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영화] 영화 제작자와 감독의 ‘연출권 영역문제’는 어떻게 정리되어야 하는 것일까.
최근 임순례 감독이 90%가량 촬영된 영화 ‘남쪽으로 튀어’에서 하차했다가 복귀하는 작은 소동이 발생했다. 제작사 이미영 대표 말에 따르면 임 감독은 제작자의 지나친 간섭으로 한동안 촬영을 중단했다가 ‘충분한 연출권’을 보장받기로 약속한 후 현장에 돌아갔다.
앞서 영화 ‘미스터 K’ 의 이명세 감독도 제작사 JK필름과 마찰을 빚어 논란의 중심에 선 바 있다. 비주얼을 추구하는 이명세 감독 스타일과 스토리에 중점을 둔 JK 필름의 의견충돌이 원인이었다. 결국 이들은 이견을 좁히지 못했고 이 감독은 ‘미스터 K’에서 하차했다.
끊임없이 불거지고 있는 제작자-감독 사이의 연출권 영역 문제는 어떻게 해결돼야 하는 것일까. 현재 왕성한 활동 중인 감독과 제작사 대표에게 들은 입장은 극명하게 달랐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감독은 “제작사에서 감독을 택할 때 분명 상업영화에 주력하는 감독인지, 상업성+예술성을 함께 가져갈 감독인지 등을 충분히 고려해 해당 영화에 맞는 감독을 택했을 것이다. 그런 과정을 거쳐 결정했을 때는 영화 제작에 대한 지원과 방향성만 제공해줄 뿐, 깊숙하게 들어오려 해선 안된다. 감독을 믿고 따라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물론 감독이 방향성을 잃어버렸다면 제작사 측은 현 감독을 배제한 대안을 취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극단의 선택은 감독이 제작사에서 돈을 못 구해 온다고 다른 제작사를 택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라고 설명했다.
또 “감독이 자신의 작품을 버린다는 것은 자기 자식을 버리는 고통과 같다. 만약, 감독이 작품을 버리고 떠났다면 그간의 고통이 얼마나 컸을지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 제작사 대표는 이와 반대되는 이야기를 전했다.
그는 “감독은 제작사에서 고용한 여러 스태프 중 하나다. 감독이 모든 영화를 만드는 것처럼 느낄 수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감독의 비중은 생각보다 작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제작사는 감독의 눈치를 보고 그들의 위치를 존중해주려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감독의 연출 스타일 역시 믿고 따르려 하지만 이는 제작사가 결정한 기획의도와 제작방향의 범위 안에 한해서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또 “영화가 망하면 감독도 커리어가 망가진다고 하지만 제작사는 수십억 원의 빚을 떠안게 되는 생존 문제다. 이런 이유로 상업영화에 고용된 감독은 제작사의 방향에 따라야 하는 의무가 있다. 즉, 프로듀서 컷이 나와야 한다는 것. 할리우드 역시 마찬가지 상황이며, 디렉터스컷이 존재하는 이유기도 하다. 우리나라에 디렉터스컷이 적은 이유는 그만큼 감독의 의견이 많이 담겨있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양측 모두 감독의 연출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에는 입을 모아 동의했지만 그 비중에 대해서는 입장 차를 나타냈다. 현장에서 각자의 역할이 다른 만큼 그 위치에서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기 위해서는 촬영 전 충분한 의사소통 과정을 통해 각자 영역에 대한 선을 긋고, 서로 믿고 영화라는 공동작업을 진행해야 하는 시점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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