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작은 영화] 발칙한 리얼함에 울고 웃고…‘577프로젝트’

[Ki-Z 작은 영화] 발칙한 리얼함에 울고 웃고…‘577프로젝트’

기사승인 2012-08-25 13:01:01

[쿠키 영화] ‘국토대장정’이란 말을 너무 쉽게 내뱉은 탓일까.

배우 하정우는 지난해 백상예술대상에서 2년 연속 수상하면 국토대장정을 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고 영화 ‘577프로젝트’는 이 약속을 이행한 결과물이다.

얼떨결에 말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국토대장정에 나선 하정우와 그의 꼬임에 함께 하게 된 공효진. 그리고 하정우의 지인 혹은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16인의 대원들이 국토대장정 길에 올랐다. 이들은 지난 2011년 11월 15일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시작해 12월 4일 해남에 도착, 국토대장정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영화는 이 과정에서 겪는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리얼하게 담아 웃음과 감동을 선사한다. 얼핏 생각하기에 이들의 고생담과 힘든 과정을 겪으며 얻는 깨달음 등 진지하고 무거운 내용을 다루는 다큐멘터리일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묵직하고 지루한 것들을 최대한 배제하고 그 자리를 코믹함으로 채웠다. 하정우 토크쇼 ‘하정우 쇼’가 등장하는 것이나 협찬사 제품을 대놓고 광고하는 CF의 삽입 등이 그렇다.

또 여배우라면 땀 흘리고 지쳐있는 모습을 공개하는 것이 쉽지 않은데, 예쁜 척하지 않아 더 예쁜 배우 공효진은 온갖 투정에 민낯까지 공개하며 당시 국토대장정에 오른 그들의 상황을 실감나게 느낄 수 있게 한다.

하정우와 공효진이 타이틀롤이기에 두 배우의 이야기가 중심을 차지할 것 같지만 영화는 다른 16인의 대원들을 꽤 많이 비춘다. 두 배우의 팬이었다면 적은 분량에 실망감을 안고 돌아갈 수 있지만 반대로 다른 대원들의 이야기는 기대치 않았던 수확이다.

주연배우이자 기획자로 나선 하정우는 자신의 분량을 축소, 후배 배우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했다. 무명의 세월을 보내고 있는 이들을 알리고 마음껏 매력을 펼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준 셈.

드라마 ‘신사의 품격’에서 강 변호사로 등장해 신선한 외모로 눈길을 사로잡은 배우 박아인과, 어디로 튈지 모르는 통통 튀는 성격에 욕까지 거침없이 내뱉는 신인 연기자 이승하.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의 김성균, 개그맨 출신의 끼많은 대원 김근현, 국토대장정을 인생의 전환점으로 삼은 배우 한성천 등은 끝이 없을 것 같던 멀고 먼 길을 함께 걸으며 울고 웃는다.

나이 35살이 되도록 배우로서 자리 잡지 못하고 부모의 눈치를 보며 살아야 하는 사연, 국토대장정을 통해 스스로에게 도전해보려는 이야기 등 이들이 가진 드라마는 국토 대장정의 극적인 순간과 뒤엉켜 뭉클한 감동을 선사한다.

잘 짜여진 구성이나 교훈, 메시지를 기대하긴 힘들지만 소소한 웃음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 수 있는 유쾌한 팝콘무비로 제격이다. 15세 이상 관람가로 오는 30일 개봉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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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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