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건강] 추석(秋夕) 연휴가 끝나면 엄마 아빠들은 명절 증후군에 시달린다. 아빠들은 장거리 운전, 과음과 폭식, 아내와 부모 사이에서 눈치를 보느라 지치고, 엄마들은 자리에 앉아 있을 틈 없이 가사노동에 시달리며 시월드 한복판에서 정신적 스트레스로 버거워한다. 이렇게 엄마 아빠가 녹초가 된 사이, 아이는 괜찮을까?
◇명절 후 아이가 감기에 걸리는 이유= 가을로 접어들면 일교차가 심해 엄마들은 아이가 감기가 걸리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을 쓰게 된다. 손을 자주 씻기고, 바람이 서늘할 때는 가벼운 긴소매 옷이나 마스크를 챙긴다.
낮에는 덥더라도 찬 것을 주의시키고, 양치질 또한 꼬박꼬박 챙긴다. 그런데 명절이 되면 이 모든 관리가 느슨해진다. 음식 장만과 상차림으로, 오랜만에 만난 친척들과의 대화로, 어쩔 수 없이 아이는 잠시 뒷전이 된다. 그리고 부모가 소홀한 틈을 타 아이는 여지없이 감기에 걸린다.
이주호 아이누리한의원(안산점) 원장은 “명절 후 아이가 감기에 걸리는 것은 기온 변화와 장거리 이동 등으로 면역력이 약해져 있을 때, 여러 사람과의 접촉으로 외부 사기(邪氣)와 가까워지고 개인위생 관리가 세심히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며 “또 귀향과 귀경 길, 장시간 건조한 차 안에 있다 보면 코나 목이 자극돼 감기에 걸리기 더 쉬운 상황이 된다”고 설명했다.
◇담백한 유동식과 배 마사지로 속 달래야= 식체(食滯)나 배앓이도 명절 후 찾아오는 대표적인 불청객이다. 차례 음식은 대개 기름진 음식, 밀가루 음식, 약과나 사탕, 한과 등인데 이런 음식을 주는 대로 받아먹다가 식체는 물론 배앓이를 하게 된다. 명절 중에는 세 끼를 규칙적으로 챙기고, 간식은 평소 먹이는 양만큼만 주는 것이 좋다.
명절 후에도 집 안에서만 놀면 전이나 과일, 한과 등 남아 있는 차례 음식을 계속 집어먹을 수 있기 때문에 산책을 하거나 바깥 놀이를 해 보도록 유도한다. 차량으로 장거리 이동을 할 때에도 ‘배가 조금 덜 차게’ 먹이는 것이 좋다. 멀미를 한다면 레몬이나 매실처럼 시큼하거나 새콤한 향의 차나 사탕이 도움이 된다.
그래도 배앓이가 생겼다면 우선 아이를 눕혀놓고 배꼽 중심으로 마사지를 해준다. 증세가 가벼운 경우 배를 따뜻하게 해주는 것만으로도 기혈 순환이 좋아져 통증이 가라앉는다. 굶기기보다 매실차, 대추차처럼 배 속을 따뜻하게 해주는 음료를 조금씩 주고, 담백한 유동식을 먹이면서 경과를 지켜본다.
이주호 원장은 “만약 아이의 복통이 점차 심해지고 구토와 설사가 멎지 않는다면 수분 섭취에 신경 쓰면서 의료진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이 때 임의로 지사제를 먹여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어른이 모르는 안전사고, 야뇨 야제 부르기도= 명절 후 아이가 자다 깨서 울거나 이부자리에 실수하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평소 잘 놀고 잘 자던 아이가 명절 2~3일이 지난 후에도 유독 울고 보채면서 엄마에게 매달리는 경우, 잠자리에서 칭얼대고 이리저리 자세를 뒤척이는 경우, 잘 자다가 갑자기 깨서 자지러지게 우는 경우, 음식을 먹고 토하는 일이 잦은 경우라면 아이 몸의 이상 신호는 아닌지 점검해봐야 한다.
명절 중에는 특별히 아이를 지켜보는 사람도 없고, 아이도 분위기에 따라 흥분해서 넘어지거나 부딪히고 떨어지는 등 안전사고를 당하기 쉽다. 장시간 차를 타다 보면 운전자가 급정거를 하거나 가벼운 교통사고를 일으킬 수도 있다. 그런데 이때 놀란 것과 충격이 며칠 후에 나타나기도 한다.
이 원장은 “안전사고나 교통사고 등으로 놀란 아이는 외상이 없더라도 한동안 밤에 오줌을 지리거나 악몽을 꾼 것처럼 자다 깨서 우는 야뇨(夜尿), 야제(夜啼), 야경(夜驚)증 등의 증세를 보일 수 있다”며 “증상이 일주일 이상 지속되거나 심해진다면 치료를 받아야 하고 사고 후 숨어 있는 멍이나 근육 통증은 없는지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장시간 외출, 과도한 놀이 삼가고 푹 쉬도록= 명절을 쇠고 나서 아이의 어리광이 심해졌다는 말을 하곤 한다. 혼자 밥도 잘 먹던 아이가 먹여 달라 하고, 재워 달라 놀아달라고 하고, 조금만 마음대로 안 되면 떼를 쓰는 일이 종종 있기 때문이다. 단출하게 살던 아이가 한순간 너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어 버릇이 없어졌나 싶지만, 사실은 그보다 몸이 피곤해서, 각종 질병으로 몸이 허해져서, 며칠 동안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주지 않던 엄마에 대한 애착으로 나타나는 행동일 수 있다.
명절 후 며칠 동안은 아픈 아이를 돌보고 달랜다는 생각으로 소화가 잘 되는 음식 위주로 먹이면서 어리광도 받아준다. 또 잠들기 한 시간 전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뭉친 근육과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반신욕을 10~15분정도 해주는 것도 좋다. 다음 날 너무 격렬하게 놀게 하거나 나들이를 보내는 등의 활동은 가급적 자제하는 것이 좋다. 어른들이 ‘딱 며칠만 쉬고 싶다’라고 생각하듯 아이 몸도 며칠은 푹 쉬어야 심신이 회복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주호 기자 epi0212@kmib.co.kr
도움말·이주호 아이누리한의원 안산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