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연예] “13집까지 앨범을 낸 그룹이 없다는 것이 슬픕니다”
열세 번째 앨범을 발표한 부활의 기타리스트 김태원의 자조섞인 말이다. 록그룹 부활은 13번째 정규 앨범 ‘퍼플 웨이브(Purple Wave)’을 발표했지만 기쁨보다는 착잡한, 만감이 교차되는 분위기였다.
김태원(기타)와 채제민(드럼), 정동하(보컬) 서재혁(베이스)으로 구성된 부활은 3년여 간 심혈을 기울여 앨범을 제작했고, 데뷔 28주년을 맞은 올해 팬들에게 새 노래를 선보이게 됐다. 국내에서 13집을 발표한 그룹은 지난 1997년 그룹 산울림 이후 처음이다.
김태원은 7일 오후 서울 세종로 올레스퀘어에서 열린 부활의 13집 발매 기념 쇼케이스에서 “가슴이 아프다”라며 “그룹을 많이 보유한 나라가 돼야 하는데, 새 것만 추구하고 오래되면 물러나는 이 현실에 기뻐해야할지 슬퍼해야할지 모르겠다”며 앨범을 발매한 소감을 전했다.
이번 앨범은 부활이 데뷔하던 1986년으로 되돌아 간 느낌으로 완성됐다. 김태원은 “1986년, 처음으로 부활이 알려지고 팬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1987년 이후 부활은 불안한 기로에서 서면서 험난한 길을 걸어왔다”라며 “이번 앨범은 마치 1986년으로 돌아가 팬들의 큰 사랑을 받는 기분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부활은 지난 1986년 ‘희야’ ‘비와 당신의 이야기’ 등으로 당시 30만장 이상의 음반을 판매하며 큰 성공을 거뒀으나 이후 대마초 사건과 이승철의 탈퇴, 보컬 김재기의 사망 등으로 순탄치 않은 길을 걸어왔다.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 ‘차갑다’는 누군가를 홀로 사랑한다는 아련한 아름다움을 표현한 곡으로, 서정적인 멜로디가 인상적인 록발라드다. 또한 MBC ‘위대한 탄생’ 출신 백청강과 이태권, 손진영이 참여한 ‘사랑이라는 이름을 더하여’와, 故이남이가 작곡한 미공개 곡을 딸인 이단비(IVORY COAST)가 직접 노래하고 이외수가 참여한 ‘컬러 오브 머징(Color of merging)’, ‘리턴 이노센스’ ‘해드 업’ 등이 담겨 있다.
그 외 수록곡 ‘1982’는 타이틀곡의 강력한 후보로 떠올랐던 노래. 김태원이 첫사랑을 했던 1982년을 기억한 곡이다. 그는 “예전에는 5천원만 있어도 친구들과 놀러가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는데, 이제는 50만원으로도 누리지 못한다. 오래전의 아련한 그리움을 담은 곡”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앨범은 여러 가지로 큰 의미를 갖고 있다. ‘예능 늦둥이’로 바빠진 김태원은 최근 간경화 등 건강상의 문제로 병원에 있는 날이 많았고, 그러던 중에도 멤버들과 함께 두 장의 미니앨범을 내며 음악에 대한 끊은 놓지 않았다.
특히 정규앨범이 사라지고 미니앨범과 싱글앨범이 난무한 요즘, 부활의 선택은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김태원은 “정규앨범은 자살행위와 같다. 돈이 너무 많이 든다”라면서도 “우리마저 배신하면 안된다고 생각했고, 많이 응원해준 여러분 덕에 영광스럽게 앨범을 낼 수 있었다”며 팬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앨범 타이틀 ‘퍼플 웨이브’는 부활의 미래를 예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김태원은 “예전에는 부활의 색깔이 그레이나 블랙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색다른 감성을 느끼실 수 있을 것 같다”라며 “보라색은 감성을 표현하는 색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일종의 반란을 의미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부활이 3년여 간 정성을 들여 완성한 13번째 정규 앨범 ‘퍼플 웨이브(Purple Wave)’는 오는 8일 음원 공개후, 14일 정식 발매될 예정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두정아 기자 violin80@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