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 척추·관절 통증 더 악화 시켜… 금연하면 허리 통증 완화
[쿠키 건강] 담배는 흡연자뿐 아니라 비흡연자에게도 폐암과 폐질환뿐 아니라 각종 암과 중대질환의 위험요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건강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금연을 결심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올해 초 국민건강증진법 시행 확대로 식당, 주점, 커피전문점 등 실내흡연이 전면 금지되면서 애연가들은 영하 10도를 밑도는 추운 날씨에도 밖으로 나가 흡연을 해야 한다.
2012년 통계청 발표(2012 사회조사결과)에 따르면 20세 이상 인구 중 담배를 피우는 비율은 24.0%로 10명 중 2.4명꼴이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흡연이 허리통증에 악영향을 끼치고 디스크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는 사실은 잘 모르고 있다. 허리뿐만 아니라 목, 팔, 무릎 등 관절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이는 간접흡연자에게도 마찬가지다.
◇바른세상병원 조사결과, 척추관절 통증환자 중 흡연자 비율 29.8%로 일반인 24% 보다 높아= 분당 척추관절전문 바른세상병원은 최근 척추와 관절부위 통증으로 병원을 방문한 환자를 대상으로 흡연유무를 조사한 결과 10명 중 3명이 흡연자인 것으로 조사됐다고 12일 밝혔다.
바른세상병원이 지난 11~12월 사이 척추, 관절부위에 통증으로 방문한 30세 이상 환자 322명(남성 138명, 여성 18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중 96명(29.8%)이 흡연자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통계청(2012 사회조사결과)이 발표한 국내 20세 이상 성인 평균 흡연율 24.0%와 비교해 5%나 높은 수치다.
또한 척추관절 통증을 갖고 있는 흡연자들은 평소 흡연이 통증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56.3%가 ‘그렇다’고 답했다. 성별로는 남성이 흡연율 91.7%(96명 중 88명), 연령별로는 30대 환자가 흡연율 37.5%(36명)로 가장 높았다.
조사대상 환자 연령 비율은 30대 25.5%(82명), 40대 21.7%(70명), 50대 31.7%(102명), 60대 14.9%(48명), 70대 이상 6.2%(20명) 순이었다.
◇美 로체스터 의대 정형외과 글렌 레히틴 박사 “금연하면 허리통증 완화”= 흡연과 통증과의 연관성은 최근 미국에서도 발표됐다. 미국 로체스터대학 의과대학 정형외과 전문의 글렌 레히틴 박사는 ‘뼈-관절 외과학 저널(Journal of Bone and Joint Surgery)’ 12월호에 “척추에 문제가 있어 수술을 받았거나 비수술적 치료를 받은 환자 5333명을 대상으로 8개월 동안 실시한 조사 분석결과 담배를 끊는 것이 허리 통증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를 게재했다.
글렌 레히틴 박사팀은 5333명을 흡연 경력이 없는 경우, 예전에 흡연 경력이 있는 경우, 현재 흡연하는 경우, 최근 금연을 시작한 경우 4가지 유형으로 분류하고, 치료시점과 내원 당시의 통증지수를 검사해 통증이 더 심해진 환자군, 통증이 감소한 환자군, 주기적으로 통증을 느끼는 환자군, 현재 통증이 있는 환자군 등 4가지로 통증등급을 분류해 조사했다.
통증이 더 심해진 환자군의 경우 현재 흡연 중인 환자는 통증지수에 별다른 변화가 없는 반면, 최근 금연을 시작한 환자들은 통증 지수가 평균 8.22에서 6.66으로 -1.56이나 감소, 통증완화가 가장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전에 담배를 피우다 끊은 환자와 담배를 전혀 피운 적 없는 환자들이 현재 담배를 피우거나 조사 진행 중 담배를 끊은 사람에 비해 허리통증이 훨씬 덜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치료 중 담배를 끊은 환자가 계속 담배를 피운 환자에 비해 통증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 척추질환으로 요통을 겪는 환자들은 치료의 종류에 관계없이 금연이 통증 완화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졌다.
