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건강] 만 6세부터 14세 어린이들만 참가할 수 있는 오디션 프로그램 ‘엠넷 보이스 키즈’가 첫 방송과 동시에 실력과 재미, 반전의 감동까지 선사하며 호평을 받고 있다. 또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인기리에 방영 중인 ‘K팝 스타 시즌2’에서도 어린 참가자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특히 지난 주 폭풍 고음을 선보인 14세 신지훈 양의 실력은 심사위원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어린 참가자들은 특유의 맑고 고운 미성을 무기로 성인 못지않은 가창력을 선보이며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준다. 그러나 이러한 열풍에 휩쓸려 무턱대고 어린 나이에 고음이나 바이브레이션 등의 기교를 연습하는 것은 오히려 성대를 손상시킬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음성치료 전문 프라나이비인후과 안철민 원장은 “변성기 전의 발성 습관은 성인이 됐을 때의 목소리를 결정짓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성대에 무리를 주는 행동은 절대 금물”이라고 조언했다.
◇변성기 이전의 성대는 불완전 상태, 무리할 경우 손상 위험 높아= 변성기는 2차 성징과 함께 성대의 길이가 약 2배 정도 길어지는 시기, 즉 성대 구조가 변화하는 시기다. 또한 목소리를 만드는 성대 점막의 구조도 소리를 더욱 탄력적으로 낼 수 있도록 두 겹에서 세 겹으로 변한다. 따라서 변성기 이전의 성대는 약하고 불완전한 상태이기 때문에 무리할 경우 손상될 위험도 높다.
특히 일반 가요는 성인들에게 맞춰 만들어진 노래기 때문에 아이들이 부르기에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따라서 성인처럼 노래를 부르기 위해 지나치게 고음의 발성을 한다거나, 바이브레이션과 같이 성대에 진동을 가하는 기교 등을 무리하게 연습할 경우, 성대가 부어 점점 두꺼워져 성대결절이 생길 수 있다. 또한 성대 점막 안쪽의 출혈이나 부종으로 인해 말미잘 모양의 종기가 생기는 성대폴립이 발생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어렸을 때 아무리 고음을 잘 내고, 맑고 고운 목소리를 가졌다 해도 변성기 전에 성대를 혹사시키는 발성을 계속한다면 성인이 됐을 때 고음을 내기 어렵고, 심한 경우 허스키하고 탁한 목소리를 갖게 된다.
◇목소리는 후천적으로 만들 수 있어… 올바른 발성습관 갖는 것이 중요= 안 원장은 “갓난아기들의 목소리가 다 똑같듯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성대는 없기 때문에 성장 과정에서 어떻게 훈련하고 습득하는지가 매우 중요하다”며 “어릴 때의 좋은 목소리를 성인이 돼서까지 유지하고 싶다면 먼저 자신의 성대 상태를 정확하게 체크한 후 그에 맞는 강도의 훈련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만약 이미 무리한 훈련으로 성대결절이나 성대폴립 등의 증상이 있다면 심해지기 전에 전문의의 진단을 통한 비수술 음성치료나 성대주사 등으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특히 잘못된 발성습관은 음성훈련을 통해 개선이 가능하다. 음성훈련은 부모와 아이가 함께 문제점을 인지해 놀이를 겸한 소리, 노래 등을 이용하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치료가 가능하다.
목소리는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후천적인 노력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어릴 때의 맑고 고운 목소리를 성인이 돼서까지 오랫동안 유지하고 싶다면 올바른 발성습관을 들이고, 어른들의 노래를 흉내 내기보다는 어린 나이의 성대에 맞는 동요 등을 부르는 것이 좋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주호 기자 epi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