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人터뷰] 차태현 “악역해도 좋아해 주실까요?”

[쿠키 人터뷰] 차태현 “악역해도 좋아해 주실까요?”

기사승인 2012-08-17 11:52:01

[쿠키 영화] 편안하고 푸근한 인상으로 코미디 영화에서 두각을 드러낸 배우 차태현. 영화 속 개구쟁이 같은 그의 모습은 ‘연기’가 아닌 실제 모습처럼 자연스럽고 친근하다. 그 덕분인지 영화 ‘엽기적인 그녀’(2001)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2003) ‘과속 스캔들’(2008) ‘헬로우 고스트’(2010) 등의 작품을 통해 흥행에 성공했고 ‘2000만 배우’라는 영광스런 수식어까지 얻었다.

하지만 그가 택한 모든 작품이 승승장구한 것은 아니다. 송혜교와 주연을 맡은 ‘파랑 주의보’(2005)는 32만 관객을 모았고, 경주마 루나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챔프’(2011)는 53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참패했다.

더 이상 ‘차태현 표 영화는 통하지 않는 것인가’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지만 지난 9일 개봉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통해 화려하게 부활했다. 영화는 개봉 8일 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인기몰이 중이다.

영화 홍보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차태현을 지난 3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났다. “지속되는 폭염도 날려버릴 만큼 시원한 영화가 탄생했다”며 환한 미소를 짓는 모습에서 여유로움이 묻어났다.

영화란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고 개봉 전에 진행된 인터뷰였기에 반신반의하는 마음이 들기 마련이지만 이번 작품에 대해서는 ‘대중이 좋아해 줄 것’이라는 자신감이 확고했다. 시사회에 참석해 구석에 자리 잡은 뒤 대중의 반응을 살피기도 했단다. 결과는 대만족. 관객들의 웃고 즐기는 모습에서 짜릿한 쾌감을 느꼈다고.

“안했으면 후회했을 정도로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흥행이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제게는 사극장르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준 작품이고 85억 원이라는 블록버스터 작품에 출연하게 된 것만으로도 배우로서 한 단계 도약한 기분입니다.”

지난 1999년부터 2004년까지 5년간 차태현은 다수의 상을 휩쓸며 인기 절정을 누렸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는 법. 서서히 대중의 관심에서 벗어났고 당시 받았던 스트레스는 상상 그 이상이었다. 밝은 성격에 웃음 많은 그지만 공황장애 증상을 겪었고 이는 드라마 ‘황태자의 첫사랑’ 때 가장 심했다.

“정상의 위치에서 멋지게 내려오기 위해 많은 준비를 했음에도 제 마음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공황장애까지 겪었지만 결혼을 하면서 마음을 편하게 갖게 됐고 그 증세도 나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전작 ‘챔프’의 흥행 부진으로 이번 작품의 성공은 더욱 간절했다. 열심히 준비해 내놓은 작품이지만 개봉 첫날부터 ‘퐁당퐁당’(한 영화관에서 영화를 교차 상영하는 것을 말하는 영화계 은어) 되는 것을 보며 더 이상 대중이 차태현표 가족영화를 원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하지만 예전만큼 힘들어하거나 좌절하지는 않았다.

“많이 어른이 된 것 같습니다. 결혼 전에는 한 작품이 안 되면 그에 대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고민이 제 전부였습니다. 물론 지금도 신경은 쓰이지만 가족이라는 또 다른 삶이 있기에 그들과 있다 보면 그런 스트레스를 잊게 되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연예인 차태현만 있었다면 지금은 남편, 아빠 차태현도 존재하니까요.”

코미디영화로의 복귀가 간절한 시점. 운 좋게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만났다. 많이 알려졌듯이 이 작품은 차태현의 형 차지현 씨가 제작한 작품으로, 형과 배우-제작사 대표의 관계로 만났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출연하게 됐다는 그는 형 작품이 아니었다면 출연을 고사했을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이유는 밋밋했던 캐릭터 때문.