◇담배, 척추 관절에 어떤 해 끼칠까?= 흡연은 기관지를 자극해 기관지염과 만성기침을 유발, 복부와 디스크의 압력을 높이면서 디스크가 파열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담배의 니코틴이 체내에 쌓이면 칼슘 등의 미네랄을 감소시켜 척추 뼈에 미세한 골절 발생 가능성이 커지고 이로 인해 허리통증을 야기한다.
또한 흡연으로 생기는 일산화탄소는 체내 산소공급을 방해하고 혈액의 기능을 떨어뜨려 모세 혈관 축소와 혈액 순환 방해의 주범이 된다. 척추 뼈에 혈액공급이 원활하지 않으면 척추 디스크의 영양공급 또한 어려워지는데, 디스크 영양공급은 자체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전적으로 척추 뼈의 혈액을 통해 확산되기 때문이다. 흡연으로 디스크에 영양공급이 원활하지 않으면 디스크 수핵의 수분이 빠지면서 딱딱해지고 주위 조직이 상하면서 디스크가 터지고 통증이 발생한다. 요추동맥의 혈액순환이 감소되면 통증이 생기기 때문에 요통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담배를 끊어야 한다.
특히 흡연자가 허리디스크로 척추유합술이나 고정술을 받을 경우 금속 고정물이 척추에 고정되지 못하고 실패할 확률이 비흡연자에 비해 5배나 높아지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는 흡연으로 인해 혈액 내의 산소 포화도가 떨어지고 일산화탄소의 양이 높아지면서 혈관이 수축되고 조직 내 산소량이 부족해지는데 이런 경우 뼈의 생성력이 떨어지면서 뼈 융합이 잘 일어나지 않아 실패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담배는 근육과 관절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흡연자는 류마티스 관절염에 걸릴 위험이 비흡연자에 비해 2배 정도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흡연을 계속 하면 골밀도가 감소해 골다공증 위험이 높아지고 골절이 발생하기 쉽다. 니코틴이 콜라겐을 파괴하면서 근육이 약한 통증환자는 더 많은 통증을 느낀다. 인공관절수술을 받은 사람이 흡연을 할 경우 예후가 좋지 않다는 연구 결과도 미국정형외과학회에서 발표한 바 있다. 흡연자가 비흡연자에 비해 인공관절재수술 위험이 10배가 높다는 내용으로 인공관절수술에 이용된 초소형 경량의 금속소켓에 발생한 장애도 비흡연자는 3.4%인 반면 흡연자는 9.1%로 나타났다.
서동원 바른세상병원 원장(재활의학과, 정형외과 전문의)은 “척추나 관절질환으로 치료를 받는 환자들 중 흡연이 통증을 일으키는 원인은 물론 질환을 악화시키는 주범이라고 설명을 하고 금연을 권유해도 습관적으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많다”며 “이런 경우 치료효과도 떨어질 뿐만 아니라 수술 예후도 기대만큼 나오지 않는 경우도 많다. 환자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하고, 담당 의료진도 환자들에게 금연을 적극적으로 권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척추·관절 수술 환자들 최소 3개월 전부터 금연해야= 척추와 관절의 질환을 유발하고 통증을 악화시키는 것은 직접흡연자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간접흡연자도 동일하게 허리와 목, 무릎 등에 질환 발생 위험성이 증가하고, 특히 유년기에 간접흡연 경험이 있는 경우 척추 성장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가정이나 비흡연자가 있는 곳에서는 흡연을 삼가야 한다.
건강을 위해 평소 수영, 등산, 스트레칭 등 운동을 꾸준히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지만 담배를 피울 경우에는 이런 운동이 아무 소용없게 된다. 운동과 약물요법, 수술 등 다양한 방법이 있다 하더라도 보다 효과적으로 척추관절질환 치료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금연이 우선시돼야 한다고 전문의들은 강조한다. 따라서 요통이나 관절통이 있는 환자의 경우 반드시 금연을 해야 하며, 특히 척추수술, 인공관절수술을 받는 경우 수술 전 최소 3개월 전부터 담배를 끊는 것이 좋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주호 기자 epi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