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건강] #직장인 박재형(53)씨는 허리가 지끈거리는 통증 때문에 병원을 찾았다가 고관절 이상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뼈가 썩는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라는 생소한 병명에 겁부터 덜컥 났다. 수술을 하면 치료가 가능하다고 하지만 몇 주간 휴가를 낼 수도 없는 형편이라 막막하기만 하다.
고관절 질환 환자들이 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건강보험 및 의료급여 청구 자료를 분석한 결과, 고관절 수술 환자는 2005년 1만5008건에서 2009년 2만3615건으로 1.57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환자들이 수술을 선택하기란 쉽지 않다. 송상호 웰튼병원 원장은 “수술 자체의 부담도 있지만 생업에 대한 문제로 치료를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환자들이 많다”며 “고관절 질환 중 절반 이상의 비율을 차지하는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는 주로 사회활동이 활발한 30~50대 남성들에게 많이 나타나기 때문에 수술을 받기 위해서는 직장에 휴가를 내거나 쉬어야 하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신체 활동에 중요한 역할 하는 ‘고관절’= 고관절은 매우 중요한 신체 부위지만 많은 관심을 받지 못하는 부위 중 하나다. 고관절은 어깨 관절 다음으로 운동 범위가 큰 관절이다. 걷거나 움직일 때 체중을 지탱해 하중을 분산시켜 주는 역할을 하며, 달리거나 격한 운동 시 체중의 10배가 되는 하중을 견디기도 한다.
그러나 고관절 질환이 발생해도 통증이 엉덩이, 허벅지, 사타구니 부위 등 한 지점에서 명확하게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허리 질환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다. 송 원장은 “고관절은 두꺼운 인대가 감싸고 있기 때문에 무릎 등 다른 관절보다 쉽게 나빠지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고, 무릎 관절에 비해 발병 비율이 약 25% 정도로 낮은 편이지만 일단 발병하면 잘 낫지 않고 수술적 치료를 선택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고관절 질환이 심한 경우에는 고관절 인공관절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인공관절수술이란 망가진 관절 부위를 제거하고 인공관절로 대체하는 수술적 치료법이다. 고관절 질환 중 다수를 차지하는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는 초기 단계에는 약물치료 또는 뼈에 미세한 구멍을 뚫어 혈액순환을 돕는 ‘다발성 천공술’로 치료할 수 있지만 괴사 부위가 넓고 이미 뼈가 주저앉은 상태라면 인공관절수술이 필요하다.
◇고관절수술 환자들 “후유증 없는 빠른 일상 복귀” 중요= 환자들은 수술을 선택하면서도 ‘재활과 후유증’에 큰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웰튼병원에서 외래환자 2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수술 시 가장 중요한 것’을 묻는 질문에 ‘재활치료센터 및 조기재활 여부’라는 응답이 51%로 절반을 차지했다. 또한 응답자의 40%는 수술을 선택할 때 가장 걱정되는 부분으로 ‘수술 후유증’을 꼽았다.
이에 최근에는 조기 재활이 가능한 수술법이 개발돼 환자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기존에 15~20㎝였던 절개 부위를 8~10㎝로 최소화해 근육과 힘줄을 보존하는 수술법이 그것이다.
◇절개 부위 줄여 빠른 회복 가능, 획기적으로 낮아진 탈구율= 최근에 시행되는 고관절수술은 절개 부위가 작기 때문에 출혈량이 적고, 회복 시간이 짧다는 장점이 있다. 무엇보다도 고관절 재수술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됐던 탈구율을 획기적으로 낮춰 환자들은 재수술에 대한 부담을 줄였다.
고관절 탈구 가능성을 최소화 하는 것은 고관절 수술법과 연관성이 깊다. 과거에도 탈구율을 줄이기 위해 큰 대퇴골두 기구를 사용하거나 연부조직 봉합 방법을 개선하는 등 여러 노력이 있었지만 큰 효과를 얻지 못했다. 그러나 근육과 힘줄을 보존하는 수술법을 적용함으로써 고관절 탈구의 가능성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이에 따라 과거에는 수술 후 6주 이상 침상에서만 생활하도록 했지만 최근에는 수술 1주일 후면 혼자 걸을 수 있기 때문에 일반 직장인이라면 수술 후 약 2주 간의 재활치료를 거치면 일상적인 사회 활동이 가능하다.
빠른 재활이 가능해지다 보니 욕창과 패혈증, 하지혈전합병증 등 합병증 발생 확률이 낮아졌다. 또 빠른 재활은 관절 주위 근력 약화를 막고, 수술부위의 연부조직 유착을 막아 관절의 유연성과 굴곡 각도를 증가시켜 운동 능력을 향상시킨다.
송 원장은 “고관절 질환은 생소하지만 간과해서는 안 되는 중요한 부분인 만큼 허리가 아프거나 양반 다리 자세가 어려운 경우에는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며 “인공관절수술을 선택할 때는 환자가 수술의 필요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재활과 물리치료, 수술법 등 다양한 요소들을 따져볼 수 있도록 충분한 상담을 한 후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주호 기자 epi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