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건강] 여성들은 아이를 키우면서부터 치마보다는 바지를 선호하게 된다. 아이들을 쫓아다니면서 앉았다 일어섰다를 반복해야 하는 데다 매일 반복되는 가사일을 하기 위해서도 종아리의 반을 가릴 정도의 긴 치마나 바지만 입기 때문이다. 그러다 문득 잊었던 옛날의 각선미를 떠올리며 자신의 다리를 보게 되는 날이면 익숙하지 않은 다리와 마주하게 된다. 보기 싫게 휘어버린 다리 사이로 O자형의 커다란 구멍이 생긴 것이다.
모양이 O자형으로 휘어있는 다리는 서양인보다 동양인, 그 중에서도 남성보다 여성에게 많이 나타나는 증세다. 선천적으로 다리가 휘어져 있는 사람도 있지만 보통은 후천적으로 나이가 듦에 따라 휘어진 경우가 많다. 좌식생활을 오래하다 보면 무릎 안쪽에 특히 하중이 집중된다. 이때 허벅지뼈인 대퇴골과 정강이뼈인 경골 사이에 위치한 무릎 연골에 힘이 집중되면서 연골이 닳게 된다. 닳아 없어진 연골 때문에 뼈와 뼈 사이의 간격은 좁아지고, 이 때문에 다리가 휘어지는 것이다.
최윤진 연세사랑병원 과장은 “연골이 손상되기 시작하면 그 범위는 계속적으로 커지고 스스로는 재생되기 어렵다. 무릎 안쪽에 가해지는 압력이 비정상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하면서 다리가 O자형으로 휘기 시작하는 것이다”며 “연골이 닳는 것은 관절염을 비롯한 연골판의 파열을 불러와 매우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유독 50대 이상의 중년층 여성에게서 이런 변화가 뚜렷한 것은 폐경 탓이다. 폐경기 여성의 여성 호르몬에 함유된 단백질 구성 성분이 줄어들면서 연골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더욱이 오랜 시간 무릎에 무리가 가는 동작들로 이루어진 가사 노동을 해온 것도 연골을 상하게 만들어 다리를 휘게 만드는 원인 중 하나다. 특히 아이를 돌보면서 앉았다 일어나는 동작을 반복하는 것과 걸레질을 하기 위해 무릎을 꿇는 동작이 매우 해롭다.
다리가 휘는 것은 미관상의 문제를 떠나 골반을 처지게 만들고 척추를 굽게 하며, 어깨가 결리는 고통을 수반하는 등의 각종 관절 질환과 골격 질환을 동반하기 때문에 평소에 다리에 느껴지는 통증과 변형에 민감하게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휜다리를 스스로 진단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우선 복숭아 뼈 안쪽을 붙이고 두 발의 앞발 끝부분이 서로 닿게 발을 모은 채로 똑바로 선다. 이때 양 무릎 사이가 벌어지고 그 간격이 5㎝ 이상이면 O자형 휜다리로 진단할 수 있다. 무릎 앞에 있는 뼈가 안쪽을 향하고 있어도 O자형 휜다리를 의심해 봐야 하며, 특히 이 경우 퇴행성관절염과 반월상 연골판 파열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반드시 전문의의 진단을 받아야 한다.
휜다리로 인한 통증이 6개월 이상 지속되고 연골이나 연골판의 손상이 동반됐다면 절골술을 시행해야 한다. 절골술은 옆으로 비껴있는 무릎을 바로 잡는 수술로, 종아리뼈인 경골의 윗부분에 인위적으로 골절을 만들어 각도를 교정하는 것이다. 변형된 관절을 본래대로 바로잡는 것인데, 관절 자체를 수술하는 것이 아니라 무릎 관절 안쪽에 가해지는 압력을 분산시킴으로써 통증을 감소시키고 오래도록 관절을 쓸 수 있도록 하는 원리다. 단 절골술은 무릎 안쪽에만 연골 손상이 진행된 환자에게만 적합하다. 또한 절골 후 뼈가 다시 단단히 붙기 위해서는 골질이 좋아야 하고 무릎을 똑바로 폈을 때 더 펴지지 않는 각도가 20도 이하여야만 한다. 만약 그 이상의 각도로 구부러져 완전히 펴지 못하는 환자라면 수술 후에도 관절에 실리는 하중을 받아내지 못해 재발할 수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주호 기자 epi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