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와 땀으로 인한 체력저하 원인… 무분별한 보양식 섭취는 오히려 독(毒), 신장기능 높여야
[쿠키 건강] 이명(귀울림)이란 외부에서 소리 자극이 없는 데도 매미, 기적소리 등이 들리는 것을 말한다. 이명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최근에는 소음과 현대인의 과중한 스트레스가 주된 요인으로 손꼽히고 있다. 면역력이 약해졌을 경우 발병률이 높기 때문에 환절기나 날씨가 쌀쌀해지는 늦가을, 겨울 등에 환자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요즘처럼 무더운 여름철에도 이명증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이를 한의학에서는 ‘신허이명’이라고 한다. 신장(腎臟)기능이 약해진 것이 원인으로 귀가 울리고 매미소리 등이 들리는 이명증과 함께 성기능 저하가 동반된다.
실제 신장은 오늘날 콩팥에 해당하는 장기로 현대의학에서는 노폐물, 수분, 무기염류 등을 소변으로 만들어 체외배출 시키는 등 생리작용을 담당한다고 보고 있다. 반면 한의학에서는 신장을 신이 머무는 부위이자 생명의 원천으로 본다. 그 범주 역시 대뇌하수체, 갑상선, 부선, 생식선, 섭호선(전립샘) 등까지 확대해 신장의 개념과 기능을 보다 폭넓게 규명하고 있다.
문제는 이 신장이 무더위에 의해 손상되기 쉽다는 점이다. 더위로 인해 몸이 적응력을 잃고 땀을 통해 원기와 진액이 소모돼 체력이 부실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휴식이 불충분하거나 과로나 과색하게 될 경우 노권상(노동으로 인해 생긴 심신의 내상병증)으로 인해 신장기능이 약해진다.
일단 신장이 약해지면 우선 귀 주변으로 영양물질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면서 이명이 생기게 된다. 신정(腎精: 생식의 바탕이 되는 물질)이 부족해지고 방광기능과 생식기능, 혈류작용이 약해져 소변이 잦고 정력마저 약해진다. 심할 경우 수면 중 유정(정액이 저절로 밖으로 나오는 것)이 나타날 수 있다.
변재석 마포소리청한의원 원장은 “신장은 귀를 관장하는 장기로 ‘동의보감’에서는 신기가 부족해지면 가는귀가 먹고 귀에서 소리가 나는 이명증(신허이명)이 생긴다고 밝히고 있다”며 “임상적으로 예후도 좋지 않을뿐더러 환자들이 신허증으로 인한 성기능 저하와 어지럼증, 요통, 관절통, 탈모, 빈뇨증상 등 건강 전반에 복합적인 문제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때 단순히 체력이 떨어진 줄 알고 삼계탕, 보신탕, 홍삼, 장어 등 보양식이나 건강식품 등을 무분별하게 섭취했다가는 오히려 낭패를 보기 쉽다. 신허이명환자는 복부는 차고 머리와 얼굴 부근은 과도하게 열이 몰려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음식들은 고열량 열성식품으로 오히려 안면부의 상열감을 높인다. 심할 경우 두통이나 어지럼증 같은 부작용을 초래하기도 한다.
이때는 문제가 되는 열부터 내려야 한다. 변재석 원장은 “신허이명환자는 황금, 조구등, 백질려 등 열을 내리는 청열한약재를 처방해 먼저 상열감을 제거하고 약해진 신장기능을 높일 수 있는 침구치료나 한약처방 등을 병행해야 한다”며 “자칫 신장을 보하는 한약이나 음식만을 섭취해서는 효과도 없을뿐더러 허증이 오히려 실증(나쁜 기운이 강해져 장부에 손상을 주는 것)으로 변해 2차 질환을 야기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일상생활에서 신장을 보호하면서 체력을 관리하는데 좋은 보양식으로는 녹황색 채소, 견과류, 도정하지 않은 곡류, 수박 같은 제철과일을 추천할 수 있다. 이들 보양식은 비타민과 항산화물질, 미네랄 등이 풍부해 피로를 해소하고 체력을 보강하는 한편 체내수분함량을 높여 노폐물 배출을 돕는다.
또 충분한 수면도 신체리듬을 정상화하고 신장의 기운이 소모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빠른 회복을 위해서는 여름철 지나친 성관계를 자제해 신정을 보존하고 과로와 스트레스를 가능한 피하는 것이 좋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주호 기자 epi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