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하는 노인 늘었지만 노인진료 매년 증가세… 걷기도 제대로 알고 해야, 근육량 키우고 계단 오르내리는 등 무리한 운동 금지
[쿠키 건강] ‘100세 시대’를 맞아 건강관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노인 인구가 늘고 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와 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2011 노인실태조사’ 결과, 노인들의 운동실천율과 건강검진율은 2004년 39.6%와 52%에서 50.3%와 81.6%로 각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정작 노인 진료비 부담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난 3월 발표한 ‘2011 건강보험주요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진료비는 전년 대비 8.8% 증가했으며 전체 의료비의 1/3을 노인이 차지했다. 지난 10년간 연 평균 16.9%나 급증한 수치다. 특히 85세 이상의 진료비는 지난 10년 동안 5배 이상 늘었다.
이처럼 건강을 신경 쓰는 노인 인구는 증가하는데 진료비 부담이 줄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해 건강보험공단에서 물리치료비 명목으로 전국 각 병원에서 지급한 진료비만 1조원이 넘었으며 대부분은 노인들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만큼 근육통이나 관절통을 호소하는 노인들이 많다는 말이다. 송상호 웰튼병원 원장은 “관절 질환에 대한 노인들의 예방 의식은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환자들의 대다수는 단순한 물리 치료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며 “더 중요한 부분은 통증 완화를 목적으로 운동을 하는 경우는 늘었지만 잘못된 운동법으로 오히려 관절 건강을 악화시키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최고의 운동이 ‘최악’의 운동 될 수도… 제대로 걸어야 ‘보약’= “걷는 것은 인간에게 최고의 보약이다.” 역사상 가장 유명한 의사이며 ‘현대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히포크라테스가 한 말이다. 누구나 쉽게 할 수 있고 가장 효과적인 운동법이라고 알려져 있는 운동이 걷기 운동이다. 걸을 때 발바닥에 가해지는 압력이 혈액의 흐름을 빠르게 해 원활한 혈액순환을 돕고 근력 강화를 통해 무릎 통증 완화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러나 무조건 걷는다고 다 운동이 되진 않는다. 송 원장은 “걷는다고 무조건 좋은 것이 아니라 바른 자세로 걸어야 운동 효과가 있다”며 “자칫하면 무지외반증, 족저근막염 등의 족부 질환이나 연골연화증 등의 무릎 질환이 나타날 수 있고 관절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은 오히려 병세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반적으로 걷기 운동을 할 때 대부분 허리를 숙이고 땅을 보고 걷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전혀 관절에 도움을 주는 운동법이 아니다. 걷기 운동을 할 때는 시선은 10~15m 전방을 주시하고 턱은 몸쪽으로 약간 당기되 가슴을 과도하게 내밀지 않도록 한다. 또한 등을 바로 펴 배의 근육을 등쪽으로 당기고 팔은 자연스럽게 앞뒤로 흔든다. 보폭은 너무 크지 않고 짧게 걷는 것이 중요하다. 무릎을 지나치게 곧게 펴거나 엄지발가락이 안쪽으로 휘어지는 자세는 좋지 않다. 일주일에 5회 이상 30분 이상 걸어야 운동 효과를 볼 수 있다.
자신의 발에 맞는 신발 선택도 중요하다. 발을 감싸주는 신발은 운동 시 발목이 아닌 다리 전체를 사용해 걷게 해 주기 때문에 근육통이나 관절로 가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1~2시간 이상 너무 무리하게 걷는 것은 금물이다. 한 번에 오래 걷기보다 1회 30~40분씩 천천히 옆 사람과 대화하면서 걷는 운동을 하루에 3~4회 실시하는 것이 좋다. 또 퇴행성관절염 중기나 말기 환자는 오히려 증세를 악화시킬 수 있는 만큼 전문의와 상담 후 실시한다.
◇등치기 운동, 관절염 환자들은 주의= 흔히 아침에 산에 오르거나 약수터를 가면 나무에 등을 치며 운동하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나무에 등을 치는 운동은 척추 주변의 근육에 자극을 줘 마사지 효과를 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의학적으로 증명된 운동이 아니다. 오히려 관절 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다.
송 원장은 “등을 나무에 치는 운동은 자칫하면 척추관 협착증, 디스크 등 철추 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고 골다공증이나 퇴행성 질환을 앓고 있는 노인들에게는 위험할 수 있다”며 “만약 마사지 효과를 위해서라면 등치기 운동보다는 뜨거운 찜질을 해 주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만약 이 운동으로 마사지 효과를 얻고자 한다면 등의 정중앙을 치기 보다는 좌우의 부드러운 근육을 부드럽게 밀어주는 방법으로 어느 정도 안마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지나치게 세게 등을 치거나 횟수가 많다고 해서 마사지 효과가 큰 것은 아니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무조건 살빼기 NO! 근육량 키우세요= 60세를 전후해 나타나는 체지방 증가와 근육량 감소 현상은 비만, 당뇨병, 고혈압 등과 같은 대사성 증후군 발병률을 높이고 노인의 건강을 위협하는 요인이 된다. 때문에 노인들 중에는 체중 감량을 위해 운동을 시작하는 경우도 많다. 특히 과체중인 경우 관절의 퇴행을 부추기고 부상에 취약하도록 하는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다.
나이가 들면서 살이 찌는 이유는 기초대사량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기초대사량은 인간이 소비하는 에너지양의 60~75%를 차지하는데 근육량의 감소와 관련이 있다. 근육량을 늘려주는 성장호르몬은 20대 초반을 최고점으로 서서히 감소하고 이에 따라 기초대사량도 감소하면서 체중이 늘어나게 된다. 실제 최근 통계자료에 따르면 나이가 들면서 남녀 모두 복부비만 증가세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20대 남성이 16.1%이던 것이 70세 이상에서는 30.8%로, 여성은 20대에 9.1%에서 60대에는 49.8%로 늘었다.
그러나 무턱대고 살을 뺀다고 건강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송 원장은 “일반적으로 나이가 들수록 뼈는 약해지고 근육도 줄어들게 되는데 특히 여성들은 남성보다 근육량이 적기 때문에 퇴행성관절염이 빨리 나타날 수 있다”며 “단순히 체중을 줄이는 것보다 근육량을 높이고 관절 주변 근육을 강화하는 것이 더 건강한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준다”고 조언했다.
따라서 과욕을 부리기보다는 관절 부담이 적은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관절 질환자라면 장시간의 등산, 달리기, 줄넘기, 계단 오르내리기 등 관절에 무리가 가는 운동보다는 수영, 아쿠아로빅, 실내자전거 타기, 가볍게 걷기 등의 운동이 적절하다.
송 원장은 “노인들의 경우 적은 활동량은 체력 저하의 원인이 될 수 있고, 이는 다시 활동력을 둔화시키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며 “규칙적인 식사와 꾸준한 운동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운동 전과 후 스트레칭을 통해 몸을 충분히 풀어주도록 하고 처음부터 너무 무리하기보다는 조금씩 운동량을 늘려가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주호 기자 epi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