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만성골수성백혈병(CML) 환자들이 치료를 위해 평생 복용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 항암 표적 치료제 ‘글리벡(이매티닙)’을 일정 기간 사용 후 중단해도 치료 효과 유지가 가능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가톨릭의대 서울성모병원 조혈모세포이식센터(BMT센터) 혈액내과 김동욱 교수팀은 만성골수성백혈병으로 3년 이상 글리벡 치료를 받았고, 혈액을 이용한 초정밀 백혈병 유전자 검사를 통해 2년 이상 백혈병 세포가 발견되지 않은 완전유전자반응 환자 중, 글리벡 복용을 중단하는 연구에 참여한 4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고 29일 밝혔다.
조사결과 이 환자들 중 66.3%가 글리벡 중단 후 1년째 여전히 백혈병 유전자가 발견되지 않고 있는 상태인 것으로 진단됐다. 이는 글리벡을 초기에 집중 투여하는 방법으로 백혈병 유전자를 물리친 뒤(완전관해)에는 관해 상태 유지를 위해 글리벡을 계속 복용하지 않아도 되는 길이 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글리벡 복용이 어려운 임산부, 노약자, 부작용이 심한 백혈병 환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건강보험의 재정부담도 크게 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는 글리벡 복용이 필요한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글리벡 복용에 따른 약값의 대부분을 지원해오고 있다.
김 교수팀은 그동안 장기간의 항암제 복용이 신체 손상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불필요한 투약을 막기 위해 글리벡 복용 중단이 가능한 환자를 선별, 중단해도 좋은 시점을 찾아왔다.
그 결과 치료 후 암 유전자가 더 이상 증가하지 않았고, 18개월 이상 지난 뒤까지 그 상태를 유지하는 등 백혈병이 재발되지 않는 환자가 조사 대상자 48명 중 39명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김 교수는 “글리벡 복용 중단 이후 암 유전자가 0.1% 이상 증가한 9명의 환자 역시 곧바로 글리벡을 다시 투여하자 평균 6개월 이내에 백혈병 유전자가 모두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 연구에 참여한 환자들의 평균 연령은 47세였다. 또 절반 가량(20명)은 동종조혈모세포이식 후 백혈병이 재발하여 글리벡 치료가 필요했던 환자들이었다.
연구 결과는 미국혈액학회지 아메리칸 저널 오브 헤마톨로지(American Journal of Hematology) 온라인 판 최신호에 게재됐다.
한편 백혈병은 암세포로 변형된 백혈구가 과도하게 늘어 생기는 혈액암 중 하나다. 만성골수성백혈병은 필라델피아 염색체(Philadelphia chromosome)를 가진 백혈병 줄기세포가 암성 변화를 일으켜 비정상적으로 늘어나면서 골수와 혈액 내에 비정상적인 혈액세포가 과도하게 증식하는 것으로, 생존하고 있는 전체 성인백혈병의 약 40%를 차지한다.
글리벡은 현재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가 가장 많이 복용하고 있는 1세대 표적항암제로 2001년부터 전 세계에서 사용되고 있다. 장기간의 글리벡 치료로 장기 생존 효과가 뛰어나지만 아직 백혈병을 완치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기 때문에 고가의 약을 평생 복용해야 하는것이 일반적인 생각이었다.
하지만 일부 환자에서 치료 효과를 잃어버리는 내성이 나타났다. 또한 피부발진, 관절통, 근육경련, 결막 출혈, 시력 감퇴, 피부의 약화, 안면 부종, 심장기능 저하 및 안면 착색 등 부작용으로 15%의 환자는 복용을 중단해야 했고, 장기 복용자중 50%는 위의 부작용을 항상 가지고 있어 삶의 질이 심각하게 저하되곤 했다.
특히 임신을 원하는 젊은 여성들은 태아에게 기형을 유발할 수 있는 위험성 때문에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항암제 복용을 중단하는 경우가 흔히 있었다. 연령이 많은 노인환자 역시 젊은 환자에 비해 심각한 부작용을 더 자주 겪었다.
매년 300여명 정도의 환자가 새롭게 발생하여 연간 약 70억 원 이상의 건강보험 재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개인은 물론 국가의 의료비 부담도 큰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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