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치료비용, 치료 까다롭고 재발되기 쉬운 게 원인… 초기 진단 중요
[쿠키 건강] ‘이명(귀울림)’ 치료비용으로 수개월간 대략 500만원 정도 들였다면 적당한 것일까. 이명은 일종의 ‘잡소리’로 외부에서 소리의 자극이 없었는데도 매미, 모기, 파도, 금속 등 기분 나쁜 소리들이 귀에 들리는 증상을 말한다. 대부분 자신만 잡음을 듣는다고 해서 ‘자각적 이명’이라고 구분하기도 한다. ‘이명’을 환청으로 오해해 무당이나 점집을 찾는 웃지 못 할 해프닝도 종종 발생하지만 절대로 정신질환은 아니다.
그렇다면 수술이 필요한 질환일까. 딱히 그렇지도 않다. 과거 수술이 필요했던 이석증으로 인한 ‘이명’도 최근에는 머리를 이리저리 돌려 세반고리관 속의 돌가루를 빼내는 이석제거 물리치료를 통해 해결이 가능하다.
◇치료시기 놓치는 이명 환자 많아= ‘이명’은 오히려 스트레스성 질환에 가깝다. 최근 들어 사무직들에게 이명이 많이 생기는 것도 그런 이유다. 이명환자의 전조증상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마포소리청한의원의 조사에 따르면 ‘목·어깨의 경직’ 81%, ‘이폐색감’ 12%, ‘상열감’ 7% 등 스트레스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목·어깨의 경직’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이명’은 수술이 필요 없고 정신병도 아닌 스트레스성 질환인데 치료비용으로 왜 500만원이나 들어가는 것일까. 답은 치료가 잘 되지 않고 재발하기 쉽다는 데 있다. 가벼운 ‘이명’ 증상은 머리를 덜 쓰면서 푹 쉬고 잘 먹는 것만으로도 금세 좋아지지만 일단 정상생활을 방해할 만큼 심해지면 도통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한쪽 귀에서 들렸던 증상이 양쪽 귀로 진행되는 경우들도 많다.
치료가 어려운 이유는 때를 놓치기 때문이다. 한동안 이명 증상이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니까 시답잖게 생각했다가 일상생활이 방해받을 정도가 돼서야 치료의 필요성을 느끼게 된 셈이다. 따라서 전문의들은 아무리 늦어도 6개월 이내에는 치료를 받아야 치료 확률이 높아진다고 입을 모은다.
◇없애기 보단 면역력 키워야= 치료약이 없는 것도 또다른 이유다. 양방에서는 혈액순환 개선제와 신경안정제로 대증치료를 한다. 한약은 치료약으로서 인정받지 못하는 분위기다.
유종철 마포소리청한의원 원장은 “이명의 발병 메커니즘에 대한 과학적인 근거는 아직까지 없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들에게 혹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이명 발생률이 높다는 현상을 볼 뿐이다”며 “이처럼 원인이 불분명한 상태에서는 이명을 없애려고만 하면 치료 효과에 한계를 보일 뿐만 아니라 다른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한약은 그런 점에서 신체 면역력을 높여 자연스럽게 증상에 대처하는 힘을 길러주는 부분이 크고 그래야 치료효과도 커진다”고 말했다.
물론 한약도 잘 못 쓰면 부작용을 일으킨다. 특히 스트레스성 이명 환자들이 경우 적외선체열진단에서 보통 안면부와 머리에 열이 몰려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때 열을 내려주는 처방이 아닌, 무조건 원기를 북돋아 주는 처방부터 쓰면 열이 더 몰려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따라서 현재로선 일단 ‘이명’ 증상이 생기면 나이와 경중을 떠나 빨리 진단부터 받아야 비용지출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 또한 부정적인 생각을 버리고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 의료계의 한 보고에 따르면 이명으로 인한 나쁜 감정은 자율신경을 자극해 나쁜 감정을 악화시키고 이명을 더 크게 느끼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주호 기자 epi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