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영화] 흔히 퀴어 영화라고 하면 이성애자 중심의 사회에서 동성애자로 살아가는 삶의 어려움을 담는 무거운 영화를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오는 21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두 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이하 ‘두결한장’)은 이런 편견을 깬다. 영화는 ‘세상의 편견 속에 힘든 것은 사실’이라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동성애자로 살면서 행복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풀어낸다.
‘두결한장’은 커밍아웃한 김조광수 감독의 첫 번째 장편영화다. 전작 ‘소년, 소년을 만나다’와 ‘친구사이?’가 10대, 20대 게이의 이야기를 담았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30대 게이의 삶을 그린다.
‘괜찮다 싶으면 유부남 아니면 게이’라는 속설을 완벽하게 입증하는 민수(김동윤). 남부러울 것 없는 스펙을 가졌지만 숨기고 싶은 비밀이 있다면 남자를 사랑한다는 것이다. 커밍아웃이 두려운 그는 병원동료이자 레즈비언인 효진(류현경)과 위장결혼을 결심한다.
위장결혼은 효진에게도 아쉬울 것 없는 선택이다. 법적 싱글에게는 상대적으로 힘든 아이 입양을 할 수 있고 10년 된 애인과 신혼집 바로 앞집에 살면서 진짜 신혼을 만끽하고 있기 때문. 하지만 위장결혼 생활이 쉬울 리 만무하다. 효진이 레즈비언이라는 사실이 발각되고 모두를 감쪽같이 속일 수 있을 것 같던 이들의 삶은 무너지기 시작한다.
영화는 결혼 적령기에 접어든 동성애자들이 겪어야 하는 현실의 어려움을 꼬집고 있지만 밝고 명랑한색을 유지한다. 특히 게이 합창단 G-VIOCE 멤버로 등장하는 박수영, 이승준, 박정표 등의 조연 배우들은 독특한 말투와 입담으로 극에 웃음을 책임진다. 이외에도 전작에 이어 노래와 춤을 등장시키며 재미를 더한다.
코믹하지만 결코 가볍지는 않다. 실제 게이인 김조광수 감독은 자신의 이야기를 영화 속에 투영시켰고 사회의 벽에 부딪혀 겪는 아픔을 녹여냈다. 성적 소수자를 벌레 취급하는 사람들과 그들 앞에서 당당할 수 없는 이들의 모습은 눈시울을 붉히게 할 정도로 디테일하게 묘사되어 있다.
G-VIOCE 멤버 티나(박정수)는 취미 활동을 드러내 놓고 할 때, 자신의 마음을 이해해 주는 사람을 만나 이야기 나눌 때, 좋아하는 사람에게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을 때 같은 소소한 순간을 ‘인생의 황금기’라고 칭했다.
비 성소수자들에게는 지극히 일상적인 일들이 성소수자들에게는 큰 행복이 되는 것을 보며 그간 동성애자들을 너무 가혹한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았나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또 나와 다르다고 ‘틀린’ 사람으로 차별할 것이 아니라 서로의 다른 점을 존중하고 인정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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