브에 올리겠다고 다짐한다. 또 모르는 번호로 무작정 전화를 걸어 통화하는 등 평소 한번쯤은 시도해보고 싶었던 대담한 행들을 실행에 옮기며 자유를 만끽한다. 제이슨은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찾고자 지구 온난화 방지 단체 ‘나무와 나무’에 가입해 활동한다. 또 모르는 사람이 판매하는 중고 물품을 사는 등 바쁜 일상에 미처 돌아보지 못했던 주변의 사소한 것들에 눈과 귀를 기울인다. 이렇게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며 조금씩 멀어져가는 두 사람. 30일이라는 짧고도 긴 시간동안 이들에게는 어떤 변화가 나타날까.
영화의 제목이 주는 느낌은 ‘고양이’를 다룬 영화일 것 같지만 사실 고양이 꾹꾹이는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그저 인간이 느끼는 다양한 감정을 대변할 뿐이다. 영화는 30대인 이미 다 커버린 성인들이 느끼는 불안과 꿈을 이루고 싶지만 안정된 생활을 포기할 수 없어 갈팡질팡하는 우리의 모습을 담아낸다.
미란다 줄라이 감독은 독특한 연출력으로 작품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꾸물꾸물 마치 동물처럼 움직이는 티셔츠, 달과 대화하는 제이슨, 말하는 고양이 꾹꾹이의 설정 등이 그렇다. 특히 제이슨은 자신에게 이별을 말하려는 소피를 막기 위해 시간을 멈추게 하는 능력(?)도 발휘한다.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감당하기 벅찬 현실 앞에서 누구나 한번쯤은 상상해봤을 법한 상황이 고스란히 연출돼 공감을 이끌어낸다.
이외에도 두 사람은 그대로지만 이들을 둘러싼 시간은 전혀 다른 속도로 흐르기도 하고 낯선 공간을 오가기도 하는 등 다양한 장치가 사용된다. 이런 독특함은 극을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게 할 수 있지만 관객에 따라서는 혼란을 느끼고 영화를 어렵게 받아들이는 지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미란다 줄라이 감독이 주인공 소피를 직접 연기했으며 고양이 꾹꾹이의 내레이션도 맡았다. 청소년 관람불가로 지난 17일 국내 개봉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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