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건강] 감기가 나았다고 방심해서는 안 될 것 같다. 감기 이후 다리에 마치 고춧가루를 뿌려놓은 것처럼 피멍이 생기는 환자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오돌토돌한 피부가 만져지고 약간 가렵고 따끔거리기도 하며 꾹 눌러봐도 여전히 붉은 색을 유지한다. 바로 ‘알레르기성자반증’이다.
‘자반증’이란 물리적 충격이 없었는데도 염증이 생긴 혈관이 터져 피부에 피멍이 드는 상태를 말한다. 그 모습이 포도송이를 닮았다고 해서 1620년경에 출간된 한의학서인 <외과정종(外科正宗)>에는 ‘포도역(葡萄疫)’이란 병명으로 기록돼 있다.
‘알레르기성’이 앞에 붙은 것은 면역체계의 문제로 발생했다는 뜻이다. 감기바이러스가 면역체계를 약화시켜 일종의 감기합병증을 초래하는 셈이다. 알레르기-면역질환을 치료하는 한동하 한동하한의원 원장은 ‘알레르기성 자반증 106명 사례에 대한 임상적 고찰’이라는 논문을 통해 전체 환자 중 48.1%가 감기 이후 발병을 했다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일단 감기에 걸리면 면역력이 떨어지지 않게 잘 먹고 쉬는 것이 가장 좋다. 아울러 항생제나 해열진통제 복용은 면역체계를 교란시킬 수 있기 때문에 되도록 자제해야 한다. 한동하 원장은 “항생제나 해열진통제는 바이러스의 면역체계 침투를 오히려 돕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남용하지 말아야 한다”며 “현재의 남용 실태가 지속될 경우 알레르기성자반증 또한 아토피처럼 ‘국민병’으로 등극할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증상은 어떨까. 가볍게 나타날 때는 미용적인 부분 이외에 큰 문제는 없다. 하지만 증상이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면 위험하다는 신호다. 심할 경우 궤양으로 발전하기도 하고 콩팥에 영향을 미쳐 만성 사구체신염이나 신부전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치료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알레르기성자반증에서도 HS(헤노흐-쉔라인)자반증에서 나타나는 증상이다.
일단 발생하면 경중을 떠나 빨리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때를 놓치면 치료기간 또한 오래 걸리고 잘 낫지 않는다. 양방에서는 부신피질호르몬(스테로이드)을 이용한 치료를 하고 있지만 정상적인 면역체계도 억제하고 재발을 막지는 못한다는 여러 연구결과가 있다. 또한 얼굴에 털과 여드름이 많이 생기거나 아이들의 경우 얼굴이 달덩이처럼 붓는 쿠싱증후군이 발생하기도 한다.
최근까지 알레르기성자반증에는 한방치료가 비교우위에 있다. 양방과 달리 면역반응을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안정화시킨다는 데 초점을 맞춘다. 한동하 원장은 “알레르기성자반증의 일반적인 재발율이 30~35% 정도인데 반해, 한방치료는 재발율을 5% 이내로 줄인다는 연구보고가 있다”고 주장했다.
면역치료는 자초(紫草, 우리말 ‘지치’) 등 면역안정에 효과가 있는 ‘한약물’과 아연제제나 오메가3지방산 등을 보조제로 섭취하는 ‘영양요법’을 병행한다. 또한 다양한 녹황색 채소 및 씨앗과 견과류를 섭취하고 동물성 지방질이 많은 육류나 인스턴트식품의 섭취를 줄여야 한다.
한편 자반증에는 ‘알레르기성자반증’ 말고도 자반이 상처로 바뀌면서 궤양으로 발전하는 ‘청피반성 혈관염’, 추위에 노출되면 혈관이 경련을 일으켜 팔다리가 그물모양으로 얼룩덜룩해지는 ‘망상 청피반’도 있다.
특히 ‘청피반성혈관염’에는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새살을 돋게 하는 효과로 의료용 거머리가 사용되고 있다. 거머리 침샘에 있는 히루딘 등 60여 종의 생리활성 물질이 혈관에 들어가면 혈액순환이 촉진되고 소염 진통 효과와 더불어 면역 안정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주호 기자 epi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