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건강] 11월에는 다른 질환보다 특히 ‘이명(귀울림)’을 각별히 조심해야 할 것 같다. 이맘때가 1년 중 스트레스가 가장 집약되는 시기고, 최근 이명은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한 발병률이 가장 높은 질환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이명은 일종의 ‘잡소리’로 외부에서 소리의 자극이 없었는데도 매미, 모기, 파도, 금속 등 기분 나쁜 소리들이 귀에 들리는 증상을 말한다. 보통 초기에는 잘 쉬면 자연회복이 되기도 하지만 몸 상태에 따라 정상적인 생활을 방해할 수도 있다.
이명과 정신적 스트레스와의 상관성은 열의 작용으로 추정되고 있다. 스트레스로 생긴 열이 혈관의 압력을 높여 혈류의 흐름을 방해하고 혈액순환을 저하시켜 상대적으로 압력에 약한 달팽이관의 청각세포를 파괴해 이명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즉 몸보다는 머리를 많이 쓰고 늘 긴장과 불안상태에 빠져있는 사람들은 이명에 걸릴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군인 셈이다.
유종철 마포소리청한의원 원장은“이명의 발병 원인에 대한 과학적인 근거는 아직까지 없다. 정신적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들 혹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상황에서 이명 발생률이 높다는 통계는 여럿 존재 한다”며 “이는 ‘이명’이 스트레스 강도와 긴밀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추측케 하는 것으로 휴식을 취하고 조심하라는 몸의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왜 유독 11월에 정신적 스트레스가 집약되는 것일까. 본격적으로 한 해를 정리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특히 사무직 직장인의 경우 추경예산 편성, 인사고과 및 연말성과보고 등 한 해 마무리를 위한 각종 업무량이 급증하면서 정신적·육체적 피로감은 극에 달한다.
또한 연일 계속되는 야근에 수면부족은 기본, 공사다망한 연말 술자리는 면역력까지 떨어뜨리다보니 아프지 않을 수 없다. 여기에 최근 은행권이 감원공포로 술렁이는 등 기업들이 경기불황을 극복하고자 구조조정을 시작한다는 소식도 심리적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물론 12월에도 이런 현상은 지속되지만 보통 중순 이후에는 희망찬(?) 새해를 앞두고 가족과 함께 혹은 신앙생활을 통해 심신의 안정을 찾으려는 분위기가 형성돼 11월보다는 덜하다고 할 수 있다.
사무직뿐만 아니라 수험생과 취업준비생의 스트레스 또한 극에 달하는 시기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있을 뿐만 아니라 예상되는 성적에 따라 희비가 교차된다. 또한 웬만한 대기업, 관공서 등의 채용기간이 종료되면서 낙마한 취업준비생들의 심리적 상실감과 압박감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어디 이뿐인가. 주부에게 김장철은 벅찬 스트레스다. 그 동안의 학습효과로 김장을 담고 나면 온 몸이 아프다는 것을 알고 있어 시작도 하기 전에 고민이 크다. 또한 예년보다 3배나 비싼 배추값에 생활비를 어떻게 쪼갤지도 걱정이다.
11월의 스트레스는 추위가 더해지면서 이명 발생비율을 더 높인다. 유종철 원장은 “추워지면 신진대사율이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면역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는데 평소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의 경우 그 피해는 더 커진다”고 설명했다. 유 원장은 또한 “만약을 대비해 홍삼제품 등 면역력에 좋다고 알려진 일부 건강기능식품을 무분별하게 복용해서는 안 된다. 이들 제품은 대부분 열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상열감을 높여 ‘이명’ 발생을 유도하거나 고혈압과 불면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명 증상의 빠른 회복을 위해서는 목과 어깨의 근육을 자주 풀어줘야 하고 숙면을 취하고 미네랄이 풍부한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가장 좋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 증상이 반복된다면 의료기관에서 전문치료를 받아야 한다. 한의학에서는 정체된 상열감을 분산시키고 오장육부의 기능을 최대한 높여 사기를 제거하는 부정거사의 방법이 이명환자에게 적용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주호 기자 epi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