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 청색증 보이는지= 우리 몸에서 가장 큰 기관은 피부다. 내장기관이나 전신에 질환이 있을 때 증상이 피부에 드러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관심을 가지고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피부가 창백하거나 입술 주위가 푸른빛을 보이는 청색증은 심한 경우 폐질환이나 심장질환, 혈색소의 이상을 의심할 수 있다. 또한 피부의 습도, 감촉 정도를 통해 갑상선 기능의 이상을 확인할 수 있고, 자신의 손과 비교해 부모님의 얼굴빛이 노랗게 변했다면 간질환에 의한 황달일 가능성이 있다.
◇눈이 침침하거나 물체가 2개로 보이는지= 갑작스런 시력변화를 비롯한 눈 상태도 확인해야 한다. 65세 이상이 되면 근시, 원시 등의 굴절 이상보다 백내장, 황반변성, 녹내장 등이 흔하게 발견된다. 이러한 변화는 주변 사물과 환경에 대한 감각을 둔화시켜 낙상 또는 미끄러짐 등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물체가 흐리게 보이거나 눈부심, 빛이 퍼져 보이는 등의 증상이 있는지 반드시 부모님께 물어보도록 하자. 특히 황달은 눈 흰자위에서 잘 관찰되기 때문에 이 부분도 잘 살펴봐야 한다.
◇귀에서 ‘윙’소리가 들리는지= 65세 이상 인구의 3분의 1 정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노인성 난청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TV 볼륨을 필요 이상으로 크게 하거나 뒤에서 불렀을 때 잘 알아듣지 못하며 평소보다 목소리가 커진다면 노인성 난청을 의심해야 한다. 특히 귀에서 ‘윙’하는 소리가 들리는 이명은 노인성 난청을 가장 확실하게 짐작할 수 있는 증세다. 노인성 난청은 여러 사람과의 모임을 피하고, 전화를 자주 걸지 못하는 등 자신감 결여로 인한 사회 회피 문제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말과 행동이 달라졌는지= 대화의 양, 속도, 발음의 명확성 등 대화가 유창한지, 이전과 달라진 점은 없는지 유심히 살펴보도록 하자. 갑작스런 말투와 행동의 변화는 뇌졸중 또는 뇌졸중 신호일 수 있고 특히 안면마비나 두통, 시야장애 등이 동반되는지 물어봐야 한다. 치매는 초기증상이 경미해 간과하기 쉬운데 대부분 이름, 전화번호 등을 기억하지 못하고, 우울해하거나 화를 잘내는 등 이전과 다른 성격의 변화를 보이게 된다. 부모님에게 일상생활의 어려움이나 기억장애가 있는지 알아보고, 이전에 비슷한 경우가 있었다면 점진적인 악화가 있는지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노화에 따른 단순한 건망증과 확연히 구별하기 어렵기 때문에 치매가 의심된다면 정확한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급격한 체중 감소가 있는지= 부모님의 체중이 크게 줄었다면 반드시 건강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노인의 체중감소는 이환율(병에 걸리는 비율) 및 사망률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위장질환, 당뇨나 갑상선기능이상, 만성감염, 만성심폐질환, 암과 같은 악성질환 등이 체중감소의 원인이 될 수 있으며 치매, 우울증, 스트레스 등 정신적인 변화도 고려해야 한다. 6개월에 10% 이상 체중이 줄었다면 노화에 의한 변화가 아닌 질환이 원인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속히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무릎에서 ‘뚝’ 소리가 들리는지= 부모님의 뼈 건강에도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무릎에서 소리가 자주 들리거나 이동속도가 느려지는 등 신체 활동에 불편함을 보인다면 퇴행성관절염이 진행됐을 가능성이 높다. 퇴행성관절염은 초기엔 약물이나 물리치료, 운동치료 등으로도 호전될 수 있지만 통증이 심한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다. 허리부위의 통증이 지속되거나 움직임에 제한이 있을 때에는 척추관협착증의 가능성을, 다리의 감각에 이상이 있거나 통증이 동반되는 경우에는 허리디스크와 같은 척추 질환을 의심해야 한다.
노인들은 젊은 층과 달리 급성질환, 만성질환의 증상이 모두 다르게 나타난다. 감염이 됐을 때 열이 없는 경우가 많고, 심근경색이 있을 때에는 흉통이 발생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특히 자신의 상태를 간과하고 노화의 한 과정으로 생각하며 증상을 표현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당뇨병, 고혈압 등의 만성질환의 유무, 복용중인 약물의 지속여부, 부작용 발생의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하며 이전에 시행한 검진결과와 그에 따른 추적검사가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지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김영묵 우리원 원장은 “보통 부모님들은 병이 악화되거나 몸에 이상이 있어도 자식들에게 부담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숨기는 경우가 많다”며 “따라서 부모님의 일상에 대해 이웃이나 가까이 살고 있는 친척에게 물어보는 것도 건강상태를 알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부모님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주호 기자 epi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