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손으로 만든 영화”…크라우드펀딩 명과 암

“우리 손으로 만든 영화”…크라우드펀딩 명과 암

기사승인 2013-03-29 07:59:00


[쿠키 영화] 국민의 후원을 받아 제작되는 크라우드펀딩 영화가 점점 늘면서 영화계를 더욱 풍성하게 하고 있다.

제작두레라고도 불리는 크라우드펀딩은 관객들이 제작비를 모아 영화를 만드는 방식을 말한다. 대기업의 자본 없이 영화를 만들 수 없는 한국영화 산업구조의 변화를 꾀하기 위한 돌파구이자 두레를 통해 모두가 함께 영화를 만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300만 관객을 끌어모은 영화 ‘26년’과 독립영화임에도 4만 관객을 돌파하며 주목받고 있는 영화 ‘지슬’은 이 같은 방식을 도입, 성공한 대표적인 영화다.

광주항쟁을 다룬 영화 ‘26년’은 각종 외압설에 휘말리며 수차례 제작이 무산됐지만 결국 국민의 도움을 받아 영화로 완성됐다. 1만 5000여 명의 국민이 참여, 총제작비 46억 원 중 7억 원을 국민의 후원으로 채웠다. ‘26’년 제작사 측은 영화 엔딩크레딧에 후원자이름을 담았고 영화 시사회 티켓을 제공하는 등의 보답을 했다.

제주 4·3 사건을 다룬 영화 ‘지슬’ 역시 제작비 일부인 8000만 원 정도를 크라우드펀딩 방식으로 채웠고, 참여자들에게는 시사회 티켓이나 DVD, 영화 제목이기도 한 감자 등을 전하며 고마움을 표했다.

현재는 연예계 성 상납 문제를 꼬집은 영화 ‘노리개’와 한 반도체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려 사망한 공장 직원의 유가족 이야기를 담은 ‘또 하나의 가족’, 북한 지하교회를 소재로 한 영화 ‘사도’ 등이 크라우드펀딩 방식으로 제작되고 있다.

‘노리개’는 지난 2월 13일 크라우드펀딩을 시작한 이후 3일 만에 1000만 원이 넘는 금액을 모았으며 ‘사도’ 역시 지난 8일 모금을 시작해 목표액인 5000만 원을 초과 달성했다. ‘또 하나의 가족’도 지난해 말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1억 2000만 원에 가까운 제작비를 모았다.

크라우드펀딩으로 만들어지는 영화들을 살펴보면 정치색이 짙거나 사회 고발성 영화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대거자본으로부터 투자받기가 힘들기에 국민의 도움을 받아 영화를 완성, 개봉시키는 것이다.

관객은 의미 있는 영화를 만날 수 있어 좋고 영화계에서는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무작정 반길 수는 없다. 모금액을 변질된 방법으로 사용하거나, 악용된 홍보의 일환으로 사용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크라우드펀딩은 영화제작에 있어 투자받는 환경이 예전보다 열악해 지면서 새 대안으로 나타났다. 현재는 작은 규모의 영화나 민감한 소재를 다룬 영화에 주로 사용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소재와 상관없이 투자 재원으로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어 “크라우드펀딩에 동참하는 사람들은 돈을 벌 목적보다는 의미 있는 일에 도움을 준다는 목적으로 참여하기에 영화가 실패해도 큰 손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너도나도 크라우드펀딩에 손을 벌리다 보면 변질되는 경우나 사기 사례가 충분히 나올 수 있다. 또 홍보효과의 일환으로 이를 악용할 경우 질적으로 보장되지 않은 영화가 만들어질 우려도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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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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