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人터뷰] 한예리 “연기, 춤 외에 나를 표현하는 방법”

[쿠키 人터뷰] 한예리 “연기, 춤 외에 나를 표현하는 방법”

기사승인 2013-02-25 19:18:01

[인터뷰] 작은 얼굴에 개성 강한 이목구비. 묘한 분위기를 풍기며 자신만의 색을 뚜렷하게 전하는 배우 한예리.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한국무용을 전공한 그는 우연한 기회에 작은 영화에 얼굴을 비추게 됐고 점점 더 큰 역할을 맡게 되며 지금의 자리에 오르게 됐다.

영화 ‘평범한 날들’에서 효리 역을 맡아 인상 깊은 연기를 펼쳤던 그는 영화 ‘코리아’에서 북한선수 유순복으로 분해 ‘진짜’ 북한사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실감나는 연기를 펼쳐 주목받는 신인으로 떠올랐다. 임순례 감독의 신작 ‘남쪽으로 튀어’에서는 김윤석이 연기한 최해갑의 딸 최민주로 등장해 극에 힘을 불어 넣었다.

‘남쪽으로 튀어’는 남들과 다르게 살아도 괜찮다는 최해갑과 그 가족이 행복을 찾아 무작정 남쪽으로 튀는 이야기를 기둥줄거리로 한다. 현 사회의 문제점을 꼬집으며 묵직한 메시지를 전하지만 이를 가볍고 유쾌하게 풀어낸 점이 특징이다.

최근 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한예리는 “한국영화에서는 다룬 적 없는 신선한 소재라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좋겠다”며 웃어보였다.

영화는 개봉 전부터 작은 소란을 피웠다. 영화의 메가폰을 잡은 임순례 감독이 영화의 90%를 제작한 시점에서 제작자와의 마찰로 하차했다가 ‘충분한 연출권’을 보장받기로 한 뒤 복귀한 것. 고된 섬 촬영이 지속되다보니 배우와 스태프들 모두 지치고 예민한 상태였을 터. 그럼에도 서로 다독이고 촬영을 마무리하기 위해 모두들 마음을 하나로 모았다고 했다.

“그런 마찰로 인해 전 스태프와 배우들이 심적으로 상처 받지 않았나라고 생각해요. 그럼에도 서로 다독여주고 끝까지 최선을 다했어요. 덜 상처받기 위해 서로 노력했던 것 같아요.”

영화 촬영이 한창 진행됐던 무더운 여름. 에어컨도 없는 섬 안에서 제대로 씻지도 못한 채 촬영을 이어가야 했던 배우와 스태프들의 노고는 말할 것도 없다. 더욱이 촬영이 진행됐던 섬은 완도에서도 배를 타고 3시간을 더 들어가야 했기에 오가는 고생도 만만치 않았다.

“섬에 한번 갔다가 모든 촬영을 마치고 오는 게 아니라 서울에서 다른 촬영이 있으면 다시 나왔다 들어갔다 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이동시간이 너무 길어서 힘들었어요. 완도까지 6시간 정도를 차를 타고 간 뒤에 또 기다렸다 배를 타야하니까 총 10시간 정도 걸린 것 같아요. 섬 안에서의 생활은 워낙 각오를 다지고 갔기에 견딜 만 했어요. 사람 사는 곳이니까 못 살 이유는 없잖아요. 시골 집 왔다고 생각했죠.”

요즘 영화들은 거대한 고층빌딩이나 화려한 도시 등을 배경으로 하는 것이 많다. 그러나 ‘남쪽으로 튀어’는 섬을 배경으로 아날로그적인 느낌을 받을 수 있어 더욱 귀하다. 섬의 풍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지만 영화가 전하는 가족의 따뜻함은 더욱 마음을 풍요롭게 한다.

“현대 사회에서는 가족간의 교감이 많이 단절 돼 있는 게 사실이잖아요. 저도 밖에 나갔다 집에 오면 방에 들어가기 바쁜데, 이 영화를 보면서 가족의 소중함을 깨달았어요. 어릴 적 할머니 댁에서 잤던 기억도 어렴풋이 떠오르고요. 그런 점에서 가족들이 함께 보면 좋은 작품이에요.”



그렇다면 한예리에게 남쪽은 무엇일까. 한참을 고민한 뒤 ‘엄마 밥’이라는 귀여운 답변을 내놓았다.

“엄마밥, 집밥이에요! 밖에서 밥을 먹는 일이 많아지다 보니까 엄마가 해준 밥의 소중함을 느끼게 돼요. 집밥을 먹으면 기분 좋고 힘도 나요. 또 식탁에 앉아서 엄마와 많은 이야기도 나누게 되니까 어느새 소중한 시간이 돼요. 사람은 먹는 것에서 얻는 즐거움이 크잖아요. 어릴 때부터 먹었던 맛을 기억하고 있다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어릴 적부터 무용을 배운 그는 춤이 전부인 줄 알고 살았지만 연기라는 새로운 세상을 알게 돼 더없이 행복하다고 했다. 춤 외에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운 것 같아 감사하다고.

“어릴 때부터 무용을 했기에 무대에 자주 올랐어요. 때문에 사람들 앞에서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비교적 적었던 것 같아요. 또 연기도 춤처럼 움직이지 않으면 할 수 없는 거잖아요. 춤은 몸 자체가 언어이면, 연기는 그것에 대사라는 도구가 더해진 거죠. 둘 다 움직임을 배제하고는 할 수 없으니까 일맥상통하는 점이 존재해요.”

연기력에 무용 실력까지 갖췄으니 춤을 소재로 하는 영화에 출연하면 200% 재능을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 그는 누구보다 잘 할 자신 있다며 그런 기회가 온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다고 환하게 웃었다.

“당연히 하고 싶어요. 그런 기회가 생기면 정말 잘하고 싶다는 욕심도 있어요. 무용을 전공한 사람이니까 어떤 책임감도 분명 존재할 것이고요. 춤이 아니더라도 좋은 감독님과 좋은 배우, 시나리오를 가지고 열정을 쏟아 부을 수 있는 캐릭터를 만나고 싶어요. 그런 행운은 올 수도 안 올수도 있으니까 급하게 생각하지 않아요.”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 / 사진=박효상 기자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
한지윤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