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와 쪼그려 앉는 자세가 척추 관절 통증 유발= 김장철은 본격적인 겨울추위가 시작되는 시기다. 김장 전 배추를 다듬고 씻어서 소금에 절이는 과정은 보통 공간이 넓고 물을 사용하기 편한 베란다나 마당에서 하게 된다. 평소 허리디스크나 무릎관절염 등 퇴행성 척추관절 질환이 있는 여성은 한나절 이상 찬바람 맞으며 일하다 보면 통증이 심해질 수 있다. 온도가 내려가면 몸의 관절, 인대 등이 유연성이 떨어지면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데다 혈관이 수축되면서 혈액순환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통증이 심해지는 것이다.
고도일 고도일병원 병원장은 “추위로 인한 척추관절 통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가볍고 따뜻한 옷을 여러 벌 겹쳐 입어야 한다”며 “찬물에 손을 담글 때는 얇은 면장갑을 끼고 그 위에 고무장갑을 착용해 손가락 보온에도 신경 쓰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무거운 짐을 나르는 일은 허리에 매우 부담을 주는 동작이다. 김장을 할 때는 장보기, 배추와 무 옮기기, 김치통 들고 나르기 등 허리를 쓸 일이 많다. 따라서 무거운 물건을 들 때는 남편이나 아들 등 가족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받는다. 물건을 혼자서 들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무릎으로 든다’는 생각으로 들어야 한다. 머리와 허리는 그대로 두고 무릎을 굽혀서 들고 서서히 일어나야 한다. 물건을 가슴이나 어깨 높이까지 들어 올리는 일은 피한다. 무거운 물건은 여러 개로 나눠서 되도록 몸 가까이 붙여서 든다. 또 물건을 옮길 때는 끌어당기는 것이 미는 것보다 허리에 부담을 덜 준다.
쪼그려 앉은 자세는 허리와 무릎에 무리를 준다. 오랫동안 앉아서 일을 하면 서 있을 때보다 허리에 2~3배 큰 하중이 전달된다. 무릎관절염이 진행 중인 경우라면 통증이 더 빨리 온다. 허리와 무릎관절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식탁 의자에 허리를 펴고 바른 자세로 앉아서 하는 것이 좋다. 어쩔 수 없이 바닥에 앉아야 할 경우에는 낮은 의자에 앉아서 무릎은 한쪽씩 번갈아 가며 펴준다. 또 20~30분마다 일어나 허리와 무릎을 펴고 스트레칭 해주도록 한다.
◇손가락 통증 느껴지면 따뜻한 물에 담그세요= 김치를 담그는 동안 주부들의 손목도 쉴 틈이 없다. 마늘까기, 무채썰기 등 반복적 칼질과 재료 다듬기는 테니스 엘보우를 유발할 수 있다. 테니스 엘보우(Tennis elbow)는 팔꿈치 외측의 뼈(외상과)에 붙어있는 힘줄에 손상과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테니스 엘보우는 테니스와 같은 라켓을 사용하는 운동을 한 후에 많이 발생하지만 주부들은 가사노동에 의해서도 흔히 겪는다. 배추를 양념에 버무리다 보면 손목과 손가락 통증이 생기기도 한다. 빠른 손가락 놀림으로 쉴 새 없이 김장을 하다보면 손목 관절염이나 손목터널 증후군, 손가락에는 손가락 건초염 등의 질환이 유발될 수 있다.
이런 질환을 예방하려면 평소 스트레칭이나 악력기 운동 등으로 손목 근력을 키워야 한다. 일할 때는 왼손과 오른손을 번갈아 쓰고 양손을 비트는 행동은 자제한다. 손목 인대의 부상을 방지해주는 손목보호대를 착용하면 손목에 부담을 덜 수 있다. 손목이나 손가락에 시큰거리는 통증이 생기면 따뜻한 물에 손을 담그고 주먹을 줬다 폈다 하면 나아진다. 양손가락 깍지 끼고 손목 돌리기, 손목털기 등 가벼운 스트레칭도 도움이 된다.
김성권 고도일병원 줄기세포센터 원장은 “김장 후에는 사우나나 온찜질, 스트레칭과 가벼운 운동 등으로 근육과 척추의 긴장을 풀어주고 충분히 쉬어야 한다”며 “충분히 쉰 뒤에도 통증이 계속되면 병원을 찾아 정확한 검사와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주호 기자 epi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