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조각 같은 외모와 부드러운 이미지로 드라마 ‘환상의 커플’, ‘내조의 여왕’ 등 로맨틱 코믹장르에서 두각을 드러낸 배우 오지호. 달콤할 것만 같던 그는 지난 2010년 수많은 ‘폐인’을 양산한 사극 드라마 ‘추노’에서 조선 최고의 무장을 맡아 강인한 남성적 매력을 발산했다.
드라마를 통해 각종 이슈를 만들어내며 존재감을 알렸지만 유난히도 영화에서는 잠잠했다. ‘7광구’ ‘조폭마누라3’ 등의 작품에 출연했지만 빛을 보지 못한 것이 사실. 하지만 지난 8일 개봉한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감독 김주호)는 개봉 15일 만에 350만 관객을 돌파하며 그의 어깨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영화는 조선시대 금보다 귀한 권력의 상징이었던 ‘얼음’을 둘러싼 음모에 맞서 서빙고를 털기 위해 모인 각 분야 전문가들이 펼치는 코믹한 작전을 담는다.
‘추노’에 이어 또 한번 사극에 도전한 오지호는 고지식하지만 올곧은 심지와 성품을 지닌 무사 동수로 분한다. 천재적 지략가 덕무(차태현)를 도와 서빙고 얼음을 훔치는 결정적 역할을 하는 인물. 허당 기질을 가지고 있지만 튀는 캐릭터가 아닌 중심을 잡고 극을 이끌어 간다.
상대 배우를 살려주면서도 중심을 지켜야 하는 이번 캐릭터는 상당한 내공을 필요로 했다. 자칫 잘못하면 밋밋하고 지루한 인물로 표현될 수 있기 때문. 이에 촬영 전부터 많은 고민을 했고 김주호 감독과 많은 대화를 통해 캐릭터를 잡아갔다.
“액션을 중심에 둔 무거운 무사도 표현해야 했고 허당 이미지도 담아야 했습니다. ‘추노’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기 위해 수염을 밀었고 진지한 인물이지만 의외성을 통해 웃음을 주고자 했습니다. 진지함과 코믹함 사이의 선을 지키는 것이 정말 어려웠죠. 촬영하면서도 ‘잘하고 있는 것인가’라는 의심이 들었지만 태현 씨가 워낙 잘 살려줬고 덕분에 저도 잘 어울릴 수 있었습니다.”
동수는 실제 오지호의 성격과도 비슷한 부분이 많다. 조각미남 외모에 쉽게 다가서지 못할 아우라를 풍기지만 실제 그는 장난기 많은 성격에 털털함을 지닌 반전 매력의 소유자다.
“영화를 본 지인들이 실제 제 모습과 잘 어울린다고 하시더라고요(웃음). 사실 배우 생활을 처음 했을 때는 낯도 가리고 말도 잘 안했어요. 그런데 점점 바뀌었습니다. 제 모습을 마음 놓고 펼치려면 사람들이 저를 이해해줘야 하니까 먼저 다가가는 편입니다. 그러지 않으면 견뎌내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니까요. 또 로맨틱 코미디를 많이 한 것도 성격이 변한 이유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촬영 중에 벌어진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털어놨다. 혹독한 겨울에 촬영하다 보니 촬영장은 ‘추위와의 전쟁’이었다. 평소 추위를 잘 안타는 성격이지만 영하 20도의 추위가 이어졌고 그를 걱정한 스태프가 주머니에 ‘핫팩’을 넣어줬다.
“저를 걱정한 스태프가 핫팩을 넣어줬고 ‘뜨겁다’라는 생각은 있었는데 그냥 뒀습니다. 그러다 결국 화상을 입고 말았습니다. 수포 두 개가 올라왔고 영광의 흉터를 얻게 됐죠. 사람들이 ‘뜨거우면 뺐어야지 무식하다’며 놀려댔습니다. 저 참 둔한 거 같아요(웃음).”
이런 수더분하고 긍정적인 성격은 연예인으로 활동하는 데 있어 큰 도움이 됐단다. 롤러코스터처럼 오르락내리락하는 인기에 동요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을 수 있었다고.
“성격이 워낙 낙천적이라 작품이 안돼도 ‘내가 여기까지였나 보다. 다음 작품 잘하자’라는 생각입니다. ‘가을 소나기’는 시청률 2%가 나오기도 했지만 그런 과정들 모두 제 성장에 도움 됐습니다. 배우에게 있어 연기연습도 중요하지만 그런 경험치가 쌓이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배우로서 임팩트 강한 명작을 남기고 싶다는 바람도 털어놨다. 혹시나 반응이 좋지 않더라도 다양한 역할에 도전해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 ‘진짜 배우’가 되기를 꿈꿨다.
“대중에게 강하게 어필할 수 있는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습니다. 그 역이 악역이 될 수도 있는 거고 혹여 조연이라 해도 상관없습니다. 실패하더라도 열려있는 마음으로 스펙을 쌓아 갈 것입니다. 기대해주세요.”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 / 사진=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