영화는 조선시대 금보다 귀한 권력의 상징이었던 ‘얼음’을 둘러싼 음모에 맞서 서빙고를 털기 위해 모인 각 분야 전문가들이 펼치는 코믹한 작전을 담는다. 차태현은 천재적인 지략가 덕무를 맡아 다른 인물을 소개해주고, 연결시켜주는 교두보 역할을 한다. 통통 튀는 캐릭터가 아닌 극의 중심을 잡고 끌고 가는 인물이다.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덕무라는 캐릭터가 너무 밋밋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형이 제작하는 작품이니 출연은 해야겠고 캐릭터를 이대로 가는 것은 아니겠다 싶어서 뭘 해서라도 살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함께 연기하는 배우들과의 호흡도 중요하기에 직접 섭외에 나섰고 촬영 중 애드리브를 많이 쳤습니다.”

‘엽기적인 그녀’ ‘과속 스캔들’ ‘헬로우 고스트’ 등 유난히 신인감독과 호흡을 많이 맞춘 그는 이번 작품에서도 첫 장편에 도전하는 김주호 감독과 함께했다. 신인 감독인데다가 형이 제작사 대표고 동생이 주연배우로 나서니 감독의 힘이 줄어들 수도 있는 상황. 하지만 김 감독은 오히려 차태현이 믿고 따르겠다며 무한한 신뢰를 줬다며 고마워했다.

“신인 감독과 일을 할 때는 사공이 너무 많습니다.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는거지만 저는 늘 마지막까지 감독 편이 되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주연 배우가 감독 편을 들지 않으면 누가 그의 편을 들어도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이번 작품에서는 감독님이 코미디 부분을 제게 완전히 맡겼고 뭘 해도 오케이 해줬습니다. 제 캐릭터를 살리는 데는 제 느낌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준 것 같습니다.”

대본 상 밋밋했던 캐릭터는 차태현을 만나 생동감 넘치는 인물로 살아났다. 본인의 캐릭터를 살려낸 것뿐 아니라 영화 속 에피소드를 만들고 배우들의 캐스팅에도 힘을 보탰다. 특히 영화에는 송중기가 카메오로 깜짝 등장하는데 이 역시 차태현이 직접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캐스팅한 것이다.

“당나귀를 타고 가는 장면이나 송중기 씨의 등장 등 많은 부분에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송중기 씨를 캐스팅하게 된 것은 제가 아는 인맥 중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만약 김수현 씨가 제 인맥에 있었다면 또 이야기가 달라졌을 수도 있지만요(웃음).”



이야기는 자연스레 김수현이 출연한 영화 ‘도둑들’로 흘러갔다. 천만 관객을 돌파한 ‘도둑들’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와 함께 극장에 걸리는 경쟁작이기도 하다. 오프닝 최고 스코어 기록은 물론 각종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작품. 차태현은 “빨리 모든 신기록을 다 세웠으면 좋겠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저 역시 ‘도둑들’을 봤는데, 관객에게 그 영화 대신 우리 영화를 봐달라고는 차마 말하지 못하겠습니다(웃음). 두 영화 모두 한국영화니 ‘도둑들’을 미리 다 보시고 우리 영화를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하루빨리 모든 신기록을 갈아 치우길 기대하고 있습니다(웃음).”

‘도둑들’의 최동훈 감독과 작품에서 만나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다. ‘도둑들’ 캐릭터 중 가장 탐나는 역은 오달수 역이었다.

“김윤석 선배님이 연기한 마카오 박도 좋은데 줄타기할 때 너무 힘들 것 같고 개인적으로 많이 웃었던 오달수 형 캐릭터를 하고 싶습니다. 가장 멋있는 캐릭터를 꼽자면 임달화 씨가 연기한 첸이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꼭 해보고 싶은 역이죠.”

코믹하거나 로맨틱한 인물 외에 ‘독한’ 캐릭터에도 욕심을 냈다. 그동안 대중이 좋아하는 재밌고 편안한 이미지의 연기를 해왔지만 돌연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욕구가 생겼고 다음 작품은 그런 모습으로 돌아오고 싶다고 했다.

“최근 들어 갑자기 해보지 못했던 역할을 연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가진 장점인 웃음을 주는 연기는 ‘1박 2일’에서 극대화됐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상의 것을 보여 드리기는 힘들 것 같고 스릴러나 악역을 통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 드리고 싶어요. 주인공이 아니더라도 그런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꼭 만나고 싶습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 / 사진=박효상 기자
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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