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人터뷰] 작곡가? 작사가? DJ?…‘가수’ 심현보 들여다보기

[Ki-Z 人터뷰] 작곡가? 작사가? DJ?…‘가수’ 심현보 들여다보기

기사승인 2012-06-09 13:45:00

[인터뷰] 하나의 재능을 갖춘 사람은 또 다른 재능을 갖출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즉 자신의 재능을 인지한 사람은 그것을 개발하고 표출하는 데 이어 또 다른 재능을 발견하는 자질 또한 갖춘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자기가 진심으로 하고 싶어 하는 일을 발견한 사람은 그 분야에 재능을 가지고 있는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그 재능은 다른 분야에서 또 다른 빛을 발하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심현보는 다재다능한 뮤지션이지만 단순히 ‘싱어송라이터’로 설명하기에는 빈틈이 많이 보인다. 누구나 노래방 화면에서 그의 이름을 많이 접해봤을 만큼 수많은 가수들의 히트곡을 양산했지만, 그가 애초에 가수로 데뷔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보컬로 시작해 작곡과 작사에 두각을 나타낸 그는 이제 라디오 DJ까지 겸하며 다양한 방면에 재능을 과시하는 중이다.

인터뷰를 위해 서울 여의도 MBC 본사로 가는 길, 심현보가 최근 발표한 싱글 ‘이를테면 헤어짐 같은’을 감상했다. 맑지만 조금 덥고, 바람이 불지만 그리 시원하지만은 않은 그날의 날씨와 너무나도 절묘한 조화를 이룬 노래. 슬픈 가사지만 빠른 템포는 극과 극의 감성을 오갔지만, 묘하게 어울림을 형성해 새로운 하나의 이미지를 완성해냈다. 작곡가 혹은 작사가가 아닌 ‘가수’ 심현보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제 가수라는 본업에 조금 더 관심을 기울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정규 앨범을 내기 전까지 싱글을 통해 꾸준히 대중에게 인사를 드리고 있어요. 미리 약속을 해놓아야 책임감을 갖고 만들게 되니까요. 전업 음악인들은 부지런하고 꾸준하지 않으면 나태해지기가 쉬워요. 내가 직접 만들고 내가 노래를 부르기 때문에 내 스케쥴에만 맞추면 되기 때문이죠. 다른 가수들과의 작업도 재밌지만, 더 나이 들기 전에 빨리 내 앨범을 선보이자 싶어요.(웃음)”

심현보가 1년 여만에 발표한 신곡 ‘이를테면 헤어짐 같은’은 모던포크와 팝락의 경계를 넘나드는 유연한 사운드와 여린 감성의 드라마틱한 가사가 인상적인 곡이다. 그는 “오랜만에 싱글을 내는데 어떤느낌이 좋을까 고민이 많았다”라며 “무겁지 않고 신나지도 않은 템포감이 있는 대신 가사를 슬프게 쓰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심현보는 유리상자의 ‘사랑해도 될까요’와 박혜경의 ‘하루’ 그리고 성시경의 ‘우린 제법 잘 어울려요’ 등 인기 가요 350여 곡을 만든 스타 작곡가이자, 꾸준히 앨범을 발표하며 색깔 있는 음악을 해온 실력파 싱어송 라이터. 하지만 그는 1997년 그룹 아일랜드의 보컬로 먼제 데뷔했다. 대중적인 인기는 크게 없었지만 평단의 평가만은 남달랐는데, 그가 만든 노래를 듣고 당대 최고의 가수였던 이승환과 신승훈에게서 러브콜이 왔을 정도였다.

소속됐던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그룹 아일랜드는 2집을 발표한 직후 활동을 이어갈 수 없었고, 심현보는 남은 계약 기간 동안 이른바 ‘생계형 작사가, 작곡가’로 명성을 떨치게 됐다. 한때는 저작권료가 국내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지난 2003년 계약이 풀렸고 이듬해에 첫 솔로 앨범을 냈었죠. 이후 정규 앨범을 3장을 냈지만 매번 이렇다할 방송 활동을 병행하지 않아 대중에게 알릴 기회가 많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에요. 방송을 딱히 열심히 하지도 않았고 즐기지도 못했죠. 요즘 드는 생각은, 활동의 방향이나 노출 빈도보다 더 중요한 게 디스크그래피라는 거예요. 잘 되던 안 되던 꾸준히 내 음악을 선보여야겠다, 부지런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죠.”

