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짧고 추운 겨울, 만성 허리통증 있으면 우울감 심해져= 날씨가 춥고 해가 짧아 실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 겨울철에는 다른 계절보다 우울감이 찾아올 가능성이 높다. 일조량이 줄어들면 기분을 좋아지게 하는 호르몬인 세로토닌이 줄어들면서 계절성정서증후군(SAD, seasonal affective disorder)을 겪을 수 있다. SAD는 건강한 사람에게도 찾아올 수 있으며 우울감, 불면증, 불안감, 자신감 결여, 무기력증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허리디스크, 척추관협착증, 허리수술 후 통증 등 만성 허리통증이 있는 환자는 겨울철에 허리통증이 심해짐은 물론 우울증이 심해질 위험이 훨씬 높다. 기온이 내려가면 근육과 척추관절이 뻣뻣해지고 혈액순환 장애가 생기면서 통증이 가중된다. 통증이 심해지면 밤에 잠을 못 이루고 일상생활이나 운동을 잘 하지 못해 우울감을 느끼게 되는데 겨울철에는 계절적인 특징 때문에 그 증상이 더욱 심해지는 것이다.
고도일 고도일병원 병원장은 “문제는 만성통증은 우울증을 유발하고, 우울증이 있으면 통증에 민감해져 통증이 더욱 심하게 느끼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는 점”이라며 “만성 허리통증에 우울증까지 동반되면 치료기간도 길고 치료효과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야외활동과 운동이 천연 항우울제= 겨울철 허리통증을 줄이고 우울감을 없애기 위해서는 야외활동과 운동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야외에서 햇볕을 쬐면 수면호르몬인 멜라토닌이 분비가 조절돼 우울감이 개선되고 밤에 숙면을 취할 수 있다. 실내에서는 블라인드와 커튼을 걷어 햇빛이 잘 들도록 한다. 햇볕이 잘 들지 않는 곳일 경우 환하게 조명을 켜면 호르몬 분비와 생체리듬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야외에서 가벼운 산책을 하면 신진대사가 활발해지고 신체기능이 향상돼 통증이 줄어든다. 야외활동을 할 때는 따뜻한 옷을 입고 목도리 장갑, 귀마개 등으로 보온에 신경 쓴다. 빙판길일 때는 낙상을 방지하기 위해 미끄럼방지 밑창이 있는 신발을 신거나 아이젠을 착용한다.
만성 허리통증을 없애려면 무엇보다 치료를 적극적으로 받아야 한다. 통증이 3~6개월 이상 지속되면 만성통증으로 구분한다. 만성통증을 ‘나이가 들어서 어쩔 수 없이 생기는 것, 조금만 참으면 나아지겠지’라는 생각으로 방치하면 점점 더 치료가 어려워진다. 만성 허리통증은 치료를 일찍 시작하면 관리가 가능하다. 그러나 치료가 늦어져 중추신경계까지 감작이 되게 되면 신경병증성 통증으로 이어지면서 약물이나 수술로도 해결되지 않을 수 있다.
여러 치료로도 호전되지 않는 만성통증은 신경세포 이상을 조절하는 치료법으로 통증을 완화시킬 수 있다. 뇌를 자극하는 자기장을 두뇌로 전달해 뇌 신경세포를 자극하는 경두개자기자극술(TMS)은 만성통증으로 만성두통, 우울증, 불면증, 신경통 등이 지속되는 환자에서 효과적이다. 이밖에 뇌로 통증이 전달되는 신경전달과정에 작용해 통증에 대한 민감도를 떨어트리는 스크램블러요법도 효과적이다.
고도일 병원장은 “만성 허리통증 치료는 완치보다는 조절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하는데, 최근에는 만성 통증 치료법이 다양해져 환자의 선택 범위가 넓어졌고 치료 가능성도 높아졌다”며 “통증도 병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일찍 치료를 빨리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주호 기자 epi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