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 소음보다 스트레스가 영향 더 커”

“이명, 소음보다 스트레스가 영향 더 커”

기사승인 2012-11-16 17:57:00
[쿠키 건강] ‘이명(귀울림)’을 귀의 문제로만 여겨 주로 이비인후과를 찾던 환자들이 최근에는 내과와 한의원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횟수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정책연구원 조사에서는 2002년부터 2009년까지 7년간 한방이명 치료를 받은 환자가 2.6배 늘어난 것으로 보고한 바 있다. 또한 과거에는 대부분 양방에서 치료를 못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한방을 찾았던 반면 요즘에는 아예 처음부터 한방치료를 선호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한의학계에서는 이런 현상을 두고 이명(귀울림)의 예상 원인이 과거 소음에서 정신적 스트레스로 옮겨가고 있으며, 스트레스를 풀어낼 접근 방법 또한 양방보다 한방이 좀더 다양하다는 데서 이유를 찾고 있다.

유종철 마포소리청한의원 원장은 “아직까지 이명 발병에 소음이 최대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이를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지고 있다”면서 “소음자체 때문에 이명이 발병한 것보다는 소음을 견뎌낼 수 없는 몸 상태 때문에 이명이 발병한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의학에서는 이명 오장육부의 ‘허(虛)’와 ‘실(實)’에 따라 ‘기허이명’, ‘위허이명’, ‘신허이명’, ‘심화이명’, ‘담화이명’, ‘풍열이명’ 등으로 분류하고 있다. 한의학적인 개념에서 ‘허’와 ‘실’은 기운이 부족하고 넘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즉 ‘기허’, ‘위허’, ‘신허’는 모두 기운이 부족한 ‘허’의 개념이고 ‘심화이명’ ‘담화이명’, ‘풍열이명’은 ‘실’의 개념으로 나눌 수 있는 셈이다.

유종철 원장은 “허증은 귀울림이 불규칙적이고 피곤하거나 밤에 더 증상이 심해지며 손으로 막으면 약간 편한 느낌이 드는 반면 ‘실증’은 귀울림이 나면서 막히는 듯하고 그 소리가 크며 손으로 막았을 때 소리가 더욱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면서 “이명을 이처럼 ‘허’와 ‘실’증의 개념으로 구분하면 이명과 함께 동반되는 난청, 두통, 어지럼증, 불면증, 안구충혈, 불안증 등 합병증까지 치료하기 좋다”고 설명했다.

‘기허이명(氣虛耳鳴)’이란 체력이 약하거나 영양섭취가 고르지 못하고 원기가 부족한 상태의 사람들에게 발생하는 이명으로, 수험생들에게서 주로 발생한다.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소음에 저항하는 기능 역시 심각하게 떨어져 있기 때문에 소리의 충격을 고스란히 받게 돼 이명 증상이 생기기 쉽다.

‘위허이명(胃虛耳鳴)’은 만성적인 소화기 질환을 앓고 있거나 식생활이 불규칙하고 폭식, 폭음, 냉한 음식을 지나치게 즐겨 먹는 사람들에게서 많이 발생한다. 또한 무리한 다이어트를 하고 체질적으로 소화기 계통을 약하게 타고난 사람에게서도 많이 나타난다.

‘신허이명(腎虛耳鳴)’은 신장의 정혈 기능이 떨어졌을 때 생기는 이명을 말한다. 과도한 성생활을 일삼는 사람이나 노인들에게 주로 해당되며, 혈액검사나 소변검사 등을 통해 나타나는 신장의 이상과는 다른 의미다.

‘심화이명(心火耳鳴)’은 과도한 긴장과 정신적 충격으로 인해 가슴부위에 열이 뭉친 채 발산하지 못해 발생한다.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는 사무직 직장인들이나 가족·지인의 사망, 실연을 한 사람에게서 이명이 발생했다면 ‘심화’를 의심해볼 수 있다.

‘담화이명(痰火耳鳴)’은 자율신경기능이 항진된 사람에게서 많이 나타나는데, 한의학적으로 ‘담’은 인체의 기혈이 순조롭게 운행되지 않아서 장부의 진액이 일정 부위에 몰려 걸쭉하고 탁하게 된 상태를 말한다. 담이 몰려있으면 열이 발생하는데 상승하는 열의 성질로 인해 귀 주변의 순환을 방해해서 이명 발생에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본다. 담화이명 환자는 성격적으로 완벽주의자나 혹은 지나치게 성격이 꼼꼼하고 예민하거나 과민반응을 보이는 사람한테서 잘 발생한다.

‘풍열이명(風熱耳鳴)’은 감기와 만성 중이염과 관련이 깊다. 지속적인 콧물과 코막힘으로 코를 수시로 세게 풀면 이관을 통해 압력이 중이로 전달된다. 이 탓에 고막에 파열과 염증이 생기면서 중이염으로 발전하고 농액이 혈관으로 스며들어 귀가 먹먹한 느낌과 함께 이명을 유발한다. 이를 한의학에서는 풍열이명(風熱耳鳴)이라고 하는데, 울체된 간의 기운이 머리와 귀로 상승해 화기가 정체되면서 귀 안에 농이 생기고 이명과 함께 발열과 심한 두통 등을 동반한다고 본다.

한편 이와 관련, 마포소리청한의원이 408명의 이명환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담화’ 35.2%, ‘기허’ 26.2%, ‘신허’ 20.3%, ‘심화’ 11.2%, ‘위허’ 7.1% 순으로 분류된 바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주호 기자 epi0212@kmib.co.kr
박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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