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용 후엔 스트레칭과 찜질 통해 피로 풀어주는 노력 필요
[쿠키 건강] 올 봄 ‘운도녀’(운동화 신는 도시 여자)가 신발 업계의 트렌드였다면, 올 가을엔 워커부츠의 행보가 인상적이다. 가을이 깊어지면서 중성적인 매력을 강조하는 ‘매니시(mannish)’ 패션이 인기를 끌면서 워커부츠 역시 상한가를 달리고 있다. 남성들의 군화 디자인에 착안한 워커부츠는 시크한 매력을 극대화시키는 매니시 패션의 필수 아이템. 이에 따라 인기 여성화 브랜드들은 킬힐에 워커부츠 스타일을 접목한 ‘워커힐’을 일찌감치 출시하며 소비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그러나 패셔니스타가 되려다 병원을 찾아야 하는 신세가 될 수도 있다. 송상호 웰튼병원 원장은 “관절 질환은 흔히 노인층에 많이 발생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요즘처럼 패션을 위해 높고 무거운 신발을 착용하는 젊은 층에서도 흔히 나타난다”며 “최근에는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들도 키높이 구두를 많이 착용하면서 발이나 무릎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무겁고 높은 워커부츠, 관절 악화 주범= 워커는 다른 신발에 비해 무겁기 때문에 발에도 부담을 주지만 무릎 관절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또 워커힐은 무거운 데다 굽까지 높아 여성들의 관절을 해치는 주범이 된다. 이런 신발을 오래 신게 되면 ‘연골연화증’이라는 무릎 질환이 나타날 수 있다. ‘연골연화증’은 방치하게 되면 연골이 완전히 마모돼 뼈끼리 부딪치는 퇴행성관절염으로 진행될 수 있어 더욱 조심해야 한다.
특히 남성보다 여성에게 잘 발생하는데, 그 이유는 여성들이 무릎의 근력이 적고 임신과 출산, 잦은 다이어트 등으로 연골이 약화될 수 있는 요인이 많기 때문이다. 이외에 군화를 신는 군인들 또한 연골연화증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최근에는 남성들의 패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남성 워커부츠도 많이 출시되는 만큼 남성들 역시 연골연화증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
또 보행 중 앞으로 쏠린 체중의 균형을 잡기 위해 골반이 전방으로 나오게 되는데, 이 경우 고관절의 위치 이상을 일으키거나 무릎 연골에 부담을 가중시켜 ‘연골연화증’을 더욱 부추기게 된다.
연골연화증의 증상은 쪼그리고 앉거나 계단을 오르내릴 때, 오랜 시간 앉았다 일어날 때 무릎 앞쪽이 뻐근해지는 느낌이 난다. 또 운동 중에 통증이 생기고 무릎을 굽히고 있을 때는 아프지만, 펴면 통증이 가라앉기도 한다.
◇높은 굽이 라인 살려준다고? 허리와 발 통증 원인= 하이힐을 신으면 골반이 앞쪽으로 기울면서 엉덩이를 뒤로 빠지게 하기 때문에 마치 S라인이 더욱 도드라져 보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그러나 이는 배는 나오고 허리는 휘어 오히려 관절 건강을 악화시킬 뿐이다. 이렇게 앞으로 기울어진 골반은 허리 부담을 증가시키고 발바닥의 충격이 그대로 허리로 전해져 고통을 호소하게 된다.
또 넘어지지 않으려고 힘줘 걷다 보면 근육이 필요 이상으로 긴장해 쉽게 피로해진다. 따라서 높은 굽의 신발을 장시간 착용하면 관절과 척추에 무리를 줄 뿐만 아니라 발의 변형을 초래하기도 한다. 특히 발목과 발등이 가장 혹사 받는 부위 중 하나다.
대표적인 증상 중 하나는 발목 인대 손상으로 인한 ‘발목 염좌’다. 발목 염좌란 발목 인대가 늘어나거나 미세하게 찢어지는 관절 질환이다. 하이힐은 발목의 과도하게 긴장 시켜 발을 살짝 헛디뎌도 발목이 큰 각도로 꺾이기 때문에 발목 인대가 쉽게 손상될 수 있다. 이런 증상들이 반복되다 보면 발목 관절의 연골 손상이 나타나고 결국 ‘발목 관절염’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또 높은 굽으로 체중의 90% 이상이 발등과 엄지발가락에 쏠리면서 엄지발가락이 바깥쪽으로 휘는 ‘무지외반증’도 나타날 수 있다.
◇2~4㎝ 굽이 적당, 발에 부담 주지 않는 신발 선택해야= 신발을 고를 때는 2~4㎝ 정도의 굽이 있는 신발을 고르는 것이 좋다. 또한 한 번에 6시간을 넘기지 않도록 하고 일주일에 3번 이상 신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송상호 원장은 “꼭 워커힐을 신어야 하는 경우라면 최대한 착용 시간을 줄이고 신은 후에는 발이 편안할 수 있도록 충분히 풀어주면서 쉬어야 한다”며 “발이나 무릎 통증이 지속된다면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온찜질도 발의 피로 회복과 통증 완화에 도움이 된다. 수면을 취하기 전 발을 심장 보다 높게 올리고 있으면 혈액순환이 원활해지면서 부기가 빠지고 관절에 휴식을 줄 수 있다. 또 스트레칭을 통해 긴장했던 관절 주변부의 근육과 인대를 풀어주는 것도 좋다.
그러나 통증이 지속된다면 정확한 진단을 통한 치료가 필수적이다. 연골연화증은 가벼운 약물치료나 휴식만으로 호전되기도 하지만 무릎 관절이 심하게 손상된 경우에는 인공관절수술 치료까지 생각해야 할 수 있다. 실제로 ‘홍콩 아가씨’로 유명한 한국 최초 ‘하이힐 가수’ 금사향(85)씨는 하이힐을 즐겨 신다 2010년 웰튼병원에서 무릎 인공관절수술을 받은 바 있다.
발목 염좌 역시 초기라면 약물요법과 찜질, 압박 붕대 등과 같은 방법으로 치료가 가능하지만 연골 손상이 있다면 수술적 치료가 요구된다. 무지외반증도 물리치료나 신발을 신는 습관을 고치면 개선될 수 있지만 엄지발가락의 휜 각도가 30도 이상이고 통증이 심하다면 절골술 등의 수술적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송 원장은 “관절 질환은 다양한 방법을 통해 호전될 수 있지만 패션에 앞서 자신의 관절을 지킬 수 있는 신발을 선택하려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젊다고 방심하지 말고 꾸준히 스트레칭과 근력 강화 운동을 병행해 관절을 튼튼하게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주호 기자 epi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