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건강] #대학교 입학 이후부터 패션에 유난히 신경을 많이 쓰는 L(24·여)양은 추운 겨울에도 날씬해 보이는 코트와 짧은 치마, 킬힐 구두를 포기하지 못한다. 더불어 추위로 인해 킬힐과 워커 속에 수면양말을 신고 다니는 것이 그녀의 겨울철 신발습관. 신발 안감과 두툼한 수면양말로 인해 따뜻함과 동시에 발이 꽉 끼는 느낌이 들었지만, 신다 보면 익숙해지겠지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신발을 벗고 있어도 발이 뻐근한 느낌이 들었고, 심지어 발가락 옆 뼈가 점점 튀어나오는 것 같아 병원을 찾은 L양은 ‘무지외반증’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매서운 추위가 한창인 겨울 날씨가 계속되며 두터운 패딩, 코트와 더불어 그동안 신발장에 숨겨놨던 부츠들까지 겨울철 패션의 잇 아이템들 뽐내기가 한창이다. 특히 외부 온도를 가장 먼저 감지하는 발은 겨울철 패션을 위해 가장 혹사당하는 곳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때문에 시린 발을 꽁꽁 싸매기에 바쁘지만 아름다움도 포기할 수 없어 잘못된 신발 습관으로 발 건강을 망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신발 안에 두꺼운 수면양말을 신게 되면 본인의 발 사이즈에 맞지 않아 발이 장시간 조여지게 될 경우, 또는 딱딱한 빙판길에도 굽이 높은 신발을 포기하지 못한다면 다양한 발 질환과 부상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두꺼운 수면양말 신고 정사이즈 신발 장시간 신을 경우, 발 꽉 조여 변형되는 ‘무지외반증’ 유발= 겨울철 발은 그야말로 추위와의 전쟁이 한창이다. 안감이 따뜻한 신발을 선택해보기도 하고, 발 전용 핫 팩을 붙여보기도 하는 등 따뜻한 발을 지키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본다. 그 중에서도 보들보들한 촉감과 더불어 체온을 유지할 수 있는 수면양말이 대중화 되면서 겨울철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러나 본인에 발에 딱 맞는 사이즈의 신발에 이처럼 두께감 있는 양말을 신게 되면 마치 작은 신발을 신는 듯한 불편함이 느껴지고, 발이 꽉 끼어 장시간 무리한 압박이 가해지게 되면 무지외반증이 발생되기 쉽다. 무지외반증은 쉽게 말해 엄지발가락(무지)이 두 번째 발가락 쪽으로 휘는 변형(외반)을 말하며, 엄지발가락이 휘는 것과 동시에 엄지발가락의 안쪽은 튀어나오게 된다. 무지외반증은 이처럼 잘못된 신발 착용으로 인해 후천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대부분이며, 발 모양 변형에도 이를 방치할 경우 점점 걷는 자세가 불편해지고, 조금만 걸어도 발이 피로해지며 악화되면 허리와 무릎에까지 무리가 간다. 하해찬 서울척병원 원장은 “증상이 심하지 않은 경우에는 볼이 넓고 편안한 신발을 선택하거나, 기능성 신발과 깔창을 통해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지만 기형이 심해졌을 경우에는 돌출된 뼈를 깎고 휘어진 부분을 교정해 주는 수술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추위에도 포기할 수 없는 높은 굽, 미끄러운 빙판길 발목 접질려 ‘발목염좌’ 불러= 여성들이 겨울 추위에도 포기할 수 없는 것이 있으니 바로 높은 굽의 신발들이다. 이처럼 높은 굽을 고집하는 여성들이라면 겨울철 빙판의 미끄러움 탓에 발목을 삐끗하는 경험을 피하기 어렵다. 그러나 우리가 흔히 발목을 접질리거나 자주 삐끗하는 경우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넘길 때가 많지만 발목염좌의 초기증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발목염좌는 발목이 심하게 꼬이거나 접질렸을 때 발목관절을 지탱하는 인대들이 손상을 입어 발생하는데 높은 힐을 신고 발을 헛딛거나 겨울철 미끄러운 빙판길을 걸을 때 쉽게 발생한다. 흔히 발목에 통증이 나타나면 파스나 간단한 찜질로 치료를 대신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발생한 염좌에 대한 적절한 대처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아 발목 관절이 계속 불안정한 상태로 남게 되면 반복적으로 접질림이 습관화 될 수 있기 때문에 초기에 정확한 진단을 통해 치료를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윤영선 분당척병원 원장은 “발목 접질림으로 발생하는 발목염좌는 흔히 방치하기 쉬운데, 근육내신경자극술(IMS)과 같은 비수술 치료로도 치료가 가능한 만큼 증상이 심해지기 전에 치료를 진행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설명했다. 근육내신경자극술은 인대가 손상되고 관절에 통증이 느껴지는 발목염좌의 해당 부위에 바늘을 삽입 후 신경 반사를 일으키는 치료로써 발목의 통증을 감소시키고 운동기능을 되찾아 주며, 수술 없이도 치료가 가능해 부담이 적다.
◇겨울철 현명한 신발 선택하기 위해서는 신발의 사이즈, 굽·밑창 꼼꼼히 따져야= 겨울철 발 건강을 위한 신발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신발의 사이즈와 안감, 밑창들을 잘 살펴보고 선택해야 한다. 너무 높은 굽으로 발목에 무리를 주는 구두나, 어그부츠처럼 굽이 너무 없어 바닥 표면과 가깝게 닿아 발바닥에 무리를 주는 신발은 피하는 것이 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높은 굽의 신발을 포기할 수 없다면 굽이 두꺼울수록 좋고 기왕이면 3~4㎝정도 굽의 구두를 신는 것이 적합하다. 신발 바닥의 밑창에 미끄럼방지 기능이 있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빙판길 낙상사고를 예방하기에 좋고, 발볼이 넓은 신발을 선택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발의 추위에 민감하다면 처음부터 털 안감이 부착된 부츠를 신거나 수면양말을 신고, 신발을 신을 경우 정 사이즈보다 5㎜정도 넉넉하게 신어 발에 압박이 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한 다리건강을 지키기 위해 외출 후에는 따뜻한 물에 발을 담가 근육을 이완시켜주고 틈틈이 발 마사지를 해줘 하루 동안 고생한 발을 쉬게 해주는 것도 예방법 중 하나다.
신발패션은 여성뿐 아니라 남성에게도 중요한 패션 아이템이 된지 오래다. 하지만 멋스러움을 뽐내는 신발이 다리에 지속적으로 무리를 준다면 질환으로 돌아올 수 있다. 잘못된 신발 착용 습관으로 생기는 통증은 가벼운 것으로 여기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지만 이는 질환을 키우는 지름길이 될 수 있으므로 정확한 진단을 통해 치료를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주호 기자 epi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