그런 면에서 작곡가 윤종신은 그가 엄지손가락을 치켜들 정도의 부지런함을 자랑하는 뮤지션이다. 바쁜 예능 프로그램을 병행하며 끊임없이 좋은 노래들을 선보인다는 것은 타고난 성실함과 남다른 책임 의식, 그리고 무엇보다 음악이 생활의 원천이라는 자부심이 없이는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가사를 잘 쓰는 비결을 물으니 “보편적인 감성, 독특하고 유니크한 시각”이라고 짧게 말한다. 앞으로 그의 보편적인 감성은 조금 더 거시적인 관점에서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그동안은 대부분 사랑 이야기를 썼다”라며 “앞으로는 삶이나 자연에 대한 더 넓은 의미의 이야기를 담고 싶다”고 전했다.

요즘 심현보의 생활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다름아닌 라디오다. 심현보는 지난해 10월부터 MBC FM ‘오늘아침, 심현보입니다’를 진행하며 뮤지션에서 DJ의 영역까지 활동의 스펙트럼을 넓혀 가고 있다. 이문세와 장윤주의 바톤을 이어받아 매일 오전 9시부터 두 시간 동안 프로그램 진행을 책임지게 된 것. 그 동안 심현보는‘FM음악도시’와 ‘정오의 희망곡’ ‘음악동네’ 등 수많은 라디오 프로그램의 고정패널로 출연하며 부드럽고 재치 있는 입담으로 청취자들에게 폭넓은 사랑을 받아 왔다.

“음악에 대한 욕심이 더 생긴 배경에는 라디오가 있었어요. 수많은 음악을 듣게 되니 자극을 받게 됐고, 요즘 트렌드도 읽게 된거죠. 초대석에 나오는 새 앨범을 낸 가수들의 설렘이 고스란히 느껴져요. 최근 빅뱅의 음악을 틀었는데, 너무 좋은 거예요. 아이돌의 경계를 넘어서는 것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요. 늘 매일 음악에 감동을 하고 자극을 받고 기분 좋은 하루를 시작하고 있죠.”

뮤지션은 대부분 ‘올빼미족’인 경우가 많다. 그 또한 직장인처럼 아침에 일찍 일어나 출근을 하듯 방송국을 찾아 라디오 진행을 하는 일이 쉽지 만은 않았다. 그는 “겨울에는 특히 아침 9시 생방송을 한다는 일이 너무 힘들었었다”라며 “아침 일찍 일어나 규칙적인 생활을 하니 좋은 점도 많다. 한번도 접해보지 못했던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낸다는 자체가 의미가 크다”고 전했다.

라디오 게스트만 10년. 고진감래를 연상케하는 오랜 기다림 끝에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을 내걸은 만큼 애정이 남다르다. 학창시절 매일 라디오를 들으며 자랐고, 누구보다 라디오를 사랑한다는 그는 “청취자가 DJ의 말을 믿을 수 있게 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위로의 한마디, 응원의 한마디가 청취자들에게는 친구보다도 더 가깝게 느껴진다는 것을 잘 안다”고 말했다.

오전 9시 청취자들을 찾는 ‘오늘아침, 심현보입니다’는 최신 팝과 가요는 물론 숨겨진 명곡을 만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그가 가장 보람을 느끼는 것은 “사람들이 잘 모를 것 같지만, 듣고 나면 좋은 곡”을 선보였을 때다. 널리 알려지지 않은 곡이지만 “익히 알아서 좋은 곡”을 고를 수 있는 것도 그의 디스크그래피가 쌓아온 연륜 덕분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하듯이 라디오도 예전의 엽서를 받던 시대를 지나 이제는 실시간 문자로 사연을 받아요. 피드백을 빨리 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데, 실수라도 할 때면 순식간에 반응이 올라와요. 하지만 라디오는 라디오예요. 아날로그적인 감수성을 뼛속 깊이 간직할 수 있는 있는 배경에는 ‘귀로 듣는다’는 감수성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죠. 라디오가 가진 신비감의 매력은 예나 지금이나 같아요.”

작곡가, 작사가 그리고 라디오 DJ, 그를 수식하는 말은 많지만 올해에는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심현보를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오는 11월 정규 앨범 발매를 앞두고 곡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는 “처음 솔로를 시작할 때, 하고 싶은 건 많은데 뭐를 좋아하고 뭐를 잘할 수 있는 고민이 많았다”라며 “작곡가나 작사가가 아닌 가수로서 제 이름을 떠올릴 수 있는 좋은 노래를 선보이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두정아 기자 violin80@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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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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