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북한의 대남 선전용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를 해킹하고 회원 신상정보를 대거 공개한 국제 해커단체 ‘어나너머스’(Anonymous)의 실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이 단체의 국내 활동 사실까지 확인되면서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자신을 ‘어나너머스’의 일원이라고 주장한 트위터 네티즌(@YourAnonNewsKR)은 4일 오후 “우리민족끼리의 사이트 계정 9001개를 공개하겠다”며 해당 사이트의 회원 이름과 아이디, 성별, 생년월일, 이메일 주소 등을 대거 유포했다. 같은 날 북한의 다른 대남 선전용 웹사이트에서도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얼굴에 ‘서유기’의 저팔계의 몸을 합성한 사진이 내걸리는 등 해킹 흔적들이 발견됐다. 모두 동일 단체의 소행으로 추정된다.
‘어나너머스’는 ‘익명’을 뜻하는 단체의 이름처럼 좀처럼 실체를 드러내지 않는다. 다양한 국적과 연령층의 회원들이 국제적 사건 때마다 인터넷에서 단합해 해킹이나 사이버테러에 가담한 뒤 해산하는 공격 방식으로 유명하다. 미국과 이란 정부는 물론, 국제 기업과 범죄 조직들도 이들의 공격을 받았다.
트위터에서 애너놉스(@anonops)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이 단체의 한 회원은 미국 CIA 홈페이지를 해킹한 사건으로 세계적인 명사가 됐다. 2011년 11월에는 멕시코 갱단이 이 단체 회원들을 납치했다가 “갱단의 명단을 공개하겠다”는 위협을 이기지 못하고 항복한 사건도 있었다.
이 단체가 북한을 직접 겨냥한 것은 처음이다. ‘우리민족끼리’를 해킹한 네티즌은 ‘어나너머스 코리아’(Anonymous Korea)라는 이름으로 트위터를 개설했다. 5000여 건의 트윗(트위터 글)은 대부분 영문이지만 한글도 혼용됐다. 이 네티즌이 한국인이거나 재외동포라는 점을 추정할 수 있는 근거다.
이 네티즌은 이미 3년 전부터 국내에서 활동한 것으로 보인다. 그의 또 다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YourAnonNewsKR)에서 활동내역을 표시하는 타임라인에는 ‘2010년 11월1일 창업’이라고 기록됐다.
그는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에서 김 제1위원장을 수차례 조롱하며 북한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왔다. 5일 새벽에는 김 제1위원장이 탑승한 소형 나무선박 사진과 함께 “속보, 북한 해군이 미국으로 출항”이라는 트윗을 적어 다시 한 번 북한을 조롱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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